2018년 1월 31일 자로 중앙일보 블로그가 문을 닫았다. 2016년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블로그를 종료한 데 이어 2017년 동아일보가 블로그를 포기했고 그 뒤를 이어 중앙일보까지 블로그를 접으면서 메이저 신문 3사 중에서 공식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곳은 하나도 없게 됐다(조선일보가 위블로그blogs.chosun.com이라는 블로그 서비스를 유지하고는 있으나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폐쇄형이므로 공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때지만 블로그는 미디어업계를 긴장하게 했던 존재였다. 기존 언론을 위협할 것이라는 위기감까지 대두되기도 했다. 정해진 시간에 업데이트되는 오프라인 기사에만 의존하던 신문사들이 온라인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된 것도 블로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실시간 기사 전송, 24시간 운영 등과 같이 오프라인 그늘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온라인 생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와서 지난날을 돌이켜 본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마는 한때나마 불꽃을 태우고 장렬(?)하게 산화한 언론사 블로그를 뒤돌아보고 그동안 신문 3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반추해 보고자 한다. 잘만 활용하면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었던 블로그를 왜 버려야 했는지 저간의 사정도 알아본다. 그 첫 번째 순서는 동아일보 블로그다.
동아일보 블로그는 신문 3사 중에서 가장 늦게 태어났다. 동아닷컴에서는 이미 UCC 성격의 ‘도깨비 뉴스’를 운영하고 있었으므로 굳이 블로그까지 추가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이유가 크다. 그러다 ‘도깨비 뉴스’가 예전만큼 방문자를 불러모으지 못하자 블로그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단순히 따라 하기가 아니라 기존 블로그와의 차별성을 내세우기 위해 저널로그www.journalog.net라는 이름까지 붙였다(이 글에서는 저널로그 대신 동아일보 블로그라 부른다).
뒤늦게 태어났지만, 동아일보 블로그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먼저 시작한 중앙과 조선을 따라잡은 것은 물론이고 곧 큰 스코어 차로 앞서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야후코리아www.yahoo.co.kr 덕분이었다. 야후코리아에서는 정기적으로 동아일보 블로그의 포스트를 선별해서 야후코리아 메인에 게재했고 더불어 블로거에게 원고료까지 지급하기도 했다. 다음에서 블로거뉴스bloggernews.daum.net로 시작해서 다음뷰view.daum.net로 불렸던 형식과 유사한 상황이었지만 독점 계약이라는 차이가 있었다.
야후코리아와 동아일보 블로그의 관계는 야후코리아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후로서는 참신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원했고 동아일보 블로그는 동아닷컴 외의 유통채널이 필요했으므로 서로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물려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블로그가 아니라 저널로그라고 하는 그럴듯한 이름이 야후코리아 담당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오래도록 계속될 것만 같았던 동아일보 블로그의 실적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야후코리아가 한국 철수를 선언하면서부터다. 강력한 유통 채널을 잃은 동아일보 블로그는 성장 동력을 잃은 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고 종내에는 그저 그런 블로그 중의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야후코리아가 동아일보 블로그에게 선사한 잠깐의 달콤한 기억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이미 블로그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기에 제자리를 찾은 것에 불과할지라도 내부에서는 블로그가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고 여기게 만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동아일보 블로그는 재도약을 약속한다. 워드프레스 기반의 새로운 블로그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게시판 형식의 기존 틀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블로그 모양새를 갖추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외주로 개발된 블로그 시스템은 불안정하기 그지없었고 내부 개발자보다는 외부 개발자에 의존하다 보니 오류에 대한 대처 역시 마땅치 않은 형편이었다.
워드프레스 기반의 새로운 블로그 시스템은 초기 구축비용 없이 매월 이용료를 지급하는 형식으로 구축되었는데 이게 처음에는 공짜인 것처럼 보여도 막상 돈 줄 때는 아깝게 보이기 마련이다. 예전처럼 상당한 트래픽이 동반되면 모르겠으나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는 돈 먹는 하마처럼 보일 수도 있다. 게다가 워드프레스를 변형하였으므로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적지 않은 고생을 해야만 하는 어려움마저 있었다.
또한, 주성하 기자의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와 같은 킬러 컨텐츠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민이었다. 동아일보 출판국 출신의 여기자가 왕성하게 활동하기도 했으나 당시 여당 소속이었던 전 국회의원과 명예훼손 소송까지 벌이는 사태도 발생했다. 불안정한 시스템과 유지 개발의 어려움, 고정적인 비용의 지속적인 발생, SNS 이용자 증가에 따라 블로거 이탈 등이 이어지면서 결국 포기 선언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 현재 동아일보 블로그는 그 존재가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동아일보 블로그 또는 저널로그 주소를 입력해도 아무런 안내 없이 동아닷컴으로 이동한다. 동아일보 블로그를 대표하던 주성하 기자의 블로그는 nambukstory.donga.com으로 분리해서 유지되고 있다.
데레사
2018년 2월 12일 at 9:31 오전
오랜만입니다.
시대가 이제 블로그를 원하지 않나 봅니다.
네이버나 다음도 요즘보면 관리가 잘 안되고
있거든요.
버린자식 같은 위블에 그나마 감사해야 할까요?
김수남
2018년 2월 12일 at 10:38 오전
네,선생님! 너무 반갑습니다.오랫만에 뵙겠습니다.블로그 관련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위블로그는 그런 중에도 선생님 같은 분들을 통해서 잘 유지되고 인지도도 더 커지면 좋겠습니다.위블을 사랑하시며 늘 한결같이 성실하게 글을 올리시며 함께 계시는 모든 이웃분들이 감사합니다.늘 건강하세요.
journeyman
2018년 2월 15일 at 10:37 오후
감사합니다.
journeyman
2018년 2월 15일 at 10:36 오후
민간기업인 네이버는 그렇다쳐도 독자들에게 발언대를 제공해야 할 언론사에서는 필요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걸 알아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생각이 아쉽니다.
cecilia
2018년 2월 17일 at 5:02 오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앞으로 위블로그는 어떻게 되는건가요?
한국이 옛날보다 많이 잘 살게 된것같은데
조선일보가 블로그 하나 운영할 형편이 안되는건지 이해가 안됩니다.
journeyman
2018년 3월 16일 at 2:08 오전
형편 보다는 의지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가 대세라고 하니 너도나도 앞다투어 블로그 서비스를 개시하던 게 불과 10년 전인데 이젠 SNS가 대세가 되었다니 블로그는 내논 자식 처지가 되었구요.
울고 싶은데 빰 맞는다는 속담처럼 조선일보가 블로그 폐지를 결정하니 동아, 중앙 순으로 블로그를 폐지했고 한겨례도 폐지를 결정했죠.
다들 눈치만 보고 있던 차에 조선일보가 통큰(?) 결단을 내려준 덕에 다들 눈치보지 않아도 되었구요.
다른 데는 시류에 휩쓸린다해도 우직히 자신의 길을 가는 언론사 하나는 있어도 될 법한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네요.
새해 인사는 너무 늦었고 새봄 인사를 드려야겠네요.
밝고 화사한 새봄을 맞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