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언제까지 불량배에게 뒷돈 대주고 살아야 하나

동네에 불량배가 하나 살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 이 사람 저사람에게 시비 걸고, 가는 길목마다 가로막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눈알을 부라리기 일쑤였다. 젊은 놈이 일해서 먹고 살 생각은 하지 않고 무위도식하며 행패만 부린다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무시하고 지나갔다. 불량배라고는 해도 험악한 조직폭력배가 아니라 그저 시정잡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유일하게 만만한 상대가 있다. 배고프다고 하면 밥도 사주고, 돈이 떨어졌다고 하면 용돈도 준다. 불쌍한 사람 돌봐주는 자선사업가나 힘없는 사람 도와주는 사회사업가 이야기가 아니다. 불량배가 주먹을 불끈 쥐고 때리는 시늉 한 번 했을 뿐인데 지레 겁먹고 간이고 쓸개고 다 갖다 바치고 있다.

동네에서 따돌림받던 불량배는 사실 굶어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자존심이 상해도 지나가는 사람에게 구걸하던지 아니면 직접 일거리를 찾아 나서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판이었다. 공갈만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음을 깨닫기 직전이었다. 자기 힘으로 벌어먹는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신성한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직전이었다.

그런 불량배에게 자기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호구가 생겼으니 힘들게 일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다. 큰 소리 한 번 지르거나, 침 한 번 뱉으면서 인상 구기면 알아서 돈이 생겼고 밥이 생겼다. 어떤 기술을 배워 일자리를 찾을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 호구를 골려서 돈을 뜯어낼까만 고민할 뿐이었다. 그게 더 생산적이었다.

결국, 불량배는 더 위협적으로 보여야 더 큰돈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면서 호구에게 받은 돈으로 흉기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조그만 면도칼부터 시작해서 과도와 식칼은 물론이고 도끼까지 장만했다. 그런 후에는 구태여 소리를 지르거나 침을 뱉을 필요도 없었다. 호구에게 슬쩍 흉기 하나만 보여주며 위협하면 기겁을 했고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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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위에서 말하는 불량배는 북한이고, 그가 만만하게 보는 호구는 대한민국이다. 개성공단이 남북 화합의 상징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1월 6일 감행한 북한의 핵실험과 2월 7일 미사일로도 전용될 수 있는 인공위성의 발사로 그동안의 햇볕정책이 얼마나 무의미했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돈만 퍼주었지 평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다 착시에 불과했다는 말이다.

영국의 가디언지에 의하면 지금까지 6160억 원(5.16억 달러)이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작년만 해도 1320억 원이 들어갔다. 북한 처지에서 보면 눈먼 돈으로 보이는 이 돈이 어떤 용도로 쓰였을지는 그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핵실험을 비난하고 미사일 발사에 분노하면서 그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스란히 대준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해와 바람이 나그네를 상대로 내기한다는 동화는 해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다. 햇볕정책의 기본 정신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이는 상대가 정상적일 때 유효하다. 불량배가 개과천선하기를 기다린다면서 무위도식하도록 지원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불량배는 어떻게 하면 상대를 위협해서 더 많은 것을 뜯을까만 고민할 게 뻔하다. 위협의 강도가 갈수록 커지는 것도 정해진 수순이라 하겠다.

정부가 내린 개성공단 폐쇄로 적지 않은 기업들이 피해를 보기는 하겠지만 언젠가는 내려야 할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번만 더 그랬다가는 가만두지 않을 거야”라는 경고도 한두 번이지 자꾸 반복되면 그 역시 공갈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놓고 그때 세게 나갔어야 했다며 뒤늦게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일이다.

금강산 관광도 그렇고 개성공단도 그렇고 처음부터 너무 낙관적이었던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개성공단 폐쇄에 관한한 최적의 타이밍을 잡기는 어렵겠지만, 최선의 타이밍을 노릴 필요는 있었다. 물론 지금이 최선의 타이밍인지는 확신할 수 없는 일이나 지금이라도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다시 말하지만 뒤늦은 후회는 소용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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