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눈으로 되돌아보는 도시에서의 삶

따뜻한 눈으로 되돌아보는 도시에서의 삶

‘Edward Glaeser의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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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에서 향을 사르고 천막 아래서 가을비를 맞이하면 서늘한 바람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끼게 되고 밤새 요란하던 매미소리도 한 풀 껶여 그 빈자리를 귀뚜라미에게 내어 주고 있다. 이제 색동호박도 화려했던 옷을 벗고 서서히 시들어 단지 여남은 열매들만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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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삶이란 묘한 것이어서 25년을 이곳 송도 바닷가에 살면서 지난 며칠 동안 일면식도 없는 분이 쓴 책을 번역해서 제본하고 소개하시는 분과 다시 배달하시는 분의 수고를 통해서 읽게 되면서 그 동안 별 생각 없이 지나치던 많은 것을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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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라 방과 후에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무료했고 내일은 오늘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꿈을 먹으면서 공부를 하고 중학교를 마친 후에는 모두가 하는 것처럼 도청소재지인 대구에서 고교 시절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시 해양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해기사가 되어 약 5년 동안 2년 6개월의 대미 정기선과 동남아시아 부정기선에서 6개월, 멕시코에서의 일 년 그리고 카리브에서의 일 년 동안과 그 이후에도 때때로 여행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도시들을 여행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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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ward Glaeser의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를 읽으면서 그 동안 궁금했지만 모르고 지나쳤던 많은 도시의 모습들과 역사에 대하여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고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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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BC 30 세기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영향을 받은 크레타 섬에는 미노안 문명이 발달하고 있었고, BC 20 세기경 다뉴브강 중류에서 발칸 반도 쪽으로 남하한 이오니아 인이 미노안 문명과 접촉하여 발달한 미케네 문명은 BC 12 세기 경 북서쪽 산지에서 내려온 철기문명의 도리아 인에 의하여 멸망하고 이들의 한 분파는 소아시아 지방으로 밀려 나서 이오니아 문명을 세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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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 소개하고 있듯이 기원전 6세기경 아테네가 그러한 이오니아 문명의 중심지였던 밀레토스에서 탈레스와 히포다무스로부터 근동의 문명을 이전받게 되었으며 그것이 서양 문명의 기원이 되고 있다. 이처럼 도시는 한 개인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인류의 문명사에서도 상품과 아이디어와 지식이 전수되고 융합되고 발전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무대가 된다고 저자는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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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중세 이슬람 세계의 통치자들이 세웠던 바그다드의 ‘지혜의 집’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러한 전통은 지금도 우즈베키스탄 등의 이슬람 문화권에 가면 가정집에서 가장 넓고 훌륭한 방은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로 사용하고 있으며 지나가는 나그네를 극진히 대접하는 관습이 남아있는데 이것은 사막에서 고립된 오아시스 도시에서 외부의 문명과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서 작용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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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에서 ‘교통 네트워크의 중심지에서 발원한 러스트 벨트’를 읽게 되면서 아예 1976년 National geographic society에서 발행한 축적이 456만분의 1 인 미국 전도를 걸어 놓고 뉴올리언스에서 뉴욕을 잇는 세인트 루이스, 시카고, 디트로이트, 버팔로를 지도에서 찾아 색칠을 해가면서 미시시피강과 일리노이 수로와 미시건 운하 그리고 허드슨 강을 연결하면서 다시 미국의 내륙 수로에 대하여 공부할 수 있었다. 이로서 미시시피강 하구에서 약 10시간 정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뉴올리언즈가 나오는데 약 3만 톤급의 화물선과 거대한 화물을 실은 바지선의 통행이 많았던 기억이 새롭고 왜 중서부 지방의 춥고 폭설로 유명한 내륙 도시인 시카고가 그렇게 발달했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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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자란 탓인지 나는 지금도 도시의 번잡함과 각박함에 익숙해지질 못했고 아직 한 번도 아파트에서 살아 본 적이 없고 자동차의 운전도 극도로 꺼리는 편이어서 차는 일주일에 한번 식료품 사러 갈 때 외에는 차고에서 잠자기 일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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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대 초반 대미 정기선에서 근무할 무렵 대개 한국에서 합판과 철강제품을 싣고 북태평양을 건너 L.A.에서 연료를 보급 받고 다시 파나마 운하를 지나서 휴스턴, 갤배스턴, 뉴올리언즈, 찰스턴, 윌밍턴, 필라델피아, 뉴욕, 프라비던스, 보스턴을 가는데 약 한 달 그리고 미국 내에서 4-5개항에서 하역을 하는데 약 한 달이 소요된다. 한국으로 오는 경우에는 플로리다의 탬퍼에서 비료 원료인 인광석을 싣고 오기도 하고 때로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각재를 싣고 미국 동부에서 하역하기도 했다. 약 6개월은 자동차와 밀 운반선에서 근무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일본의 히로시마 나고야 미쯔시마 등지에서 토요다 자동차를 싣고 샌프란시스코나 시애틀, 타코마에서 하역하고 워싱턴 주와 오리건 주 사이를 흐르는 콜럼비아 강변의 롱뷰, 밴쿠버 워싱턴, 캘로마 그리고 포틀랜드에서 중서부에서 생산된 밀을 싣고 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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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뉴욕 태생으로 뉴욕의 장점을 많이 열거하고 있으나 나는 지금도 뉴욕 지하철의 마치 감옥에 들어가는 것처럼 되어 있는 먼지가 쌓인 철 회전문의 인상이 썩 좋지는 않다. 또한 존슨우주센터에 갔다가 해질 무렵 휴스턴 시내에서 내리게 되었는데 일몰이 되자 갑자기 인적이 끊어지면서 괴괴한 정적이 흐르는 풍경이 몹시 생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게 되면서 도시 빈민자나 오래된 도시의 슬럼가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며 그것은 바닷가의 갯벌처럼 도시에 싱싱한 생기와 활력을 준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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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도시의 집중화가 보다 더 환경 친화적이라는 주장도 매우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결국 도시의 소란스러움과 번잡함도 사실은 도시가 역동적으로 기능하는 모습의 일부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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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바깥 공기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해서 사시사철 연구실 문을 반쯤은 열어 두고 살며 집에서는 정원과 차고 이층의 5평 남짓한 천막에서의 저녁 시간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도시의 번잡함과 분주함을 다소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우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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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 26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