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은 간결하게.
-캐스 선스타인의 ‘심플러’를 읽고 어떤 사고와 아이디어가 구체화되어서 기술되고 이것이 인쇄되고 제본이 되어서 출판된 책들은 모두가 나름의 존재 가치와 효용을 가지게 된다. 이 책의 초반부는 매우 너저분하고 자질구레하며 다소 딱딱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지루한 길의 모퉁이를 돌아서면 part 3의 시스템 1과 2의 이야기부터 웃으면서 무릎을 치게 된다. 이 책은 미국의 오바마 정부에서 행해지고 있는 규제와 행정절차의 간소화에 대한 것이 주제로 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 입안을 하게 된 이론적 근거로서 저자는 행동경제학과 행동과학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단으로서는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해서 선택하는 기재인 시스템 1에 대하여 옆구리를 찌르듯이(넛지) 주의를 환기시킴으로 해서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에서 실제로 가장 합리적이고 모두에게 유익한 공익을 추구할 수 있도록 고안하고 불필요한 잡다한 결정들에 주의를 빼앗겨서 실제로 중요한 선택을 국민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개선해서 행정업무를 최적화하고 업무능률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옛날 수염이 아름다운 할아버지가 사셨는데 너무나 그 수염이 유명해져서 그 나라의 왕도 그 소문을 듣고 그 할아버지를 만나보게 되었다. 헤어질 때가 되어서 왕이 “영감님 한 가지 물어 봐도 되겠습니까? 영감님께서 주무실 때 그 수염을 이불 안에 두고 주무십니까? 아니면 이불 밖에 두고 주무십니까?” 그날 저녁 영감님은 수염을 어떻게 하고 잤을까?를 생각하다가 밤새도록 잠을 설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바로 잘 작동하던 시스템 1이 작동을 하지 못하고 논리적이고 계산적인 전전두엽의 시스템 2가 작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학부시절 정답을 선택해 놓고 다시 어설픈 논리를 내세워 고쳐서 틀렸을 때의 씁쓸함이 떠오른다. 이처럼 우리들도 불필요한 정보로 인하여 너무 많은 선택을 해야 할 경우에 평상시 잘 작동하던 시스템 1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엉뚱한 선택을 해서 낭패를 겪을 수 있으므로 가능한 규제와 정책을 간소화 하여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 part 4에서 ‘정보공개: 햇빛은 가장 좋은 살균제이다’라는 소제목에 나오는 내용으로서 “정보 공개는 비용이 적게 들고 영향력이 큰 규제 수단으로, 다른 접근 방식들을 대신하거나 보완하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경험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1993년 의과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모교의 제의를 받아들여 약리학교실의 조교 생활을 시작하였고 1995년 의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논문(Purification and characterization of human 92-KDa type IV collagenase (gelatinase B).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28(4), pp.161-165.)을 1996년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기고하여 출판이 되었다. 이 논문은 1998년 12월 15일 미국의 국립생물정보센터(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에서 92 KD TYPE IV COLLAGENASE RECURSOR (Accession number: P14780)의 참고문헌(National Center of Biotechnology Information, http://www.ncbi.nlm.nih.gov) Protein QUERY in Dec. 15th, 1998.) 6번으로 등재되었으나 주저자인 본인은 전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그 이후에 우연히 Pub Med(http://www.ncbi.nlm.nih.gov)에서 논문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내 논문이 reference로 등재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관례상 교신 저자를 하셨던 분이 고의로 그 사실을 숨겼다는 것을 그리고 제일 저자도 자신으로 바꾸어 놓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인터넷이 일반화되기 시작하던 초창기의 일화이다. 만일 이러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을 지도 모르며 더 많은 학문적 교류와 상호작용의 경로가 차단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만일 이러한 공시제도가 좀 더 일찍 일반화 되어 있었다면 이러한 연구 윤리를 위반하는 사례가 훨씬 더 줄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줄곧 떠오르는 한 구절이 있다. Brevity is the soul of the beauty.(간결함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학습계획의 구상과 설계, 그리고 강의법에 운용될 수 있는 많은 조언과 아이디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더 간편한 행정서비스 그리고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가꾸기 위하여 수고하시는 한국의 많은 행정 관료들과 조직을 이끄시고 계시는 분들이 한 달에 한번 정도라도 각 장의 주제들에 대하여 심도 있는 숙고를 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감사합니다. 2014년 1월 14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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