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의 침몰이 남긴 교훈

세월호의 침몰이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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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뜰에서 내려다보는 송도는 언제나 한가롭다.

뒷산 산책로에는 아카시아 향이 코끝에 스며들고 뜰에는 때 이른 장미가 벌써 열 송이나 피었고 작약도 예쁜 꽃망울을 만들었다. 간간이 찾아오는 비둘기와 참새들의 지저귐이 편안함을 더한다.

불과 며칠 전 세월호의 참사를 보면서 느끼던 자괴감과 무기력함에 안타까워하던 심정을 되새기며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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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78년 2월, 목포해양전문학교 기관과에 입학을 앞두고 일주일간 입사교육을 받았다. 말이 교육이지 군화와 군복을 지급받고 겨울 냉기가 싸늘한 연병장에서 하루 종일 뒹굴고 그리고 밤에는 때때로 소집되는 비상에 또 밤잠을 설쳐야 했다. 그렇게 2년간 정신없이 살다가 1980년 2월 졸업을 하고 1984년까지 외항선 기관사로 근무를 하였다. 그 시절 가장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교육받은 것은 책임과 의무 그리고 명예와 품위였다. 그리고 그 당시 국적선의 근무환경은 너무도 열악하였으나 모두 전심전력으로 최선을 다했고 성실하게 근무하였다. 물론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었고 보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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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맹골수도를 빠져 나와 병풍도 인근에서 발생한 세월호의 침몰을 보았을 때, 지난 5년여 간의 해상생활이 떠오르면서 마치 내 일처럼 안타까웠다.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특히 대양을 항해하는 선박에서는 돌발적인 사고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 사고의 과정에서 현명하고 책임 있는 누군가가 제대로 대응하면 그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고 인명손실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선원이라면 누구도 퇴선명령 없이 배를 떠나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는 승객을 내버려 둔 채 선원이 먼저 배를 퇴선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이것이 현재 우리들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의식의 수준이며 부끄럽지만 가식의 허울이 벗겨진 맨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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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세월호에 있던 선장이라는 분은 예전에 목숨을 걸고 승객을 구하던 사환아이보다 못한 행태를 보여 준 것이다. 선사도 이전의 과적을 숨기기 위한 서류 조작에만 정신이 팔렸지 인명구조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했다. 더 한심한 것은 인명구조가 미숙했던 경찰이 피해를 좀 더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20년 전, 타지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경찰은 정비회사에 연락을 하고 사고현장 사진은 자신의 공장에서 수리하지 않으면 절대로 증거자료를 내어 주지 않는다. 이번에도 경찰이 사고 조사과정에서 너무 선사의 이해득실에만 배려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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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난 사고가 나면 선원들은 대개 선미나 좌우 갑판에 모이게 되고 선실의 외부와 연결되는 선창은 모두 내부에서 너트를 풀면 안쪽으로 열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세월호는 각 선실에서 외부 갑판으로 연결되는 선창에 이러한 너트 장치가 없이 붙박이로 되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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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놀라운 사실은 선원들이 승객의 안전에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마치 로봇처럼 선사의 지시만을 기다리는 무능함과 무기력함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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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은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3년 가을 모 해양대학의 동남아 원양항해 실습선에서 한 달 남짓 선의(ship’s doctor)로 동승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학생들은 대부분 승선근무를 꺼리고 있었다. 그리고 훈육상태도 예전에 비하면 다소 느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선진국의 해양대학들이 걸어갔던 그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았으며 그 항차 중에서도 고베항에 기항했을 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고베상선대학이 고베대학교와 합병되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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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러한 모든 요소들이 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인중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과적과 안전을 무시한 선실 증축이 자행되도록 주무관청과 관계기관의 감시와 감독이 소홀했다는 점이며 이러한 문제가 조직적이고 구조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조장되고 축적되어 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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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비극은 만일 학생들 손에 스마트 폰이 없었어도 이처럼 선실에서 대기하다가 참변을 당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이들은 가상세계에 안주하면서 현실세계와 고리를 놓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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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달을 제대로 본적도 없는 자가 마치 달은 본 것처럼 무지한 사람들을 호도하고 종교를 빙자하여 투도(偸盜)를 하였다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세월호 선원들은 그들의 양심을 ‘구원되었다.’는 말에 속아 탐욕과 가식의 재물로 바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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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에는 어설픈 논리와 교리로 순진한 사람들을 옭아 넣는 사이비 종교인과 지식인 계층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채로 사회를 어지럽히고 있다.

“당신은 죄가 있습니까?” 물어서 “없다.”고 대답하면 “당신은 구원되었습니다.”라고 선언하며 삶을 호도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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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경(千手經) ‘십악참회(十惡懺悔)’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罪無自性從心起(죄무자성종심기)

心若滅時罪亦亡(심약멸시죄역망)

罪亡心滅兩俱空(죄망심멸양구공)

是則名爲眞懺悔(시즉명위진참회)

죄에는 이렇다 할 자성이 없어서 마음을 따라 일어나며

만약 마음이 사라진다면 죄도 또한 없어진다.

죄와 마음이 사라진 것을 공이 두루 갖춰졌다고 하고

이를 이름 하여 진정한 참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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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달과 개구리를 말하는 그대,

마음의 달을 보았는가?

그렇다면 그 달은 마음 안에 있는가? 밖에 있는가?

제대로 보았다면 어찌 세세생생 업보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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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4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