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와 탐욕이 만든 쓰레기 시멘트의 보복
최병성 목사님의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을 읽고
이유를 알지는 못했으나 아파트에 들어가 30분만 지나면 두통으로 괴롭다. 또한 두통 때문에 사시사철 연구실 문을 반쯤은 열어두고 산다. 특히 유기용매에 민감하다는 것을 안 것은 해부학 실습실에 들어가서 방부 처리된 사체에서 휘발되는 포름알데히드를 맡고 부터이다. 그날 밤은 밤새도록 기침과 재채기로 잠을 못자고 결국에는 목이 잠기고 만다.
공기에 특히 민감해서 그렇겠지만 어느 네팔에서 온 유학생이 서울의 공기 때문에 고통 받는 것처럼 기차를 타고 한강 철교를 건널 무렵이면 어김없이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번에 읽게 된 최병성 목사님의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은 참으로 놀라운 내용이다. 어떻게 톤당 3만원을 벌겠다고 일본의 산업폐기물을 수입해서 소각하고 그 잔여물을 시멘트의 원료로 사용하는 발상을 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당혹스럽다.
그 이면에는 아마도 태우면 모든 것이 완전히 연소되고 분해되어 무해한 물질로 될 것이라고 안이하게 변명하는 마음과 눈에 보이지 않으면 책임과 인과의 고리는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무지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리고 기업은 어떻게 하든 이윤을 남겨야 하고 그러므로 자신들의 사소한 도덕적인 허물은 덮어질 수 있다고 위무하고 이를 관리 감독해야할 환경부를 비롯한 주무 관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쓰레기 처리에 대한 부담으로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쓰레기에 섞여 들어간 유기물이 아민을 형성하고 다시 습기를 흡수해서 암모니아 형태로 실내에 방출된다는 내용을 접하면서 불현듯 부산의 모 호텔 연결 복도를 지날 때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 때문에 불쾌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보일러의 연소장치(burner)처럼 분리된 형태로 제공되는 연료가 아니라 소각로처럼 석회석과 같이 타고 남은 바닥재를 분쇄해서 시멘트를 만들고 그 시멘트를 원료로 한 콘크리트가 다시 아파트를 비롯한 건축물의 재료가 되어 우리들이 거주하는 공간에 중금속이나 유기용매를 방출하거나 또는 방사능에 오염된 건축 자재에 그대로 가족들이 노출된다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난감할 따름이다.
지금도 집사람은 멋진 고층 아파트에 가고 싶어 하지만 한 번도 아파트에서 적응해 보지 못한 나는 언감생심이다. 이번 글을 읽으면서 더욱 더 콘크리트 구조물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뿐만 아니라 그나마 오래된 건물에서만 살았던 것이 다행스럽게 여겨지기까지 하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진 것은 아니다. 이웃에서 원룸을 짓는 것을 살펴보면 거푸집을 만들고 콘크리트를 부어서 하루에 한 층씩 올라간다. 벽과 바닥 천장이 모두 콘크리트로 채워진다. 그 콘크리트에 산업 폐기물, 각종 중금속, 유기용매, 방사능 오염 물질들로 범벅이 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원룸에 사는 학생들 중에 아토피나 알러지 등으로 고통 받는 학생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우리들 몸의 대사 작용은 많은 부분이 효소라고 하는 단백질의 작용인데 이들 단백질들 중에는 아연이나 철 등의 금속을 함유하고 있는 효소들이 많고, 이들 금속이 보다 더 이온화경향이나 전기음성도가 강해서 분자간의 결합력이 강한 중금속들로 대치되면, 몸은 제대로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없게 되어서 많은 질병과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PCB(polychlorinated biphenyl)와 같은 염소를 가진 분자들은 특히 비산재에 많은데 이들은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해서 태아의 성적인 발달과 기능의 조절을 방해해서 성기의 기형이 유발되거나 생식기능이 퇴화되거나 변형될 수 있다.
또한 소각로에서 불완전 연소로 인한 비산재나 일산화탄소의 발생은 만성적으로 인근 주민의 호흡기 장애를 초래하거나 천식을 유발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일산화탄소는 근육에 존재하는 마이오글로빈에 대해서는 산소보다 결합력이 50배 강하고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 대해서는 산소보다 약 200배 결합력이 강해서 정상적인 조직의 호흡을 방해해서 구토나 오심을 유발하고 심한 중독의 경우에는 생명을 잃게 된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 볼 때 우리 모두는 산업폐기물이나 기타의 오염물질을 시멘트를 만드는 소각로에서 함께 연소시키는 처리법을 지양하고 올바른 처리법을 강구하여야 한다.
처음에는 나 몰라라 하고 방심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러한 방심과 안이함의 결과로 결국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 주변의 이웃이나 가족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점을 보다 절실히 깨달을 필요가 있다.
다행히 이러한 문제점들을 저자는 일찍 파악하고 깨달아, 오랜 세월 동안 계몽과 외로운 투쟁을 해 오셨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깊은 공감과 감사를 느끼게 된다. 이 책의 발간에 맞추어 쓰레기 시멘트의 문제점에 대하여 경각심을 갖고 대안과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기업과 국민 모두가 앞 장 서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계기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저자의 오랜 고뇌와 꺾이지 않는 불굴의 노력과 집념에 깊은 찬사를 보내며 안이한 우리들의 자세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감사합니다.
2015년 5월 20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