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갠 뜰에서
아침의 고요함을 맞는 즐거움은 각별하다.
금붕어 밥을 주고
풋고추를 따며
방울토마토의 첫 번째 향이
입가를 맴돈다.
이제 일곱 번째 백련이
수줍게 물밑에서 자라 오르는 모습이 깜찍하고
겨우내 마당에서 졸던 요트 위로는
막 피기 시작한 꽃댕강나무의 낙화들이 빗물에 젖어 아름답다.
미처 보지 못한 감자는 마지막 꽃들을 피우고
뿌려 놓고 잊었던 여주는 석 달 넘게 땅 속에 숨어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빗물을 타고 싱싱하게
덩굴손을 뻗어 올리고 있다.
1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