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1456

침묵의 무게는 그대로 우주다.

침묵의 무게는 그대로 우주다.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신부님의‘침묵의 기술’을 읽고

 

 

DSC01456-2

 

나이가 들수록 고요함에서 얻는 지혜는 살갑다. 또한 숲속의 산책에서 맞는 침묵의 언어 또한 정겹다. 지금은 쓸데없이 불필요한 말들이 소음 수준으로 너무 많다. 시도 때도 없이 삑삑거리는 문자 정보 그 내용이라야 어설픈 광고나 유희수준의 짤막한 글들이다. 단지 관심을 끌고자 하는 경박함이 대부분이다.

 

DSC09171

 

이 책은 17세기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어느 짧은 편지글에 살을 붙인 18세기 조제프 앙투안 투생 디누아르 신부님(1716-1786)의 글이다. 현대인들에게 이 글은 다소 따분하고 때로는 진부하며 고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무미건조하고 얄팍한 말장난으로 삶의 대부분을 허비하는 우리들에게 침묵과 고요의 가치에 대하여 그리고 강의나 대화에서 침묵의 중요성을 웅변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DSC09176

 

침묵의 14가지 법칙 중 몇 가지를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 침묵보다 나은 할 말이 있을 때에만 입을 연다.
  •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듯이 입을 다물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 침묵은 편협한 사람에게는 지혜를, 무지한 사람에게는 능력을 대신하기도 한다.
  • 침묵이 필요하다고 해서 진솔함을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생각들을 표출하지 않을지언정 그 무엇도 가장해서는 안 된다.

 

DSC09179

 

저자는 침묵을 열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신중한 침묵, 교활한 침묵, 아부형 침묵, 조롱형 침묵, 감각적인 침묵, 아둔한 침묵, 동조의 침묵, 무시의 침묵, 정치적 침묵 그리고 신경질적이고 변덕스러운 침묵이 있다고 한다.

 

 

DSC01465

 

우리들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우리들의 생각과 의지가 드러나게 된다. 이 책 106페이지에는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와 테오도시우스가 백성들에게 미친 영향을 이야기 하고 있으나 사실 325년 니케아 종교 회의에서 윤회를 주장하던 아리우스파는 이단으로 축출되고 그 이후 오랜 세월에 걸쳐 이들은 잔혹하게 도륙되었으며 지금도 사복음서의 많은 부분은 그때 삭제된 ‘없음’이라는 절이 많이 있다.

 

DSC09188

 

이 책은 다소 종교적인 편견이 엿보인다. 그리고 이 편견에 대한 생각은 각양각색으로, 모두 자기의 취향에 따라 편한대로 해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박하고 저속한 언어의 유희와 난무하는 소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침묵의 가치와 고요의 여유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DSC09209

 

선사(禪師)들은 침묵(良久)을 가르침의 도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러한 침묵의 깊이는 우주와 시공간을 넘나든다. 비록 처음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바쁜 일상으로 놓치고 있는 침묵의 깊은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양서라고 생각한다.

 

DSC01459

 

2016년 3월 24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