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과 통계의 세계
‘넘버스, 숫자가 당신을 지배한다.’를 읽고
1981년 여름 L.A. Longbeach에 기항했을 때 Disneyland를 가본 적이 있다. 젊은 시절이라 꿈에 부풀어 입장을 했지만 한번 놀이기구를 사용할 때마다 훨씬 더 오랜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전체적인 흥겨운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야기를 하다가 손을 내밀자 마침 앞쪽의 아이스크림을 먹던 금발의 아가씨가 아이스크림 통을 건네 주려고 할 정도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이제 이 책을 읽으면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것도 디즈니의 이미지 공학자들의 많은 노력과 수고의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확률과 통계는 고교시절 수학 교과 과정에서 가장 나중에 배우는 다소 난해한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열역학과 현대 물리학 중에 특히 양자역학을 공부하면서 통계와 확률의 중요성과 실용적인 면을 배우고 익히게 되었다.
지금도 매달 임상연구윤리심사를 하면서 항상 통계학적 유의성과 모집단에 대한 표본의 크기 그리고 가설과 검정에 대하여 종종 열띤 격론을 벌이게 된다.
요사이 은행이나 통신회사 등에 전화로 면담을 신청하다가 끊임없이 계속되는 ARS 멘트에 무기력해질 때가 가끔씩 있다. 이 책의 내용 중에 고속도로의 정체를 해결하기 위한 램프 미터링을 제도에 반발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꼭 합리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기계문명의 볼모가 되는 듯한 소외에 불편해 하는 모습을 엿보게 된다.
통계의 대수 법칙이 말해 주듯이 통계학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통상적인 신뢰구간을 벗어나는 비특이적인 사건이나 가설을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것이 식품의 오염에 의한 전염병의 원인을 밝히는 역학조사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통계 자료는 신용평점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함으로서 현재의 신용거래 사회를 구축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에서 변이성에 대한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에 단기간에 걸친 일련의 연속된 플로리다의 허리케인에 의하여 보험회사가 파산할 수 있다는 교훈을 배울 수도 있었다.
운동선수의 약물남용에 대한 도핑 테스트와 거짓말 탐지기의 거짓양성과 거짓음성 판정에 대한 딜레마와 선수와 피험자들의 검사결과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고뇌에 대하여 보다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이러한 사례는 현재 수행 중인 연구심사에서 다시한번 연구결과의 효용과 성과를 판단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약 5년 동안의 항해와 삶의 사이사이에 30시간 이상 비행을 하는 오랜 여행들을 제법 한 적이 있지만 그때는 비행기 사고에 대하여 별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여행의 즐거움에 들떠 있던 젊은 시절이라 그러 했을 테지만 그때도 운송수단 중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것은 선박이고 그다음이 항공기라는 생각으로 희희낙락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어쩌다 발전용량이 모자라 이륙 시에 에어컨을 켜지 못하는 후진국 비행기를 탈 때는 조금씩 불편함도 느끼고, 무엇보다 간단한 집게칼도 가지고 다니지 못하고 오래 기다려야 하는 보안 검사의 불편함 때문에 이제는 오랜 비행 자체를 꺼리는 편이다.
마지막의 복권 사기사건에 대한 수사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무엇보다 사건의 성격상 통계학적인 도구의 적용이 매우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자료의 수집과 처리가 편리하였던 장점과 과학적인 판단이 사건 해결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된다.
의예과 시절 통계학 시간에 강의를 듣고 교수님을 따라 나가서 질문을 하면 교수님께서 “자네 질문을 받으면 내가 영감을 받네.”하시던 칭찬이 그립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 누구든 일상생활에서 피할 수 없지만 싫어하는 수와 통계학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으로 그리고 피부에 와 닿게 실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감사합니다.
2011년 5월 15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