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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의 흔들림이 나의 모습이다.

 

물결의 흔들림이 나의 모습이다.

-‘Real Life’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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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은행에서 만기된 예금을 찾아가라는 전화를 받고 통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은 무통장으로 2년간 정기예금을 하고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전에 예금을 찾아서 즐거웠던 기분은 점심때 집 앞에 가스 배관 공사를 하면서 차고 문을 부수어 놓고 도망간 것을 알고 화가 났고 일을 수습하고 오후에 시내 모 병원의 임상시험윤리위원회에 심사를 해주러 가다가 병원 현관에서 현곡 신명섭 선생님께서 가훈을 써주시는 것을 보고 가훈을 받아 들고는 다소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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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비교적 한적한 삶을 살고 있는 나의 경우도 이러할진대 “번잡한 도시에서 출퇴근과 비좁은 사무실 생활을 하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의 고뇌와 어려움은 얼마나 심각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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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저자인 Phil Mcgraw의 어린 시절 일주일에 10달러를 벌면서 신문 배달을 하던 때의 이야기를 다시 훑어보게 되었다. “10달러면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10달러와 0달러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 돈이 없으면 고픈 배를 움켜쥔 채 잠자리에 들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중략) 눈보라가 치는 밤에 외출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현관을 두드렸고 그들은 나에게 수금하러 나온 돈을 줬다. 그러면 나는 그 돈으로 그날의 저녁거리를 샀다.” 이것이 우리들의 꾸밈없는 삶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비록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세상의 온갖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과 지혜가 갖추어져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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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일상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의 많은 부분이 “현대사회에서 삶의 속도는 지나치게 빠르고 또 문제는 너무도 복잡하고 우리의 참모습과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하는 것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갖는 일조차 쉽지 않기 때문”이며 “열심히 노력하는 고전적인 방법, 즉 정보를 고루 갖추고 대비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전략들을 생각해내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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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70년대 중반에 커피 믹스 한 봉지의 맛이 너무 쓰서 주전자에 타서 마셨던 기억이나 90년 중반에 노트북 화면을 바로 읽기가 너무 눈이 부셔서 항상 출력해서 읽었던 것을 돌이켜 보면 불과 30여 년 동안의 변화이지만 어마어마한 외부 자극에 우리들이 노출되어 왔으며 또한 그러한 자극과 정보의 홍수에 순치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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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에서 약리학을 강의하고 있어서 일까, 스트레스와 스트레스 요인을 설명하는 저자의 기술에서 약리학적인 부분을 설명하는데 매우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역서 85페이지의 ‘스트레스가 당신을 죽이고 있다.’라는 제목의 내용에서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약리학 총론에서 임상 각론으로 전이해 가는 교량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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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자율신경계 약리’를 강의할 때 다루게 되는 용어로서 나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예를 든다. “아프리카의 사바나에 우기가 되어서 사흘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한 치타(cheetah)가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임팔라(impala)를 한 마리 잡아서 막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사자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오고 있었다. 이러할 때 치타는 ‘저놈과 한번 붙어봐(fight), 아니면 아쉽지만 이 먹이를 포기한 채 달아나야 할까(f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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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극도의 갈등상태가 바로 자율신경계 중에서 교감신경계가 극도로 흥분된 생리 상태를 나타내게 되고 그에 따라 우리들의 신체 내부에서는 혈압이 증가하고 심박동수가 상승하며 비장에 저장 되어있던 적혈구가 순환계로 쏟아져 나오고 혈당이 증가한다. 그리고 소화기능은 억제되고 사지의 근육으로 혈류가 증가하게 된다. 또한 부신수질에서 에피네프린이 분비되고 부신 피질에서는 부신피질 호르몬이 분비되어서 몸이 비정상적인 스트레스 상황을 버티도록 지원해 주지만 이러한 상태가 만성적으로 가면 소화기능의 장애와 면역 기능의 장애로 질병이 유발될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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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학생들이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교실에 들어가서 갑자기 “지금부터 시험을 칠테니까 책을 모두 넣으라.”고 한 후에 각자의 생리적학인 반응을 학생들에게 묻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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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저자의 주장 중에 흥미를 끄는 구절이 있는데 49페이지의 ‘실적과 성과가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믿었던 앤의 경우’라는 제목의 내용에서 “나는 실체란 없고 오로지 인식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불가의 오온(五蘊: 色受想行識)을 체득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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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저자는 ‘세상이 바라보고 평가하는 나의 모습’인 ‘허구적 자아(fictional self)’와 ‘자신의 절대적인 핵심에서 발견되는 자아상’인 ‘본래적 자아(authetic self)’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러한 접근은 우리들의 다양한 스트레스와 갈등을 분석해서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접근방법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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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상기의 두 요소를 가지고 마치 “옷장으로 가서 문을 열어라. 그리고 네가 입을 외투를 꺼내 입어라. 그런 다음 문 앞에 가서 기다려라. 내가 지금 갈 테니까.”라고 지시하듯이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스트레스, 상실, 공포, 적응성 붕괴, 질병과 사고, 정신질환, 약물중독 그리고 존재의 위기 등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와 시련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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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읽었던 Dale Carnegie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해가 져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오늘 하루만 어떻게든 열심히 살자. 그러면 편히 쉴 수 있으므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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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31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