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바다의 또 다른 얼굴
Sara Zierul의 ‘심해전쟁’을 읽고
보안이네 검색이네 번거로운 비행기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새벽에 일어나 뜰을 둘러보면 어느새 하이얀 박꽃이 핀 것을 알고 부지런한 벌새가 꽃잎을 더듬어 꿀을 따고, 두 번째 뿌린 박씨가 열매를 맺어 앙증맞게 예쁜 표주박은 이제 무게를 못 이겨 아래로 처지는 모습이 아름답고 언제나처럼 문 여는 소리에 잠을 깬 금붕어들이 물위로 헤엄쳐 올라 먹이를 기다린다. 차고 옆에 여름의 무더위에 지쳐 봄 상추가 시든 자리에 다시 뿌린 가을 상추의 싹들이 뾰죽뾰죽 머리를 든 모습들이 사랑스럽다.
1980년대 초반 약 5년간의 해상생활을 경험하였던 나로서는 바다에 대하여 꽤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으나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러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언젠가 다큐멘터리 필름에서 심해의 블랙스모커를 본적이 있었다. 그 필름에서의 탐험의 목적은 실제로 중앙해령 부위에서 맨틀 대류에 의한 해저 화산을 포함한 해저지형이 새롭게 생성되는지의 여부를 밝히는데 있었다. 화면으로 보는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끓어오르는 물방울들과 용암의 분출 그리고 그 주면 열수에서 살고 있던 생물들에 대한 기억은 오랫동안 신선한 충격으로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바로 그 블랙스모커 주면에 열수광상이 형성되어서 지각에서 빠져나온 광물들이 쌓여서 굴뚝처럼 쌓이게 되고 높이가 100 미터에 이르는 광물 퇴적층이 형성되는데 이러한 거대 황화물(Massive Sulfide)에서 고농도의 납, 아연, 은, 금 등이 함유되어 있고 1980년 대 말 태평양의 섬나라 통가 앞바다에서 블랙스모커 주변의 암석에서 톤당 30 그램의 금이 발견되었으며 육지에 있는 광산에서 토사 톤당 1 그램의 금이 발견되어도 개발할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점에 비교해 봤을 때 장차 광물개발업자들이 블랙스모커 주변의 광물채취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현재 일본이 자기 영토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는 독도 주변의 한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바다 밑에는 양국이 30년 동안 쓸 수 있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되어 있다고 한다. 아직 이 얼음덩어리 천연 가스인 메탄 하이드레이트를 채굴하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지만 조만간 채굴 방법이 개발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저자원의 개발에 대한 이권 때문에 우리 주변의 해양에서는 센가쿠 섬, 스프래틀리 군도, 오키노토리 섬 등에서 주변국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해양학자들이 최초로 망간단괴를 발견한 것은 130년 전의 일이다. 고교 시절의 지구과학 시간에도 망간단괴에 대하여 공부한 기억이 있다. 태평양 해저에 깔려 있는 망간 단괴는 약 100억 톤 정도로 추정되며 그 중 3억 톤은 구리 니켈 코발트이며 이 양이면 앞으로 100년 정도 인류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블랙스모커가 금, 은 산업의 새로운 희망이라면 망간단괴는 전자 철강 산업의 새로운 희망이라고 한다.
1990년대 앙골라의 심해에서 대규모 유정이 발견되었고 프랑스의 토탈사의 유정 조사팀은 특수탐사선을 사용하여 해저에 원유가 매장되어 있는 심해 유정을 찾아냈다. 현재 앙골라 앞바다에 있는 달리아와 지라솔 유전에서는 매일 8,000만 리터의 원유가 생산되며 이는 50만 배럴에 해당하는 양으로서 독일 전체의 1일 경유 소비량에 필적한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저자원의 개발에 따른 해저환경의 오염과 황폐화에 대한 대책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서 블랙스모커 주변의 생물군과 망간단괴의 채취로 인해 발생되는 부유물에 의한 생태계의 파괴 그리고 2010년 멕시코 만의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침몰에 따른 해상 오염과 최근 발해만의 해상유전에서의 원유 누출 사고에서 보듯이 환경 파괴에 대한 대책과 생태계의 보호에 대하여 세계적인 합의와 정보의 공유가 선행되어야 하겠다.
또한 심해 박테리아를 이용한 임플란트용의 섬유조직 개발과 북극해에서 서식하는 박테리아를 이용한 부동액, 플라스틱, 색소, 자외선 차단제의 개발 그리고 해면에서 2,000여 종의 성분을 분리하여 포진 치료제와 바이오 실리케이트를 개발하였다는 보고도 의학자로서 매우 관심이 끌리는 내용이었다.
끝으로 18세기 초 네덜란드 법학자 바인케르후크가 영해를 3해리로 제안 하였는데 그 이유가 그때의 대포의 사정거리 즉 물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계가 3해리였다는 사실이나 저자인 여성이 수퍼 유조선 코스믹 쥬얼(Cosmis Jewel) 호의 5층 건물 높이의 수직 외벽을 줄 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장면에서 자신의 직업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는 모습에서 옛 생각이 떠올라서 실소를 금치 못했고 2004년 5월 17일 탐사선 ‘아탈란테’가 태평양 해저의 망간단괴를 탐사하기 위하여 멕시코 만사니요(Manzanillo)를 출항했다는 귀절에서 불현듯 멕시코의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현장의 취재에 충실한 잘 짜여진 기록물이라는 인상이 오래도록 짙게 남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합니다.
2011년 10월 2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