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여(一如)의 세필(細筆)과 당돌함이 머금은 즐거움
김현정 선생님의 ‘내숭’을 들여다보고
20여 년 전 코펜하겐의 바닷가 모퉁이에서 초록색의 인어아가씨를 만나본 적이 있다.
그런데 얼굴을 마주 하여 보았을 때 예상과 달리 동양의 처녀 모습을 하고 있어서 놀랐다.
이번에 읽게 된 김현정 선생의 ‘내숭’에 등장하는 바로 그 얼굴이었다.
작가가 설정한 주제에서 대담함과 그동안에 쌓은 무공이 엿보인다.
마치 살얼음 위를 내딛는듯한 섬세함과 결연함이 서려 있다.
아직은 연륜이 덜 쌓여서 밑바닥이 들여다보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물의를 일으킬만한 나름의 철학과 안목을 느낄 수 있다.
작품 수로 볼 때 청산에 구름이 날 듯 대단한 체력과 담력의 소유자인 것 같다.
고도의 집중력과 자신감이 엿보인다.
독자와의 대화와 교감에 감칠맛이 난다.
마치 책 속에서 산책을 하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다.
그림 곳곳에 웃음 짓게 하는 파격과 화두가 숨어있다.
자연과의 교감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지만 자신의 세계를 제대로 잘 구축한 것 같다.
낙관을 쓰고 싶은데 호가 없구나.
그래, 앉은 그 자리는 어디인가?
가던 나귀가 돌아오면 말을 못 볼 것이고
그대로 가야 비로소 말을 볼 것이다.
감사합니다.
2014년 10월 5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