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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학문적인 아취가 돋보이는 수필 같은 도감

아름다움과 학문적인 아취가 돋보이는 수필 같은 도감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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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 가득한 장미 꽃잎을 밟으며 모과의 어린 열매가 똑똑 떨어지는 새벽을 맞이하면 씨를 뿌린 사람은 언제나 새싹에 대한 셀레임으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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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마지막 주에 진주 경상대학병원에 출장을 갔었다. 뜰에 잔디가 예쁜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마당에 있던 바비큐 테이블이 인상적이었다. 눈에 뜨인 게 탈이라고 집에 돌아와서 그 테이블을 만들게 되었다. 차고 이층 옥상에 테이블을 놓고 나니 천막이 필요했고 커텐 형 휘장도 필요했다. 밖에서 식사를 한 가족들도 모두 만족스러워 했다. 저녁에 그 탁자에서 120년 된 모과나무와 눈높이를 맞추고 마주보고 앉아서 책을 읽다가 대문 위의 두 평 남짓한 빈 공간이 눈에 들어 왔다. 하루 종일 햇볕이 좋아서 콘크리트보다는 밭을 일구고 싶었다. 결국은 방수포를 깔고 흙을 넣어 상추씨를 뿌렸다. 몇 주가 걸려 다 해놓고 다시 탁자에 앉으니 책 한 권 때문에 결혼해서 아이까지 갖게 된 인도의 수도승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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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송기엽 선생님께서 담고 이유미 선생님께서 쓰신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을 받고 너무도 고맙고 기뻤다. 사실 야생화, 정원화, 버섯, 약초, 식물도감 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 두고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책들은 마치 박제해 둔 표본처럼 친근감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두 분의 풍부한 경험과 해박한 식견을 바탕에 깔고 섬세하게 기록되고 제작되어서 살아 있는 야생화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리고 간간히 엮여 들어간 일화나 경험들이 매우 알싸한 감동과 친근감을 더하고 학문적인 아취가 묻어나 바쁜 일상 중에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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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저녁 산책길에서 길보다 주변을 둘러보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꽃들의 이름을 알면 그 꽃들을 더욱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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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는 어릴 때부터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지혈 작용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나리의 줄기에 있는 까만 구슬이 ‘주아’라는 이름을 가진 것도 신기하다. 책 전체의 사진과 설명이 너무도 잘 어울리고 구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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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시작되는 페이지의 “다투어 무성하던 한여름 물가의 풀들이 조금씩 모습을 달리해 갑니다. 왕성하던 잎새는 한풀 숨을 죽입니다. 그렇게 여름이 가나 봅니다.”라는 구절을 읽으면 가을을 맞이하는 여인의 시름이 뇌리에 아프게 배어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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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39 쪽 ‘큰까치 수염’을 ‘수영’으로 쓴 것 외에는 오자가 없다. 너무도 꼼꼼하고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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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까지 코스모스의 설상화가 코스모스의 꽃잎인줄 잘못 알고 있었다.

헐벗고 가난했던 시절 춘궁기를 넘기게 했던 산마늘(명이), 봉안련(鳳眼蓮)이라는 이름과 잘 어울리는 부레옥잠 사진, 꽃잎이 없는 작은 꽃들 대신에 포가 꽃잎처럼 흰색이 되었다는 약모밀, 통상화(筒狀花)에서 가장자리의 혀모양의 설상화(舌狀花), 자색 구름 꽃이라는 자운영(紫雲英) ‘새’라는 돌림자를 가진 벼과 식물 이야기, 잔디에 피는 앙증맞은 꽃 이야기, 평생 처음으로 활자로 읽어보는 ‘비짜루’라는 단어, 모두 너무나 아름답고 정감이 가는 꽃들이다.

Scaborou Fair의 가사에 thyme으로 나오는 배초향은 2004년 1월 중국 운남성 대리(大理)에서 여강(麗江)으로 밤세워 여행을 하다가 어느 시골 마을에서 쌀국수를 먹게 되었는데 그때 방아의 독특한 향 때문에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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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뒷산에는 뻐꾸기가 울기 시작했고 오늘 아침에 뜰에는 첫 번째 색동호박 꽃이 만개했다. 돌이켜 보면 현호색과 개별꽃은 언제나 보고 있었지만 이름을 알지 못했다. 이제는 산책길에서 꽃의 요정들과 좀더 친하게 지내야겠다.

아마도 이 책은 우리 야생화에 대한 고전으로 자리매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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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8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