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노사 그대로가 건강한 자연이다.
‘한국인 100세 건강의 비밀’을 읽고
지난밤, 겨울을 재촉하는 모진 비 바람에 대문 앞에는 손바닥만 한 오동잎이 가득하고 연구실로 가는 길목에는 노오란 은행잎이 마치 눈처럼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어제 저녁은 감기 기운이 있는 집사람이 아구찜을 먹고 싶다면서 직장 가까이에 있는 새로 찾은 맛 집에서 가족이 모두 모여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집에서 넓은 식탁에서 여유롭게 먹다가 앉은뱅이 책상 같은 좁은 식탁에서 네 식구가 비좁은 공간에서 허술한 식사를 하면서 “아! 직장인의 비애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모두 하나같이 하는 말이 다시 허기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학교와 집이 불과 100여 미터의 거리에 있어서 하루 세끼를 집에서 먹는 내가 왜 행복한가 하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번에 읽게 된 ‘한국인 100세 건강의 비밀’은 우리 모두가 즐겨보는 KBS의 ‘생노병사’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으로서, 15장에 걸쳐서 각각 순환계, 근골격계, 간장, 소화기관, 호흡기, 눈과 귀, 신장, 당뇨병, 면역계, 암, 뇌, 갱년기, 체중, 피부와 머리카락, 마음에 대하여 많은 전문의 선생님의 진료 경험과 조언 그리고 환자의 병력과 치료 경험을 매우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질병의 발병원인과 정상적인 인체 생리를 망라한 매우 깊이 있는 의학 지식을 비교적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바는 환자의 증례를 먼저 제시함으로서 독자가 매우 구체적으로 각각의 질병의 특성과 증상을 파악할 수 있고 급성 또는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질병의 경과를 관찰하면서 건강유지에 대한 독자의 경각심과 관심을 충분히 끌어낸 상황에서 전문의 선생님들의 진료와 치료 결과를 다양한 화보와 사진 자료로 함께 볼 수 있어서 질병의 치료와 건강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매우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의학 서적과는 달리 환자의 증례가 우리들이 주변에서 통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어쩌면 독자 자신이 겪고 있는 증상들을 제시하고 있을 수도 있어서 독자들은 다시 한번 자신의 건강 상태와 생활 습관을 되돌아보고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끼는 바는 모든 질병은 일부의 유전적인 요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잘못된 의식주 습관에서 비롯되며 그러므로 무엇보다 이러한 생활 습관을 고쳐서 사전에 건강을 해치는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독자들을 계몽하고 있다는 점이다.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질병은 기생충 및 세균 감염, 빈혈 등의 영양결핍, 퇴행성 골관절 질환, 소화기 질환 등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지금은 영양과잉, 운동부족에 의한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의 대사성증후군와 순환기 장애 그리고 평균 수명의 증가에 따른 노인성 질환이나 종양 등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서평을 핑계 삼아 몇 마디 더 추가한다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건강을 해치는 최대의 적은 습관적이고 강박적인 경쟁심과 그에 따른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와 해소되지 못하는 만성적인 피로, 정서적인 삭막함과 그에 따라 부수적으로 이어지는 흡연과 음주 습관 그리고 운동부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운동부족이 만성질환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 생활에서는 사실상 마음 놓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하며 환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도시 생활에서 마음 놓고 창문을 열어 놓고 살 수 있는 실정도 아니다. 화초와 흙 길이 좋다는 것은 알지만 주변에서 화분 하나 채울 흙도 구하기가 쉽지 않고 여유 있게 산책할 공원이나 숲도 마땅치 않다.
한 시간이 더 소요되는 긴 출근 시간에 쫓겨서 아침을 거르거나 커피와 빵 한 조각으로 대신하고 점심은 구내식당이나 주변에서 부실하게 해결하고 지친 몸으로 늦게 귀가하면 허겁지겁 과식할 수밖에 없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은 더욱 어렵게 된다. 물질적으로 이전에 비하여 제법 풍요하게는 되었으나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유지하는 것은 더욱더 멀게만 느껴진다.
게다가 예전에는 조그만 주전자에 커피 한 봉지를 타서 하루 종일 마시면서 그것도 너무 쓰다고 여길 때가 있었는데 요즈음은 그것을 한 컵에 타서 홀짝 마신다. 위에는 얼마나 부담이 될지. 눈 뜨면 모두 TV나 컴퓨터 아니면 액정 전화기를 사용하는데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눈이 부셔서 노트북 액정을 바로 보지 못하고 모두 종이에 출력해서 읽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 종일 액정을 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우리들의 눈은 얼마나 고달플까?
물론 40대까지는 충분히 참을 수도 있고 미래를 위하여 감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명(知命)의 나이에 접어들 무렵부터는 자신의 건강에 좀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능하다면 마당에 텃밭도 만들어서 야채도 갈아 먹고 화초를 키우면서 교감하며 보살피고, 세월 흐름을 자연에서 느끼면서 조금은 여유와 느긋함을 추구하여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러려면 젊은 시절에는 더 열심히 일해야 할테지만.
해질녘에 숲 속을 들어가면 눈이 편안한 어둠이 오히려 반갑기도 하다.
오늘 따라 밖에서는 전문의이지만 집에 오면 마늘 까고 콩나물 다듬는 집사람이 새삼 고맙다.
감사합니다.
2011년 12월 1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