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라는 교실
-Salman Kahn의 ‘나는 공짜로 공부 한다’를 읽고
어느 봄날 오후 식탁에서 저녁을 기다리면서 아이에게 속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단위 거리를 단위시간으로 미분하면 속도가 되고 다시 단위속도를 단위시간으로 미분하면 단위시간당 속도의 변화율 즉 가속도가 구해진다.”고 말하자 집사람이 “그게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냐?”고 물었다. 산부인과 전문의이고 시쳇말로 고교시절 국영수는 날렸다고 하는 우등생조차도 미적분을 그저 공식에 맞춰 풀 줄만 알았지 그 깊고도 아름다운 뉴튼 역학의 절대시간이나 절대공간에 대한 통일성에 대하여서는 생각할 겨를이 없이 지나 온 것 같았다.
몇 주 전쯤 약리학 강의시간에 우연히 “깨달음과 가르치는 것 이상의 큰 기쁨은 없으며 우리들이 공부하고 있는 이 책을 펼치면 언제나 즐거움을 느낀다.”고 하자 모두들 웃고 있었다.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들이 이해도 되나 또 한편으로는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그저 점수에만 연연해온 학생들의 지식체계가 너무 부실하고 구멍투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후배 감염학교수가 20분간 자료를 정리해 와서 발표를 한 학생을 보고 “네가 발표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보라.”고 하자 “그런 것을 가르쳐 주는 학원이 없어서 배우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황당해 했다.
살만 칸의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를 읽으면서 우리들의 교육 체계가 흘러온 역사와 배경 그리고 현재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과 가능한 개선책과 대안들에 다시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나의 기본 교육철학은 단순하고 지극히 개인적이다. 나는 내가 배우고 싶었던 방식으로 가르치고 싶었다. 즉, 학생들에게 순수한 배움의 기쁨, 우주의 이치를 이해할 때 겪는 흥분을 전달하고 싶었다. 수학과 과학의 논리뿐 아니라 아름다움도 전해주고 싶었다.”
정말로 공감이 가고 진정으로 가르침을 사랑하는 저자의 모습이다.
“나는 학생들이 하나의 수업과 다음 수업 사이의 연관성과 진행을 보게끔 돕고 싶었다. 단순한 정보의 습득에서 한 번에 하나씩 개념을 흡수하며 진정한 통달의 경지로 발전할 수 있는 직관을 연마하게끔 돕고 싶었다. 한마디로 나는 흥분을 되살리고 싶었다. 능동적 학습 참여와 이에 따르는 자연스러운 흥분, 기존의 커리큘럼이 때로 억압하는 듯한 흥분을.”
매우 공감이 가는 내용이고 나 또한 지난 오랜 세월 동안 점수나 진급 그리고 깊이 있는 이해와 지적 체계의 진실한 내면화를 위한 노력과 갈등 속에서 번민하였던 학부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질문과 발표를 포함한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는 열정과 태도는 하루아침에 구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아주 어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적극적으로 격려해주고 부추겨 주어야 한다.
사실 완전학습의 개념은 아마도 1970년대 초, 중학교 시절에 문교부에서 ‘완전학습 시리즈’를 출간해서 한 때 학생들에게 판매가 된 적이 있었으나 그 때는 너무 불필요하게 읽어야 할 분량이 많아서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 살만 칸이 제시하는 유튜브를 사용한 학습 방법은 이러한 불필요한 예시나 지시문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무엇보다 1:1의 교육효과를 최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이며 또한 전 세계의 다양한 교육 또는 사회 환경에서도 비교적 접근성이 양호하며 경제적이라는 데에 매우 강력한 장점을 갖춘 교육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각기 다른 다양한 분야의 낱낱의 지식들이 쌓여서 어느 순간 융합에 성공하면 그 지식체계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살아서 움직이며 그러한 각고의 노력 후에 얻는 성취의 희열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음의 지난한 학문과 연구의 과정을 참고 수행해 갈 수 있는 강력한 추진력과 끈기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재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상업화된 사교육의 선행학습과 어쩌면 반쯤은 포기해버린 공교육의 책임감 속에서 그저 어설픈 지식의 조각이나 아니면 잘 요리되고 포장된 입에 맛는 몇 가지 상품화된 지식의 파편들에 만족하면서 진정한 학문과 배움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박탈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든다.
지식의 역사에서 파피루스에 필사한 초기의 필사본은 오늘날 좋은 집 한 채 정도의 가격이었으며 그 후의 목판 인쇄본도 지금으로 따지면 고급차 한 대 값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한국에도 인터넷이 일상화되기 전인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권의 전공서적은 바로 권력의 표상이었다.
나는 이 책이 현재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많은 교육과 배움의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근원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개선하는데 있어서 길잡이가 되는 많은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지식은 계속되며 생각은 흐른다.”
많은 가르치시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감사합니다.
2013년 6월 26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