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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념의 진동과 공명

사념의 진동과 공명

-Chava Alberstein의 앨범 ‘like a wildflower’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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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말로가 휘젓고 지나간 자리에 가을의 서늘함이 살며시 들어섰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더위서 덕분에 이층 거실 처마 앞의 3평 남짓한 베란다에 돗자리를 깔고 텐트형 모기장에서 온밤을 달빛 속에서 잠을 잤다. 바닷가의 파도 소리와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 그림자와 별들이 아름다웠지만 때때로 밤늦게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에 잠을 설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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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Chava Alberstein의 앨범 ‘like a wildflower’을 받고 일주일 동안 아침 저녁으로 이스라엘 음악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한 결과 조금은 귀에 익숙해져 감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히브리어에 대한 지식이 없이 단순히 음의 진동만으로 정서적인 감흥을 얻는데 많은 한계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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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연하게 양자역학과 파동 그리고 물에 대한 글들을 많이 접해서일까 이 앨범을 감상하면서 ‘사념의 진동과 공명’이라는 단어가 늘 생각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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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뜰에 내려서면 조금은 서늘한 기운을 타고 늘 그렇듯이 한 마리의 벌새가 날아와 빨대처럼 뽀죽한 입을 능란하게 내밀어서 하얀 라일락의 꿀을 따고 어디선가 짝을 만난 젊은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와 전나무의 가지에 둥지를 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참새들과 호랑나비 그리고 향나무 그늘속의 바쁜 개미들까지 모두 제각각의 소리를 내지만 하나의 그윽한 음악으로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공명이 바로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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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에서 이스라엘을 거쳐 이집트까지 여행을 계획했다가 실행에 옮기지 못해서 터키나 우즈베키스탄 베네주엘라 등지에서 사막을 겪어 보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의 지방색이나 풍습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상태에서 이스라엘의 음악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삭막한 사막의 흙먼지 속에서 꿋꿋히 서있는 외로운 감람나무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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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앨범이 발매된 1975년이면 고교 2학년 시절이었다. 그때쯤 친구가 Joan Baez를 소개했다. 나는 그 이름에서 아마도 그녀는 영국인과 스페인계의 부모를 두었을 것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Chava Alberstein은 1947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4살 때 이스라엘로 이주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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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항선 기관사 시절, Longview에 사시던 Elsie Y. Adolf라는 미국 할머니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갔을 때 창가에 매달려 있던 화분을 가리키며 이것이 ’wandering Jew’라는 식물인데 줄기를 잘라서 심으면 어디서건 다시 잘 자란다고 설명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줄기 몇 개를 얻어서 배의 침실 창가에서 키우다가 집에 까지 가지고 온 적이 있었는데 Chava Alberstein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방랑하는 유태인의 애수와 비애가 묻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또한 한편으로는 연약하지만 곱디고운 길가의 야생화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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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 숲속의 산책로에 들어서면 이제는 매미의 끓는 듯한 시끄러움 보다는 귀뚜라미의 차분한 음색이 더 짙어진 것 같다. 아내가 내미는 한 잔의 차에서 마음을 느끼고 그 사념의 진동에 공명을 하면 그 기억은 오랜 세월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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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 rosemary 한포기가 넓직히 자리를 잡고 가을 햇살에 풍성한 향을 보내고 있다. 1983년 멕시코 Mazatlan(마사틀란)의 해변을 걷다가 더위에 지쳐서 지나가는 버스를 탔는데 옆에 금발의 조그만 여학생이 앉았다. 어디서 왔냐고 묻자 El Paso에서 왔고 이름은 Rosemary라고 했다. 금빛 솜털이 콧수염처럼 송송난 모습이 귀여운 여학생이었다. 얼마쯤 가서 내려야 한다고 했고 작별인사를 했다. 차에서 내려선 그녀는 내가 뒤돌아보자 양팔에 수박을 얹은 채로 한참 동안 두 손을 흔들고 있었다. 큰 수박이 너무 무겁겠다는 생각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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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지만 강인한 한 여성이 묻는다. “모든 사람에게 신이 지어준 이름이 있다면, 그가 우리에게 명한 사랑과 자비의 흔적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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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12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