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로 처져있다고 해서 한화의 전력까지 꼴찌인 것은 아니다. 전력 자체는 오히려 리그 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다. 100억을 넘는 평균 연봉(102억 1000만 원)이 그를 증명한다. 그동안 아낌없는 투자로 돈성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던 삼성(81억 8600만 원)보다 높은 것은 물론이고,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기록이기까지 하다.
그저 돈만 들이부은 게 아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투입되어 4번의 완투와 3번의 완봉을 기록한 로저스를 20억(170만 달러)에 잡았고,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츠에서 주전 포수로 뛴 경험이 있는 로사리오도 15억(130만 달러)이나 주고 불러들였다. 여기에 84억의 김태균을 시작으로 70억의 정근우, 67억의 이용규, 84억의 정우람 등이 가세한 상태다. 4년간 들인 돈은 무려 600억을 넘는다.
당장 21일 롯데 전 한화 선수들의 몸값부터 따져보자. 1번 타자 하주석 3200만 원, 2번 타자 이용규 7억, 3번 타자 정근우 7억, 4번 타자 김태균 16억, 5번 타자 김경언 2억, 6번 타자 최진행 1억 8천500만 원, 7번 타자 로사리오 15억, 8번 타자 신성현 3700만 원, 9번 타자 허도환 7500만 원 등이다. 선발로 나선 이들의 연봉 총합은 38억 8500만 원으로 평균은 4억 9백만 원에 달한다.
투수도 다르지 않다. 선발 김민우 3800만 원, 송창식 1억 6천만 원, 박정진 3억, 윤규진 1억 7천만 원, 권혁 4억 5천만 원, 정우람 12억 등이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의 연봉 총합은 23억 1800만 원으로 평균 3억 8천634만 원이다. 여기에 1회부터 빠진 3800만 원의 김민우와 7500만 원의 허도환을 제외하면 평균 연봉은 타자 4억 1천777만 원, 투수 평균 연봉은 4억 5천6백만 원으로 오른다.
흔히 얘기하는 ‘공은 둥글다’는 말처럼 몸값이 실력을 대변할 수는 없는 일이다. 거액의 연봉을 받고도 그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선수도 많다. 오히려 적은 연봉으로도 고액 연봉자 못지않게 활약하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선수의 몸값이 그 선수의 가치를 측정하는 척도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만한 대가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 한화를 상대하는 롯데의 자만이 지나쳤다.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 경기에서 롯데는 1회부터 대거 다섯 점을 뽑아내자 스스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화 선발 투수 김민우가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송창식으로 교체되자 일종의 측은함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불쌍하니 적당히 하자는 마음도 없지 않았으리라.
한화 송창식은 대전에서 열렸던 지난 14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선발 김용주에 이어 1회 투아웃부터 투입되어 5회까지 4.1이닝 동안 무려 90개의 공을 더지며 12실점(10자책)을 했었다. 그날 송창식이 맞은 9개의 피안타 중에서 홈런이 4개나 차지했다. 그런 송창식이 일주일 만에 또다시 거의 똑같은 상황에 등장했으니 아무리 상대편이라 해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결국, 롯데가 이 경기에서 얻은 점수는 1회에 뽑은 5점이 전부였다. 1회 송창식으로부터 2점을 더 얻어내기는 했으나 2회부터는 힘을 쓰지 못하고 무기력으로 일관했다. 어려운 상황에 등판해서 팀을 패배 이기로부터 구해낸 송창식을 칭찬해야 하지만, 프로답지 못하게 상대를 얕잡아본 롯데 타자들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공격뿐만 아니라 마운드 운용도 문제였다. 롯데는 한화의 타선을 무시한 나머지 위력적이지 못하고 밋밋한 공을 던지던 선발 박세웅의 교체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질질 끌었다. 결국 5:4로 쫓기던 5회 김태균과 김경언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급하게 김성배를 올리기는 했지만 이미 불붙은 한화 타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자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해야 한다. 사자에게는 한낱 한 끼 식사에 불과할지라도, 토끼 입장에서는 생과 사가 걸린 일이기에 죽을힘을 다하기 때문이다. 사자 역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토끼를 잡을 수 없게 된다. 롯데 입장에서는 꼴찌 한화가 만만해 보였을지 몰라도, 몸값으로 보나 선수들 면면으로 보나 한화는 롯데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