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 아니 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그저 기억에 의지한 채 지나간 날들을 더듬어볼 뿐이다. 그나마도 기억이 남아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세월이 흐를수록 옅어지는 기억은 언젠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억은 짧고 기록은 영원하다고 했던가. 추억할 거리가 많은 사람처럼 부러운 것도 없다.
그동안 영화표도 추억의 일부라 생각하고 착실히 모아왔었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본 영화라는 사실 자체가 내 인생에서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추억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 소중히 모아왔던 영화표들을 모두 정리해 버렸다. 영화를 일 년에 한 두 편 정도 볼 수 있었던 시절과 달리 한 달에도 여러 편 보다 보니 늘어나는 영화표들을 감당할 수 없게 된 탓이다.
그런 결정을 내린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간이 영수증처럼 발행되는 영화표들이 모두 획일화되어 개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추억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흔해졌고 소중히 간직하기에는 지나치게 사소해졌다. 추억이 담긴 영화표라기 보다는 그저 극장에 갔다 왔음을 증명하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해 보이기도 한다.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만드는 변화다.
그나마 포토 티켓이 있어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었다. 전면에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넣으면 측면에 영화표에 대한 정보가 함께 출력되어 입장권을 대신하는 형식이다. 여기에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넣어도 되지만 영화 포스터를 얹을 경우에는 완벽한 영화표가 되기도 한다. 인화지에 출력된 사진이니 액자에 넣어서 간직해도 된다. 처음 포토티켓을 만들었을 때 받은 걸쳐 쇼크(문화 충격)로 인해 한동안 흥분했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문제도 없지 않았다. 영화정보가 너무 작은 깨알 정도의 크기였으므로 입장권 검사하는 직원으로 하여금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사진에 따라서 검사하는 직원도, 검사를 받는 손님도 서로 무안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포토티켓을 처음 보는지 생소해 하는 직원도 있었다. 또한, 초기에는 무료로 제공되던 포토티켓이 시범 기간을 마치고 1,000원짜리 유료로 전환되면서 다소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새롭게 변신한 포토 티켓은 이전과 또 달랐다. 사진 전용 인화지가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제작되므로 보관에도 용이할 뿐 더러 무엇보다 영화표와 관련된 내용이 사진이 아닌 포토티켓 뒷면에 단독으로 찍혀 나온다는 점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앞면이 포토 스티커이고 뒷면은 영화표인 셈이다. 검표 직원에게 사진 부분을 보여줄 필요없이 영화표 부분만 보여주면 되니 서로 난감해 할 필요도 없다.
그래도 가격이 천원이라는 점은 여전히 불만이다. 영화 값도 많이 올랐는데 이 정도는 염가로 하던가 무료로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그나마 인화지였을 때보다는 가격에 대한 저항이 적은 게 사실이기는 하다. 평소보다 특별한 날 이벤트로는 괜찮아 보이는 아이템이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