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옛맛을 잃고 밍밍해진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옛맛을 잃고 밍밍해진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나의사랑나의신부2

인생에서 늦어도 무방한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결혼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이다. 흔히 결혼을 무덤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대부분의 남자가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사실은 여자가 변할까 봐 또는 버림받을까 봐 두려워서 결혼하는 것이다.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발악에 불과하다 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하지만 대부분의 미혼 남녀들은 결혼이 곧 사랑의 완성이라고 믿는다. 헤어지지 않고 언제나 곁에 두고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애 기간 동안 헤퍼진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그동안 모텔에 들인 돈으로 집 한 채를 사도 샀겠다며 둘만의 보금자리를 원하기도 한다. 어쨌든 인생에서 한 번은 해볼 만한 게 결혼이기는 하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다 보면 물리고, 아무리 좋은 노래도 매일 듣다 보면 질리듯이 결혼도 그렇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섞던 살도 시큰둥해지고 같이 있기만 해도 좋던 시절이 지나고 나면 꼭 이 여자 혹은 이 남자와 결혼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도대체 뭐가 좋아서 이 사람을 선택했는지 곱씹어 보기도 한다. 서로에게 조금씩 틈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말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최진실과 코믹 연기의 대가 박중훈이 주연을 맡았던 ‘나의 사랑 나의 신부'(My Love, My Bride, 1990)가 25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조정석과 신민아에 의해서다. 원작을 기억하는 커플들에게는 지난날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일 것이고, 원작을 모르는 커플들에게는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가 될 수 있겠다. 

말하자면 나는 전자에 해당한다. 원작을 꽤나 재미있게 봤기에 이번 작품에 대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의리로라도 봐줘야 할 것만 같은 일종의 의무감을 느낀 것이다. 원작에 충실하기만 하다면 최소한 기본은 할 것이라는 판단도 없지 않았다. 마침 요즘 극장가에 볼만한 영화도 없고 하니 간판이 내려지기 전에 보고 오자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영화는 영민(조정석)이 미영(신민아)에게 청혼을 결심하는 시점부터 시작해서 출근하다 말고 바지를 내리거나 밥 먹다 말고 팬티를 내리는 등 오로지 섹스를 하기 위해서 결혼한 듯한 신혼 시기를 지나 서서히 애정이 식으면서 찾아오는 권태의 모습 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는 4년 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 판타지 소설처럼 지나치게 과장하지도 않고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를 탓해야 할지 아니면 세월을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워할 수 없는 남자와 사랑스러운 여자의 만남이라는 점은 원작과 같지만 뭔가 허전하고 어딘지 어색하다.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원작에 대한 기억이 또렷하지 않아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듯 맹맹하고 싱겁기만 하다. 재미있는 코믹영화가 상투적인 멜로영화로 둔갑한 때문일 게다.

전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대를 반영했다는 점이다. 원작이 개봉한 1990년에 비하면 무려 25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만큼 우리 사회도 살만해진 게 사실이다. 원작에서는 가난한 신혼부부가 주인공이었다면 이 영화는 가난한 신혼부부라기 보다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신혼부부에 속한다. 아무래도 그 시절 연애방식과 현재의 연애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또한, 1990년 당시 66년생의 박중훈이 25살이었고 68년생의 최진실이 23살이었던 것과 달리 2014년 현재 80년생인 조정석이 35살이고 84년생의 신민아는 31살이다. 아무래도 알콩달콩한 부분에서는 20대 부부의 모습을 그린 전편을 따라잡기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신민아는 충분히 사랑스러웠던 반면 조정석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수지를 전 국민의 첫사랑으로 만들었던 ‘건축학 개론'(Architecture 101, 2012)에서 재수생 납득이로 출연하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던 조정석이지만 다른 작품에서는 그때만큼 임팩트있는 연기를 보여주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 이 영화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그런 연기로 일관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의 이미지가 코믹 캐릭터로 굳어질까 염려하는 듯한데 뭔가 착각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의 전성시대'(2012)와 ‘이웃사람'(2012) 등을 통해서 험악한 이미지로 굳어졌던 김성균이 ‘응답하라 1994′(2013)를 통해서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작품마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또한, 코믹한 이미지의 박중훈도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를 통해서 기존의 이미지를 버리고 연기파로 변신하기도 했었다. 이미지 변신이란 게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바꿔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2014)
멜로/로맨스, 코미디 | 한국 | 111분 | 2014.10.08 개봉 | 감독 : 임찬상
출연 : 조정석(영민), 신민아(미영), 윤정희(조연승)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