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안 되는 영어 말문, 나는 한국에서 튼다!

영어말문3

신이 만들고 인간이 다듬은 땅이라는 터키를 다녀와서 굳게 다짐한 일이 있었다. 다음번 외국에 나올 때는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교재도 몇 권 샀고 매직 토크라는 어학기도 장만했다. 하지만 영어 실력은 여전히 제자리였고 지난해 독일에 갈 때는 몇 년 전과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결국,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또다시 숙제로 남게 되었다.

흔히 영어에는 왕도가 없다고 말한다.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은 없으니 처음부터 차근차근 밟아가라는 말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처럼 쉬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가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 그리고 그에 들이는 노력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고 하는 일명 ‘영절하’가 바람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제목처럼 영어를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영어는 공부해야 할 학문이 아니라 익혀야 할 언어이기 때문에 공부처럼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은 생활 속에서 영어를 노출시키는 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저녁에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영어에만 노출시키면 언젠가 영어가 몸에 배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런 방법이 좋다, 저런 방법이 효과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영어라면 지긋지긋한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아무리 해도 도통 늘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자유여행을 꿈꾸던 사람들도 영어라는 언어의 벽에 가로막혀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따라다니는 패키지가 차라리 속 편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는 사이 또 하나의 영어 교재가 나왔다. ’10년째 안 되는 영어 말문, 나는 한국에서 튼다!’는 다소 허풍 섞인 제목의 책이다. 제목에서 허풍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던 것은 지금껏 나온 모든 책들도 같은 주장을 했었기 때문이다. 마치 시골 장터 약장수가 외치는 ‘ 이 약 한 번만 잡숴봐’ 하듯이 다른 책들도 그 책만 있으면 영어를 할 수 있게 되리라는 희망만 심어주고는 절망만 남겨놓곤 했던 것이다.

그나마 이 책은 다르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무조건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 원리가 담겨 있으므로 응용이 가능하도록 해준다는 점이었다. 그동안의 교제들은 기본형과 예시를 늘어놓고 무조건 암기를 강요한 데 비해서 이 책은 암기보다 이해를 먼저 내세웠다. 10년 동안 영어를 배워왔으면서도 말문이 트이지 않았던 것도 이해하기보다는 외우려고만 했던 암기식 교육의 폐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동안 영어가 어려웠던 것은 우리말과 어순이 다르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선입견도 버리라고 한다. ‘I Studied English with my friend at my house for three hours yesterday’라는 문장을 ‘나는 어제 내 친구랑 집에서 세 시간 동안 공부했다’로 해석하기 위해 왔다 갔다 해야 했지만 그러지 말고 ‘나는 공부했다 / 영어를 / 내 친구랑/ 내 집에서 / 세 시간 동안 / 어제’와 같이 영어식으로 하라는 말이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입에서만 맴돌 뿐 입 밖으로 내기가 힘들었던 것은 어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기도 했었는데 이 책에서 제시한 대로 우리말을 영어식으로 나열하니 한결 부담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부정관사로 쓰이는 a와 the의 사용법도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하니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우화 형식인지라 이런 구성에 익숙하지 않다면 책의 내용이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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