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승용차라면 당연히 기아를 대표하는 ‘K5’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경차 ‘모닝’이 현대 ‘아반떼’와 ‘쏘나타’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판매대수를 기준으로 모닝은 6,757대가 팔려 8,738대의 아반떼와 7,928대의 쏘나타의 뒤를 잇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에서 3위이자 기아자동차 중에서는 1위의 판매 실적이다.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하는 또 다른 경차인 레이는 2,255대가 팔려 전체 19위이자 기아자동차로는 모닝(전체 3위), 올 뉴 쏘렌토(전체 4위), 더뉴 스포티니R(전체 9위), 올뉴 카니발(전체 10위), 봉고3 트럭(전체 11위), K3(전체 12위), 더뉴 K5(전체 13위)에 이어 8위에 해당하는 판매 성적을 거두었다. 기아자동차 중에서 모닝이 가장 많이 팔린다는 점도 의외지만 레이가 비교적 선전하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레이는 특이한 구조를 자랑(?)하는 차량이다. 국내 차종으로는 보기 드문 박스카 모양새인 데다 배기량 1000cc에 불과함에도 비교적 넓은 실내 공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차라고 무시하던 사람도 막상 레이를 타보고 나면 그 넓은 실내 공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로 인해 레이와 비슷하게 생긴 닛산 큐브를 경차로 오인하는 일도 벌어지곤 한다.
겉모양만큼이나 실내도 아기자기하다. 일반적으로 승용차 기어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데 비해서 레이는 앞쪽 핸들 오른쪽에 있다. 아래에 있을 경우 아무래도 운전석과 조수석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명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아기자기하게 모여있는 각종 버튼들도 보기에도 좋거니와 조작하기에도 좋았다.
레이는 실내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른 차와 다른 형태로 제작되었다. 조수석 앞문과 뒷문 사이에 기둥을 없애고 뒷문을 카니발처럼 슬라이딩 도어로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앞문과 뒷문을 동시에 열게 되면 무척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공간으로는 유모카나 휠체어는 물론이고 웬만한 짐들도 싣고 내릴 수 있다. 천정이 높기에 적재할 수 있는 공간도 그만큼 넓어진다.
앞문과 뒷문 사이의 오른쪽 기둥이 없다 보니 안전벨트의 모양새가 요상해졌다. 기둥이 아니라 조수석 오른쪽 상단에 안전벨트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무심코 기둥 쪽으로 손을 뻗쳤다가는 잡히지 않는 안전벨트로 인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안전벨트가 없는 차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몇 번 하다 보면 익숙해질 일이지만 처음에는 무척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레이는 경차지만 경차처럼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차체를 크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지붕 높이를 높여 다른 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아니 지붕을 나란히 했다. 높아진 지붕으로 인해 타고 내릴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아서 좋기도 하거니와 그 높아진 공간을 활용해서 수납공간까지 갖추어 놓았다. 다만 수납공간이 생각보다 깊으므로 도대체 무슨 용도로 써야 할지는 다소 고민이 필요하다.
레이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뒷좌석이다. 가운데 부분에 수납할 수 있도록 홈이 파여있는 것은 좋은데 고정형이다 보니 사람이 앉을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다. 특히, 왼쪽으로 이동하려면 한 번쯤 엉덩이를 튕기고 들어가기 마련인데 잘못하면 꼬리뼈에 심한 통증을 느낄 수도 있게 된다. 4명 이상은 절대 타지 말라는 말인지 아니면 사양이나 옵션에 따라 다른지는 몰라도 아무튼 이해하기 힘든 구조였다.
주행 성능도 비교적 만족스럽다. 하지만 차체가 가볍다 보니 노면 소음이나 충격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멀미도 느낄 수 있으므로 고속 장거리 주행보다는 시내 주행에 적합해 보인다. 레이에서 가장 큰 불만은 승차감인데 시트가 허접해서 앉아있기 힘들다. 잠깐 쓰고 말 차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돈을 들여서라도 시트는 개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