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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그리고 바다로 간 산적

해적8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손님이 몰리는 집 주변 식당에 대한 반응은 둘로 나뉘기 마련이다. 그 집만큼은 아니어도 그 집에 가려다 발걸음을 돌린 사람들로 인해 다른 집도 같이 번성하는 것이 하나이고, 오로지 그 집에만 사람이 몰리는 통에 인근의 다른 집은 파리만 날리는 것이 다른 하나다. 이런 경우 다른 집 앞으로 대기줄이 늘어서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집 영업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손예진과 김남길이 주연을 맡은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바라보는 시각은 후자에 가까웠다. 매일마다 한국 영화 흥행사를 다시 쓰고 있는 ‘명량'(ROARING CURRENTS, 2014)이 블랙홀처럼 관객들을 빨아들이는 통에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훗날 한국 최고 흥행영화에 맞짱 뜨다 장렬하게(?) 전사한 저주받은 명작으로 기억하게 될런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우려는 2014년 여름을 강타한 한국영화 빅4 중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 ‘군도'(KUNDO : Age of the Rampant, 2014)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7월 23일 개봉했던 ‘군도’는 첫날 551,843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일주일 만에 360여만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지만 7월 30일 ‘명량’의 등장과 함께 급격히 관심에서 멀어지기에 이르렀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8월 6일 모습을 드러냈다. 김남길이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고 해적 두목 역을 맡은 손예진의 연기변신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었다. 그러나 ‘괴물'(The Host, 2006)을 넘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으로도 모자라 기어코 ‘아바타'(Avatar, 2009)의 최고 흥행 기록까지 깬 ‘명량’을 상대하기에는 무척 벅차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더구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 진지한 내용의 정극이 아니라 가벼운 코믹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대감도 줄어든 상태였다. 손예진-김남길이 등장하는 코믹영화라는 사실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바다로 간 산적에 대한 내용의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떠돌면서 빅4 중에서 가장 처참한 성적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지존 자리를 차지한 ‘명량’의 뒤를 이어 이인자 자리에 오른 영화는 강동원-하정우의 ‘군도’도 아니고, 김윤석-박유천의 ‘해무도 아니었다. ‘명량’의 높은 파고에 멀미만 하다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보였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었다. 22일 오전 6시를 기점으로 500만을 돌파하면서 470만의 ‘군도’와 110만의 ‘해무’를 가뿐하게 제쳤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이런 기적에 가까운 이변은 오히려 코믹이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겠다. 빅4 중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은 이 영화가 유일했고 ‘군도’와 ‘명량’과는 또 다른 재미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허접하다는 의견과 상당히 재미있다는 의견으로 엇갈리지만 어쨌든 흥행성적만 놓고 보면 일단 성공한 영화로 인정해도 되겠다.

이 영화의 흥행요인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유해진이라는 배우다. ‘명량’에게 물 먹고 산에서 실종될 뻔한 영화를 이만큼 살려낸 것도 유해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영화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주인공은 손예진과 김남길이지만 사실상 유해진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전우치'(Jeon Woochi : The Taoist Wizard, 2009)의 초랭이에 비해 다소 약한 감이 없지 않다.

손예진의 다소 파격적(?)인 연기변신은 비교적 볼만한 편이다. 여전히 예쁘기에 손예진 팬이 아니어도 그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남길의 연기도 기대했던 대로다. 그렇지만 ‘해적’이라는 동일한 소재의 한계인지 아니면 의도적인지 알 수 없지만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에서 조니 뎁이 맡았던 잭 스패로우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당연히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자랑한다. 역사적인 사실과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지만 여말선초 시기를 배경으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또한, 명품 배우들의 총출동도 볼만한 부분이다. 유해진을 비롯해서 오달수, 박철민, 조달환, 조희봉, 정성화, 안내상, 신정근 등 초호화 조연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있다. 스토리와 캐스팅으로 보면 ‘해적’이 빅4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 할 만하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모험, 액션 | 한국 | 130분 | 2014.08.06 개봉 | 감독 : 이석훈
출연 : 김남길(장사정), 손예진(여월), 유해진(철봉), 이경영(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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