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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실험용 원숭이의 반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실험용 원숭이의 반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혹성탈출2

진화론을 믿는다면 유인원도 사람처럼 진화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꾸준히 진화하다 보면 인간이 그랬듯이 언젠가는 발달한 개체가 탄생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반대로 창조론은 무책임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보이지도 않는 존재인 신이라는 이름으로 단순화하기 때문이다. 둘 중의 어느 것을 지지하든 개인의 자유지만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다.

어릴 적 보았던 찰턴 헤스턴 주연의 ‘혹성탈출(Monkey Planet , Planet Of The Apes, 1968)’이라는 영화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진화를 거듭한 유인원과 퇴보를 거듭한 인간의 입장이 정반대로 달라져 있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유인원을 피해 도망가고, 유인원은 인간을 가축처럼 부리고 있었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듯, 그들은 그들의 별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정체 모를 행성에 불시착한 주인공 테일러는 지구와 달리 유인원들이 인간들을 지배하는 행성의 정체가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인간은 진화하지 못하고 유인원만 진화하여 지구와는 정 반대의 환경이 되었는지 말이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이라고 생각했던 그곳은 바로 테일러가 돌아가려고 하던 지구였다. 영화 말미 땅속에 파묻혀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그를 증명한다.

1968년 ‘혹성탈출’이 미래를 그린 영화라면 2011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1)’은 현재를 그린 영화다. 어쩌다가 유인원이 지구를 지배하게 되고, 인간이 유인원들을 피해 다니게 되었는지 처음부터 설명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보면서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년 만에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이 나왔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사이 인류는 멸망 단계에 들어섰고 유인원들은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놓았다. 전작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시저가 꿈꾸던 왕국이 건설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간과 유인원은 서로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불안한 동거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몰락해 가고 있는 인류로서는 유인원들을 상대할 힘이 없었고, 숲에서 평화를 누리던 유인원들로서도 자신들의 세계에 만족해했다. 굳이 서로를 건드려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에너지난이 심각했던 사람들로서는 유인원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의 댐을 통해서 전력을 공급받고 싶어 했다. 서로 간의 불안했던 동거는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

2011년작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이 ‘원숭이 행성의 등장’이라는 원래 의미를 제대로 살렸다면 이번에 개봉한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역시 ‘원숭이 행성의 여명’이라는 본래 제목의 의미를 제대로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실험용 원숭이였던 시저의 반란으로 원숭이가 행성의 일부를 차지할 수 있었고 인류와 싸워 이김으로써 행성을 지배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후편을 예고하면서 끝을 맺는다. 인류와의 본격적인 전쟁을 암시하면서 그때에야 비로소 원숭이들의 행성이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를 원하지만, 결코 인간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시저의 마지막 말이 의미심장하다. 다만, 사람보다 원숭이가 주인공이다 보니 시저의 존재가 초인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부분은 아쉬운 일이다. 무리수는 또 다른 무리수를 낳는 근원이 되는 까닭에서다.

‘혹성탈출’에서 ‘혹성(惑星)’이라는 단어는 일본식 표현으로 부정확한 표현이라 하여 현재는 쓰이지 않는 말이다. 대신 스스로 움직이는 별이라 하여 ‘행성(行星)’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혹성탈출’을 ‘행성탈출’이라고 하면 왠지 어감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행성은 과학적으로 존재하는 별인 데 비해서 혹성이 어딘지 모르는 미지의 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 아닐까.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액션, 드라마, SF, 스릴러 | 미국 | 130분 | 2014.07.10 개봉 | 감독 : 맷 리브스
출연 : 앤디 서키스(시저), 게리 올드만(드레퓌스), 제이슨 클락(말콤), 케리 러셀(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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