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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20년 친구가 연인으로… 원 데이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20년 친구가 연인으로… 원 데이

원데이2

상처받은 사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오직 섹스뿐이라고 주장하던 영화 ‘러브 앤 드럭스(Love And Other Drugs, 2010)’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 결심했던 것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에서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 나왔던 앤 해서웨이(Anne Hathaway)의 영화를 다시는 보지 말자고 하는 것이었다. 여주인공의 이름만 보고 선택한 영화였었는데 그만큼 실망도 컸던 수준 이하의 영화였던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 데이(One Day, 2011)’라는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개봉되기 전부터 화려하게 장식된 수많은 찬사들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전 영화 ‘러브 앤 드럭스’와는 달리 영국 작가의 소설 원작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으니 스토리의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도 평이 좋길래 영화를 보고 나서 괜찮으면 소설까지 읽어볼까 싶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불길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평점을 조작할 목적으로 활동하는 일명 댓글 알바들의 존재가 문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네이버 영화에서 이 영화에 대한 평점은 지나치게 높은 편이었다.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쓰레기 영화 ‘제7광구(SECTOR 7, 2011)’도 초기에는 상당히 높은 평점으로 시작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러한 불길함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기도 했다.

평소 네이버 영화의 네티즌 평점을 믿지 않고 있었지만, 엄연히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이라는 사실에 희망(또는 합리화)을 걸고 예매하기에 이르렀다. 영화 같지도 않았던 영화 ‘러브 앤 드럭스’의 앤 해서웨이 영화가 아니라 영국 소설가 데이비드 니콜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라는데 의의를 두기로 한 것이었다. 게다가 20년간 7월 15일을 소재로 하고 있다고 하니 다른 로맨스 영화와는 다르게 신선한 느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나의 그런 순수한 바램을 무참히 짓밟고 있었다. 수시로 벗어제끼던 ‘러브 앤 드럭스’처럼 야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 영화 못지않게 개연성도 없고 스토리도 밋밋한 그저 그런 영화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댓글 알바들의 실체를 확인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렇다, 낚여도 확실하게 낚인 셈이었다. 영화에 대한 실망보다 댓글에 낚였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더욱 자책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영화는 1988년부터 2006년까지 해마다 반복되는 7월 15일에 대한 영화다. 그날을 ‘성 스위틴 데이’라고 한다는데 그날 비가 내리면 40일 내내 비가 내리고, 반대로 맑다면 40일 동안 아름다운 날씨가 이어진다고 하는 영국 전설이 깃들어 있는 날이라고 한다. 우리로 치자면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단 한 번 만나 슬피 운다는 칠월칠석과 같은 날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소재는 비교적 참신한 편이었다. 해마다 첫눈 내리는 날 만나자는 식의 약속은 뭔가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던가. 올 초 화제의 영화였던 ‘건축학개론(Architecture Introduction, 2012)’에서도 남녀 주인공은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했었고 캐나다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Take This Waltz, 2011)’에서는 무려 30년 후에 만나서 못 이룬 사랑을 이어가기로 약속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날이 좀 묘하다. 두 남녀가 서로 만나기 시작했던 1988년 7월 15일을 시작으로 20년간 7월 15일이 반복해서 그려지지만, 그 사이에 어떤 연결고리를 도무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날을 기념하자고 하지도 않았거니와 특별한 일이 있어서 만나는 것도 아니었다. 자막으로 연도를 알려주기는 하지만 그게 꼭 7월 15일이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20년이 아니라 20일이라 해도 크게 다를 게 없을 듯싶었다. 게다가 상투적인 결말은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이러한 실망은 결국 네이버 영화에 처음으로 평점(10점 만점에 1점)을 남기는 사태로 이어지고 말았다. “평점에 낚여서 본 사람으로서 엄청 짜증. 개연성도 없고 감동도 없고 짜릿함도 없고. 앤 해서웨이가 나온 삼류영화 러브앤드러그 보고나서 이 여자 나온 영화 다시는 안보겠다고 다짐했건만 그만 평점에 낚이고 말았네. 안믿었었는데 네이버 알바는 존재하더라는…” 그러니 아무리 네이버 평점이 비정상적으로 높더래도 이 영화를 보고 실망한 당신에게는 결코 잘못이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는 바이다.

원 데이(One Day, 2011)
멜로/애정/로맨스 | 미국 | 107분 | 2012.12.13 개봉 | 감독 : 론 쉐르픽
주연 : 앤 해서웨이(엠마 몰리), 짐 스터게스(덱스터 메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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