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부터 B급의 향기가 난다.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늘 그렇듯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만을 만드는 김기덕 감독의 작품일 것만 같다. 하지만 출연진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김기덕 영화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한 까닭에서다. 한류스타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던 송승헌이 나오고, 성애영화에 많이 나왔던 조여정과 얼굴을 보면 웃음부터 나오게 만드는 유해진도 나온다. 이 영화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주로 ‘파멸’이라는 주제로 영화를 만드는 김기덕과 달리 주로 농도 짙은 영화를 만드는 김대우 감독이라는 이름이 포스터 한켠을 채우고 있다. 2003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각본을 썼고, 2006년 ‘음란서생’과 2010년 ‘방자전’에서는 각본과 함께 연출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의 전작들이 그러하니 그가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벗는 영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생각해 보자. ‘겨울연가’로 욘사마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배용준이 모처럼 스크린 나들이에 나섰던 ‘스캔들’도 그랬고, 한석규를 야설 작가로 둔갑시킨 ‘음란서생’도 그랬다. 이몽룡이 아니라 방자가 춘향이와 놀아나게 만들었던 ‘방자전’도 마찬가지다. 노골적으로 화끈하게 벗기는 영화들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말초신경을 자극시키는 영화였고, 그래서 그나마 삼류의 혐의는 벗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인간중독'(Obsessed, 2014)이라는 제목처럼 작심하고 만든 영화라는 인상이 짙다. 마약이나 알콜이 아니라 인간에 중독되었다는 것은 필히 육체에 중독되었다는 의미일 것이고 육체에 중독되었다는 말은 지독한 사랑이라는 의미보다는 질펀한 섹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마땅한 다른 이름을 찾지 못해 지은 제목일 수도 있으나 그런 아찔한 해석을 노렸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게 만든다.
그런 의도대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고 비수기 수요일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았다. 논란 속에서도 300만과 200만 누적 관객을 돌파한 현빈의 ‘역린'(The Fatal Encounter, 2014)과 류승용의 ‘표적'(The Target, 2014)을 제치고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극장을 찾은 사람들 중에는 최소한 삼류는 아닐 것이라는 송승헌에 대한 믿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전형적인 삼류영화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건질 만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저 벌거벗고 나뒹구는 몸뚱아리가 전부인 영화일 뿐이다. 베트남 참전 용사의 고뇌를 그린 것도 아니고, 이루어질 수 없는 치명적인 사랑에 대한 몸부림을 그린 것도 아니다. 스토리는 진부했고, 연기는 어설펐다. 무리수에 무리수가 이어졌다. 억지로 억지로 이야기를 갖다 붙인 짜집기 흔적이 역력했다.
어쩌면 감독은 그런 삼류 성애소설 같은 내용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보러 온 것이 아니냐고 물을런지도 모른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어느 정도 기대는 했었다. 하지만 이처럼 형편없는 영화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주인공들의 위험한 애정행각이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그려져 있으리라 기대했었다. 아무리 그래도 송승헌이 출연한 영화가 아니던가.
영화의 배경도 따로 놀기는 마찬가지다.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69년을 시대적인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1969년의 어느 군부대라기보다는 동시대의 미국의 어느 군부대를 보는 기분이다. 장교들의 관사는 지나치게 서구적이고 인테리어조차 헐리우드 스타일이다. 마치 멜 깁슨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 ‘위 워 솔저스'(We Were Soldiers, 2002)를 보는 느낌이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위해서였겠지만 그래서 더욱 작위적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연기도 불만이다. ‘방자전’, ‘후궁: 제왕의 첩’ 등에서 과감한 노출도 마다하지 않았던 조여정의 초반 정사신은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었고, 송승헌의 불륜 상대로 출연하는 신인배우 임지연의 불안한 연기는 발연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순수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을지 모르나 전혀 순수해 보이지 않았다는 게 함정. 자꾸 ‘은교’의 김고은과 비교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불만인 건 스토리다. 이유 없이 빠져드는 사랑은 있을 수 있다고 쳐도 21세기에 이처럼 허황된 신파극을 봐야 한다는 건 참을 수 없는 모독이다. ‘캠퍼스 S커플’이라는 삼류영화는 그나마 성인사이트에서 연재했던 삼류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핑계나 댈 수 있었지만, 그래서 공짜로 보고 참을 수 있었지만, 돈 들여 시간 들여 본 이 영화는 도저히 참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게 만든다.
Sean
2020년 12월 17일 at 3:07 오전
영화를.. 글쓴이 수준으로보니 3류가 될 수 밖에..
제대로 경험하지도 못하고 어설프게 인생 달관한거 처럼
막말을 하니 지나가던 사람까지 불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