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은 매력적인 배우다. 특히, 그는 안정적인 목소리 연기가 인상적이다. 다양한 역할로 변신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이 바로 목소리라 할 것이다. 코믹이면 코믹, 멜로면 멜로 그가 소화하지 못할 역할은 없어 보인다. 멜로 전문 배우가 있고, 액션 전문 배우가 있지만, 류승룡은 딱히 하나의 장르로 묶어둘 수 없다.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각기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는 것도 그래서다.
‘최종병기 활'(War of the Arrows, 2011)에서 류승룡은 청나라 명장 쥬신타로 출연했었다. 이듬해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All About My Wife, 2012)에서는 천하의 카사노바 장성기 역을 맡았었고, 같은 해 천만을 넘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Masquerade, 2012)에서는 왕을 보필하는 허균 역을 맡았었다. 다음 해에 출연한 ‘7번방의 선물'(Miracle in Cell No.7, 2012)에서는 6살 지능의 용구로 변신했었다.
그런 류승룡이 또다시 변신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표적'(The Target, 2014)을 통해서다. 이 영화에서 류승룡은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 전직 특수부대 요원으로 나온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터프한 모습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류승룡을 비롯해서 유준상, 이진욱, 김성령, 조여정, 조은지, 진구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 ‘표적’의 출연진들을 살펴보자.
* 액션배우 류승룡?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인물을 꼽으라면 바로 류승룡이다. 그가 액션 배우로 변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끌게 되는데, 역할만 변신한 게 아니었다. 그의 몸도 탄탄한 근육질로 바뀌어 있었다. 그야말로 몸짱 수준이었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 요원 역을 맡은 이 영화에 임하는 그의 마음가짐이 몸에 나타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전작들에 비하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뻔한 카드 유준상
유준상은 대체로 선한 이미지의 배우다. 그가 맡은 배역들도 대부분 그랬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수상한 인물로 나온다. 광역수사대 반장으로 김성령의 사건을 억지로 뺏어가려고 할 때부터 뭔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의 선한 얼굴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제작진으로서는 유준상을 반전 카드로 꺼내들었으나 이미 관객들이 모두 눈치챌 정도로 허술하다는 점은 함은정.
* 민폐 캐릭터로 전락한 이진욱
요즘 여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배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진욱이다. tvN 드라마 ‘나인’을 통해서 많은 팬층을 형성해왔다. 이 영화는 ‘수상한 그녀'(Miss Granny, 2014)에 이어 이진욱의 두 번째 스크린 나들이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이진욱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어리버리한 인물로 민폐 캐릭터에 가깝다. 여자라면 몰라도 남자가 보기에는 답답할 따름이다.
* 김성령이 나오기는 하지만
김성령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원숙미를 자랑하는 배우다. 점점 예뻐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김성령은 의문의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반장 역을 맡아 류승룡 못지 않은 연기 변신을 하였다. 그녀는 67년생으로 69년생의 유준상이나 70년생의 류승룡보다도 나이가 더 많다. 정말이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걸까. 이 영화에서 주연급일 것만 같았던 그녀가 갑자기 사라지는 점도 충격이라면 충격이겠다.
* 노출 없는 조여정이란
‘방자전'(2010), ‘후궁: 제왕의 첩'(The Concubine, 2012)과 같이 주로 노출 연기로만 관심을 받아왔던 조여정이 모처럼 단아한 새색시 역을 맡았다. 이진욱이 맡은 태준의 아내 희주 역을 맡은 조여정은 임산부의 몸으로 납치를 당하고도 납치범을 인간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착한 성품의 소유자다. 하지만 왠지 조여정 답지 못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겠다.
* 연기파로 변신한 진구
다소 삐딱하지만 강한 의협심의 소유자 역을 주로 맡는 진구도 이 영화에서는 파격적으로 변신했다. 류승룡이 맡은 여훈의 동생 역을 맡은 진구는 자기도 모르게 쌍욕을 내뱉는 틱장애자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낸다. 영화를 보면서 여훈 동생 역을 맡은 배우가 정말 진구인지 다시 보게 만들 정도다. ‘마더’에서 원빈의 친구였던 진구가 이제는 원빈처럼 바보 연기를 하고 있다. 연기자로서 성장은 했는데 스토리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 밖에도 주로 발랄한 역할을 맡아왔던 조은지가 김성령 밑에서 충성을 다하는 선머슴 스타일의 여형사로 출연한다. 늘 웃기만 하던 그녀의 웃음기 없는 얼굴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이처럼 출연진은 화려한 편이다. 어떤 면에서는 현빈, 정재영, 조정석, 한지민, 김성령, 박성웅 주연의 ‘역린’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아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영화적인 재미는 크지 않은 편이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하고 어설픈 이유에서다.
표적(The Target, 2014)
액션, 드라마 | 한국 | 98분 | 2014.04.30 개봉 | 감독 : 창감독
출연 : 류승룡(백여훈), 유준상(송반장), 이진욱(이태준), 김성령(정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