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로 낚시질하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어메이징스파이더맨23

지난 2014년 4월 23일 개봉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The Amazing Spider-Man 2, 2014)의 오리지널 포스터에는 ‘MAY 2’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5월 2일에 개봉한다는 말이다. 현지에서는 5월에나 볼 수 있는 이 영화를 한국에서는 무려 열흘이나 먼저 볼 수 있었다. 전 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파격적인 대우 때문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무려 열흘이라니 엄청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는 한국과 관련된 내용도 들어있다. 한인타운에서 촬영이 이루어지기도 했고 화면에 ‘돼지불고기’라는 한글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또한, 스파이더맨인 피터의 여자친구 그웬(엠마 스톤)이 피터(앤드류 가필드)에게 ‘한국 음식에 중독되었다’며 고백하는 부분도 있다. 마치 한국 특집으로 만든 영화인 것만 같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화면에 한식 메뉴 하나가 잠깐 스쳐 지나가듯 노출되었고, 한식을 즐겨 먹는다는 의미의 대사 한 줄이 모두였다. 워낙 잠깐이기에 의식하지 못했다면 그런 장면이나 대사가 있었는지 모를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웬의 졸업을 기념하기 위해 가족 모임을 가진 곳은 온통 한자로 둘러싸여 있는 차이나타운이었고 그곳에서 그웬과 피터가 다투게 되니 분량으로 따지면 한인타운보다 차이나타운이 몇 배는 더 많은 셈이다.

사실 이 문제는 지엽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 어쨌는지는 중요한 문제도 아니다. 스토리 전개와도 상관없고 전체적인 흐름에도 지장이 없다. 그럼에도 한국 관객을 우롱했다고 오버하는 것은 얼마 전 마포대교와 청담대교 그리고 강남역과 상암동 일대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어벤저스2’에 대한 감정 때문이다. 왠지 이용당했다고 하는 불쾌감이 밀려온다.

물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와 ‘어벤저스2’는 경우가 다르다. ‘스파이더맨’은 소니 영화고 ‘어벤저스’는 마블의 영화다. ‘스파이더맨’은 한국과 상관없이 촬영이 이루어졌고, ‘어벤저스’는 한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촬영이 진행되었다. ‘스파이더맨’에서는 한국을 언급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나 ‘어벤저스’는 어떤 식으로든 한국을 영화에 반영해야만 한다. 그러니 두 영화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어딘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벤저스2’의 한국 촬영으로 인해 2조원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영화 촬영 후 연간 관광객 증가 등으로 약 4천억 규모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정부 당국의 눈꼴 사나운 자화자찬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일이겠지만 왠지 김치국부터 마셨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이렇게 삐뚤어진 시각의 잡설이 길어진 것은 역시나 영화가 재미없었던 탓일 게다. 영화보다는 게임과 만화책을 동시에 본 기분이었다. 한 명을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위험 상태로 방치한다는 설정도 그렇고 실의에 빠진 스파이더맨이 몇 개월 나타나지 않자 뉴욕이 온통 범죄로 들끓고 있다는 설정도 그렇다. 아무리 스토리 보다 액션을 위해 보는 영화라지만 공감하기 힘들다. 그러니 돼지불고기와 한국 음식에 대한 언급이 노린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더 모를 일이다. 정말 한국 관객들을 낚아보려고 그랬을까? 설마 어벤저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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