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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영화 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3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염화미소(拈華微笑)’라는 말처럼 아는 듯 모르는 듯 그저 엷은 미소만 짓고 있으면 나름대로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설프게 아는 체하고 나섰다가 망신당하는 것보다 가만히 있는 게 낫기도 하다.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 2014)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그래서 위험부담이 크다. 자칫 무식을 인증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인터스텔라’는 재미없고 지루하게 본 영화 중에 하나다. 아마도 무식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워낙 과학과 수학 과목에 문외한인지라 스토리를 따라가기에 벅차기도 했지만,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웜홀(Worm Hole)과 블랙홀(Black Hole) 이론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는 모든 게 뒤죽박죽으로 보일 뿐이었다.

‘인터스텔라’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먼저 위기의 지구라는 설정과 우주여행이라는 상황을 그린 영화 중에 이 영화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영화로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아마겟돈'(Armageddon, 1998)과 맷 데이먼 주연의 ‘엘리시움'(Elysium, 2013)을 거론할 필요가 있겠다. 지난해 개봉한 ‘그래비티'(Gravity, 2013)는 지구의 위기와는 상관없이 우주 미아에 대한 내용이므로 ‘인터스텔라’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마겟돈’은 텍사스 크기의 거대한 미지의 행성이 시속 22,000마일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위기 상황을 그리고 있다. 지구의 종말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이라고는 행성에 800피트의 구멍을 뚫고 그 속에서 핵탄두를 폭발하게 하여 행성을 쪼개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굴착의 도사들이 행성을 향해 날아가고 인류를 위해 장엄한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엘리시움’은 황폐해진 지구를 버리고 선택받은 1%의 상류층만을 위한 위성에 대한 내용이다. 돈 없고 힘없는 하류층은 지구에 남아 비참한 삶을 이어가는 데 비해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구인 엘리시움에 거주하는 상류층은 아무런 근심이나 걱정 없이 초호화 생활을 누리고 있다. 지구를 저주받은 땅으로 묘사한 부분에서는 ‘인터스텔라’와 거의 흡사한 설정이라 하겠다.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엘리시움’을 떠올렸던 것은 ‘인터스텔라’가 추구하는 세상이 ‘엘리시움’의 그것과 상당히 닯아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스텔라’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장소(우주선이거나 위성으로 보이는)는 마치 ‘엘리시움’의 그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엘리시움’에서 모티브를 얻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엘리시움’이 이미 우주에 떠 있는 인류의 결과를 그렸다면 ‘인터스텔라’는 인류를 우주로 데려가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도 큰 비행선(또는 인공위성)과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을 싣고 우주로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말이다. 그러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웜홀과 블랙홀이라는 이론이 필요하다. 웜홀과 블랙홀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웜홀은 두 시공간이나 동일 시공간의 두 곳을 잇는 시공간의 좁은 통로를 의미한다. 웜홀을 지나 성간여행이나 은하간 여행을 할 때,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우주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도달할 수 있다. 이 때, 블랙홀은 입구가 되고 화이트홀은 출구가 된다. 블랙홀은 빨리 회전하면 회전할수록 웜홀을 만들기 쉽고 전혀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은 웜홀을 만들 수 없다.” (두산백과 중에서)

‘인터스텔라’에서 묘사하는 지구는 저주받은 땅이다. 신선한 식량은 부족하고 공기는 공해와 먼지로 오염되어 있다.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라고 할 수가 없다. 하층민들이 죽지 못해 살아가는 ‘엘리시움’의 지구와 닮았다. 유일한 해결책은 지구를 떠나는 일밖에 없다. 이를 위해 ‘엘리시움’은 엘리시움이라는 낙원을 만들었고, ‘인터스텔라’는 또 다른 별을 찾아 나선다.

쿠퍼(매튜 맥커너히)가 우주선에 몸을 싣기 전인 초반 부분은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저주받은 환경에서 엄마 잃은 두 남매를 보살피는 쿠퍼의 부성애가 강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10살짜리 딸 머피(맥켄지 포이)의 깜찍한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갑자기 초자연적인 현상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급격히 판타지 쪽으로 방향을 튼다. 영화가 실망스러워지는 것은 그때부터다.

초자연적인 힘이 알려준대로 찾아가보니 폐쇄된 줄로만 알았던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비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고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우주로 나가게 된다는 설정부터 시작해서 비현실적인 우연이 남발되고 있다. 그리고는 머피가 귀신이라고 믿었언 부분, 브랜드(앤 헤서웨이)가 우주인과의 접촉을 느꼈다는 장면, 미지의 그들의 이끌림을 받게 된 부분 등 갖가지 복선을 남발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낱 꿰어맞추기에 불과할 뿐이었다.

영화에서는 시간의 왜곡을 통해 미래의 자신이 현실의 자신을 불렀다고 한다. 내가 늘 갖는 의문 중의 하나는 과거로 돌아가서 만난 자신과 현재의 자신, 그리고 미래의 자신이 모두 동일한 인물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개인적으로는 모두 다르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블랙홀에 빠진 매튜가 5차원 세계에서 과거의 자신과 머피를 향해 메시지를 전하는데, 그렇다면 나중에 구조된 120살짜리 매튜는 언제 우주로 떠난 매튜일까 싶다.

또한, 연료를 아끼기 위해 매튜는 우주 미아가 될 각오를 하고 자신이 타고 있던 비행선을 브랜드가 타고 있던 모선과 분리하는데 이 장면은 ‘그래비티’에서 매트(조지 클루니)가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를 살리기 위해 둘 사이를 연결하고 있던 줄을 끊던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장면에서 어찌나 가슴 뭉클하던지 ‘인터스텔라’를 지루해 하는 내가 ‘그래비티’를 개봉관에서 무려 세 번씩이나 본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나름대로 괜찮았다는 평가를 내렸던 ‘엘리시움’은 ‘설국열차'(Snowpiercer, 2013)와 강제로 비교당하면서 120만 관객 동원에 머문데 비해서 과학적 우연의 남발로 극적인 재미가 떨어진다고 본 ‘인터스텔라’는 700만을 돌파하면서 올해 개봉한 영화 중 5위에 올랐다. 게다가 뚜렷한 경쟁작이 없다 보니 다음주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역시 사람이나 영화나 시대를 잘 타고 볼 일이다.

“하지만 화이트홀의 존재가 증명된 바 없고, 블랙홀의 기조력 때문에 진입하는 모든 물체가 파괴되어서 웜홀을 통한 여행은 수학적으로만 가능할 뿐이다. 웜홀(벌레구멍)은 벌레가 사과 표면의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할 때 이미 파먹은 구멍을 뚫고 가면 표면에서 기어가는 것보다 더 빨리 간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름지어진 것이다.” (두산백과 중에서)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2014)
미국, 영국 | 169분 | 2014.11.06 개봉 |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매튜 맥커너히(쿠퍼), 앤 해서웨이(브랜드), 마이클 케인(브랜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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