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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재미의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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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 맛있는 음식이 있는가 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음식도 있다. 영화 역시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영화도 있다.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Captain America: The Winter Soldier, 2014)는 전자에 해당하는 영화였고, ‘노아'(Noah, 2014)는 후자에 속하는 영화였다. 그렇다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은 어떨까?

먼저 이 영화를 다른 두 영화와 비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야겠다. ‘캡틴 아메리카’나 ‘노아’와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해 재미로 보는 영화가 아닌 까닭에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예술영화에 속하는 영화다. ‘캡틴 아메리카’가 버거킹이고 ‘노아’가 맥도날드라고 한다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마카롱이라고 할 수 있다. 우걱우걱 씹어먹는 햄버거가 아니라 우아하게 음미하면서 먹는 그 고급 과자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모두가 좋아할 만한 영화라고 하기는 힘들다. 비싼 마카롱도 그 달달한 맛 때문에 입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듯이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재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려한 영상미와 수많은 미장센에 감동 받았다는 사람과 어수선한 이야기 전개에 실망했다는 사람이 공존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웨스 앤더슨 감독은 재기발랄한 인재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에 유명 배우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하는 것도 감독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전작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2012)만 해도 브루스 윌리스, 빌 머레이, 에드워드 노튼, 틸다 스윈튼, 프란시스 맥도맨드 등이 자원해서 출연했을 정도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도 ‘문라이즈 킹덤에서 나왔던 낯익은 얼굴들을 볼 수 있는데, ‘문라이즈 킹덤’에서 스카우트 대장으로 나왔던 에드워드 노튼이 이 영화에서는 군인 헨켈스로 출연하고, 여주인공의 아빠로 나왔던 빌 머레이가 다른 호텔 지배인 아이반으로 나오며, 사회복지사 역을 맡았던 틸다 스윈튼이 미스터리 살인사건의 주인공 마담 D로 나온다.(틸다 스윈튼은 봉준호 감독의 문제작 ‘설국열차’로도 친숙한 배우다)

특이한 것은 그들의 역할이 자신들의 명성에 비해 그리 묵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80대 노부인 역을 맡은 ‘틸다 스윈튼’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완벽하게 변신한 상태였고, 그나마도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일찌감치 사라진다. 빌 머레이의 경우에도 주인공 구스타프가 탈옥했을 때 도움을 주는 정도의 역할만 할 뿐이다. 유명 배우들을 활용하는 감독의 재기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영화를 보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동유럽 깊은 산중에 숨어있을 듯한 분위기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마치 신선들이 사는 선계에 존재하는 세상인 듯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비록 현재는 망해가는 호텔이라고 해도 화려했던 시절에는 입체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 화사하기 그지없다. 현존하는 호텔이라면 언젠가 가봐야 할 버킷리스트에 올려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장르는 미스터리로 되어있지만 사실상 코미디에 가깝다. 껄껄대고 웃을 정도로 대놓고 웃기지는 않아도 낄낄대는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기발랄한 표현으로 가득하다. 살인 장면조차도 예술로 승화시켰을 정도다. 잔인한 악당도 등장하지만 흉악하지도 않고 밉지도 않다.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다. 결말은 해피엔딩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어두운 마음이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게 된다.

다만, 대사가 너무 많아 자막을 따라가기 벅찬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은 유감이다. 원어로 감상하지 못하는 자신이 야속할 따름이다. 또한, 재미를 위해 이 영화를 찾는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햄버거를 주문했는데 마카롱이 나왔다고 누구나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햄버거를 원하는 이에게는 ‘캡틴 아메리카’가, 마카롱을 바라는 이에게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 2014)
미스터리, 모험 | 독일, 영국 | 100분 | 2014.03.20 개봉 | 감독 : 웨스 앤더슨
출연 : 랄프 파인즈(M.구스타브), 틸다 스윈튼(마담 D), 토니 레볼로리(제로), 시얼샤 로넌(아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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