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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통증과 바꾼 쾌락에 대하여, 뫼비우스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통증과 바꾼 쾌락에 대하여, 뫼비우스

뫼비우스4

거저 얻은 쾌락은 위험하다.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요구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를 얻으면 어느 하나를 잃는 게 세상 이치다. 그 누구도 모두를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쾌락을 선택했다면 그 후에 뒤따르는 고통쯤은 감수해야만 한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MOEBIUS, 2013)’는 이렇듯 쾌락과 통증을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저울질하는 영화다. 그러면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 오르가즘을 얻기 위해 통증을 참을 것이냐 아니면 통증이 두려워 쾌락까지도 포기할 것이냐. 안과 밖을 돌아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뫼비우스 띠처럼 쾌락과 통증은 서로 맞닿아 있다는 주제의식이 비교적 명확하게 드러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주제의식에 따라 이 영화는 쾌락과 통증을 동일 선상에 놓고 진행된다. 아내(이은우)를 두고 다른 여자(이은우)와 살을 섞는 주인공의 아빠(조재현)는 칼을 들고 남편의 성기를 훼손하려 드는 아내로 인해 고통을 받게 된다. 자신의 성기가 잘려나가는 위기는 모면했지만 애꿎게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서영주)의 성기는 지켜주지를 못했다. 아빠가 받아야 할 벌을 아들이 대신 받는 셈이다.

영화는 이렇듯 몸을 함부로 놀린 아빠와 그런 아빠 때문에 상처 입은 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성에 눈을 뜨기 시작한 아들은 미처 피워보기도 전에 거세당한 남성성으로 인해 삐뚤어지고 그런 아들에 대한 죄책감에 아빠는 헌신적으로 아들의 곁을 지킨다. 수술을 통해 스스로 고자가 되고 ‘성기 이식’이라던가 ‘성기 없이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법’을 꾸준히 찾아 아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그중의 하나다.

결국, 아빠는 성기 없이 오르가즘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아내게 된다. 하지만 그 쾌락은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게 되는 위험한 방법이다. 스스로 실험을 통해서 사정에 이르기도 하지만 그 후에 찾아오는 고통에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 오르가즘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댓가인 것이다. 성기를 잃은 자에게는 희소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댓가는 결코 적지 않은 셈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그 소름끼치는 고통에 관객까지도 몸부림치게 될 것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는 모두 두 명이다. 두 여배우 모두 가슴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은우라는 배우의 1인 2역이었다. 이를 통해 부친을 증오하고 모친에 대해 품는 무의식적인 성적 애착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에 대한 표현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그보다는 남편의 성기에 대한 아내의 병적인 집착이 더 큰 탓이다. 결국, 모두가 파국에 이르는 것도 그 때문이지 않은가.

이 영화가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으며 심의가 반려된 것은 아들과 엄마의 근친상간이라는 내용 때문이었는데 그 내용이 없다고 한들(실제로 5분 정도 잘려서야 심의에 통과할 수 있었다) 크게 문제되지도 않았고 그 내용이 있다고 해도 별다르게 문제될 거 같지도 않다. 이에 대한 평가는 말로 듣는 것보다 직접 보고 나서 얘기하는 게 좋다. 근친상간이라는 단어에만 함몰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이유에서다.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대사 없이 무성으로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모든 상황을 꿰뚫게 되는 전지적 시점은 사라지고 마치 창밖으로 엿보면서 그들의 몸짓으로 상황을 대충 해석하게 되는 특이한 경험을 제공한다. 낯설지만 상당히 독특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대사가 없음으로 인해 가끔은 콩트를 보는 듯 어색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대사가 있었다면 그저 그런 영화로 전락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어떤 이는 이 영화에 대해 ‘김기덕의 영화를 즐기기엔 한국관객은 수준미달’이라며 프랑스 고등학교 졸업문제를 예로 들었다. 다양한 사고와 수 많은 답을 요구하는 서구와 달리 객관식에 길들여져 주어진 답에만 동그라미를 쳐야 하는 우리 한국 교육에 길들여진 관객에게 김기덕은 답안 외에 존재한다는 말이었다. 분명 ‘꿈보다 해몽’ 식의 평가이기는 하지만 김기덕 감독의 문제의식만큼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뫼비우스(MOEBIUS, 2013)
드라마 | 한국 | 90분 | 2013.09.05 개봉 | 감독 : 김기덕
출연 : 조재현(아버지), 서영주(아들), 이은우(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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