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인물에 대한 얘기라고 해서 반드시 성경과 같아야 할 필요는 없다. 성경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니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인간의 상상력이 가미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4년에 개봉한 영화 ‘노아'(Noah, 2014)도 그렇다. 성경적이니 아니니 논란이 뜨겁지만, 성경만으로는 이야기를 꾸려갈 수가 없기에 어느 정도의 각색은 무죄라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과 비교하고자 하는 것은 영화가 얼마나 성경적인가를 따지고자 함이 아니다. 그보다는 성경과 어떻게 다른가를 알아보고자 함이다. 시비를 걸기 위해서도 아니고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함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본인이 신학자나 성경학자도 아니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 바란다. 성경은 개역개정판을 중심으로 하였고 C3TV 온라인 성경(bible.c3tv.com)을 참고하였다.
1. 노아와 므두셀라의 관계
영화 노아에서 노아의 아버지로 라멕이 나오고 할아버지로 므두셀라가 나오는데 이는 모두 성경에서 말하는 그대로다. 므두셀라는 187세에 라멕을 낳았고 라멕은 182세에 노아를 낳았다. 그러므로 노아가 태어난 것은 므두셀라의 나이가 369세일 때가 된다. 므두셀라는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산 인물로 무려 969세에 죽었다고 한다. 노아는 500세에 세 아들 셈과 함과 야벳을 낳았는데 라멕은 이미 죽었고 므두셀라의 나이는 869세일 때였다.
2. 카인의 후예는 누구?
영화에서는 노아의 아버지 라멕이 카인의 후예에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성경에 없는 내용이다. 창세기 노아 편에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창 6:2)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처럼 하나님의 자식과 사람의 자손을 따로 구별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람’은 창세기 6장 4절에 등장하는 ‘네피림’으로 볼 수 있으며 카인의 후예라고 보는 것은 상상의 결과라고 하겠다.
3. 심판의 이유
영화에서는 카인의 후예들의 포악한 존재로 그린 데 비해서 성경에서는 ‘사람의 죄악이 세상에 가득함과 그의 마음으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임을 보시고'(창 6:5)라는 말로 ‘땅 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창 6:6)라며 ‘내가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버리되'(창 6:7)라면서 심판을 암시하고 있다. 소돔과 고모라처럼 남색 또는 수간을 했다는 내용도 없이 그저 ‘온 땅이 하나님 앞에 부패하여 포악함이 땅에 가득한지라'(창 6:11)로만 되어있다.
4. 노아는 과연 의인이었나
영화와 성경에서 가장 어긋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바로 노아에 대한 평가라고 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포악한 카인의 후예들을 피해 다니는 은둔형 외톨이에 지나지 않으나 성경에서는 ‘노아는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라 그는 하나님과 동행하였으며'(창 6:9)라는 말로 노아를 칭송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어린 소녀의 죽음을 방조하고 자신의 손녀마저 해치려고 하므로 성경에서 말한 의로운 인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5. 신의 계시
성경에는 노아가 만들어야 할 방주에 대해 자세한 스펙이 제시되어 있다. 고페르 나무로 방주를 만들고 그 안에 칸들을 막으며 역청을 그 안팎에 칠하라고 한다. 길이는 삼백 규빗, 너비는 오십 규빗, 높이는 삼십 규빗이고 창을 내되 위에서부터 한 규빗에 내고 그 문은 옆으로 내고 상 중 하 삼층으로 하라고 되어 있다(창 6:14~16). 이는 오늘날의 항공모함과 맘먹는 크기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신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으므로 비몽사몽 중에 계시로만 받고 있다.
6. 방주에는 어떤 동물들이 타나
홍수에 앞서 노아는 방주에 모든 짐승들을 태우는데 성경에는 ‘정결한 짐승은 암수 일곱씩, 부정한 것은 암수 둘씩, 공중의 새도 암수 일곱씩’ 데려오라고 한다(창 7:2~3). 그에 비해 영화에서는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그 많은 동물들과 함께 여행하기 위하여 마취제를 사용한다는 내용은 성경에는 없는 픽션이다.
7. 포악한 두발가인은 누구인가
영화에서 두발가인은 카인의 후예로 난폭한 인물로 나온다. 노아의 아버지 라멕을 살해하기도 하고 노아를 죽이려고도 한다. 그리고 노아의 방주에 몰래 숨어들어 반란을 꾀하는데 이는 성경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은 허구의 인물이다. 자신의 색시를 버려두고 온 노아에 대한 증오심으로 함이 두발가인을 돕기도 하는데 이 역시 성경에는 나타나 있지 않다.
8. 노아의 방주에 여자는 나메와 일라 뿐이었나
영화에서는 노아의 부인 나메와 셈의 여자친구 일라만이 여자일 뿐 함과 야벳에게는 짝이 없었다. 그와 달리 성경에는 노아와 아내, 그의 아들들인 셈, 함, 야벳과 며느리들이 홍수를 피해 방주에 들어갔다(창 7:13)고 되어 있다. 영화 노아가 일라를 배에 태운 것은 불임여성이기 때문이고 함의 여자를 죽도록 내버려 둔 것과는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인 셈이다.
9. 정말 인간의 씨를 말리려고 했나
영화에서는 창조주의 저주를 받은 인간들은 모두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노아는 자신들이 최후의 인류가 되려고 한다. 불임인 줄 알았던 일라가 아이를 갖자 아들이면 살려두지만, 딸일 경우에는 죽이겠노라며 살기를 드러내고 도망가려는 그들의 뗏목을 불태우기도 한다. 하지만 성경에서 하나님은 노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가득하여 그중에서 번성하라고 한다(창 9:7). 영화와 성경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10. 타락천사들(또는 감시자들)은 누구인가
영화에서는 저주받아 지구로 떨어진 타락천사들이 노아가 방주 만드는 일을 돕다가 다시 하늘로 다시 불려 올라가는 장면이 있다. 사실 그 큰 배를 만들려면 그처럼 초인적인 존재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성경에는 어떤 협력자들도 보이지 않는다. 노아가 혼자서 만든 것인지 가족이 힘을 합한 것인지 아니면 돈 주고 사람을 사서 만든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