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블루8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이 그저 피상적으로 느낄 뿐이다. 그러므로 사랑에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몸으로, 마음으로 전해지는 감정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기만 하면 된다. 때로는 위험하고, 때로는 안타까운 결말에 이르기도 하지만 사랑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한순간에 불꽃처럼 타올라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바로 사랑이다.

절대적인 사랑을 의미하는 아가페나 이성과 논리가 지배하는 로고스와 달리 에로스의 대상은 대부분 이성에게로 향하기 마련이다. 지구 위의 반은 여자이고 지구 위의 반은 남자라는 말처럼 남자는 여자에게서, 그리고 여자는 남자에게서 이성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되어 있다. 부모나 형제, 그리고 동료나 친구에게서 느끼는 감정과 다른 이유라 하겠다.

그러나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게이(gay) 또는 레즈비언(lesbian)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들은 이성에게서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오직 동성에게만 끌린다고 한다. 개중에는 남성과 여성을 동시에 만나 연애하는 양성애자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동성애자들이다.

2013년 제6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La vie d’Adele, Blue Is The Warmest Color, 2013)’는 레즈비언의 사랑에 대한 영화다. 하지만 단순히 또 하나의 동성애 영화에 머물지 않고 소녀에서 숙녀로 변신하는 주인공의 성장통을 섬세하게 그림으로써 외설이 아닌 예술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으로부터 “훌륭한 영화와 배우들이 선사하는 마법에 빠져든다!”는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문학을 배우는 여고생 아델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가져보지만 특별한 느낌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몽정(?)을 경험하게 된다. 꿈속에서 아델을 황홀하게 만들어준 상대는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스치며 지나간 파란 머리의 여인이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미지의 여인을 상상하며 혼자서 즐긴 자위가 남자와 보낸 시간보다 더 짜릿했던 것이다.

그런 아델의 숨어있던 욕망을 들춰낸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같은 반 여자친구의 갑작스러운 키스가 그것이었다.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느끼지 못했던 그 무엇의 정체를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날 이후로 아델은 여자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우연히 들른 클럽에서 꿈에서 그리던 파란 머리의 여인, 엠마와 맞닥뜨리게 된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만남인 셈이었다.

이 영화가 다른 동성애 영화와 다른 것은 아델의 내면의 변화가 비교적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엠마는 아델에게 천천히 다가가고 아델은 그런 엠마에게 자신을 맡긴다. 아델을 바라보는 엠마의 그윽한 눈빛이 그를 증명하고 아델은 엠마를 향한 열정으로 보답한다. 그러면서 아델은 서서히 숙녀가 되어 간다.

이 영화를 말할 때 화려한 영상미와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파격적인 정사 장면이다. 실제 정사 장면을 보고 있는 듯 쇼킹 그 자체다. 하지만 포르노를 보고 있을 때처럼 말초신경을 자극하거나 역겹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점에서는 아름답게 여겨지기도 한다. 욕정이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고 아마도 두 여인의 벗은 몸매가 그야말로 예술이기 때문일 것이다. 외설과 예술이 한 끗 차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넋을 잃게 되는 것은 비단 충격적인 정사신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아델 역을 맡은 배우 아델 엑사르쇼폴로스의 청초한 미모 때문에도 넋을 잃게 된다. 화장기없는 쌩얼에도 빛나는 후광이 느껴질 정도였다. 저리도 아름다운 여인이 왜 그토록 위험한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마지막 그녀의 뒷모습이 더욱 가슴 애틋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르지만…

가장 따뜻한 색, 블루(La vie d’Adele, Blue Is The Warmest Color, 2013)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프랑스 | 179분 | 2014.01.16 개봉 | 감독 : 압델라티프 케시시
출연 : 레아 세이두(엠마),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아델)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