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끝도 없는 욕심을 탐욕(貪慾)이라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갖고 싶어 하고 또 구하는 마음을 불교에서는 열가지 악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기도 하고 성경에서는 아흔아홉 마리의 양을 가진 사람이 백 마리를 채우고 싶어 한 마리 가진 사람의 양을 빼앗는 것으로 비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백 마리를 채우고 나면 그 이상을 갖고 싶은 게 사람의 본성이다.
그럼 사람에게는 과연 얼마만큼의 재산이 필요한 걸까. 원하는 만큼을 더 가지기 위해 탐욕을 부려도 되는 걸까. 이에 대해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사람에게는 얼마 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작품을 통해서 아무리 애를 써도 기껏해야 자신이 묻힐 만큼의 땅만큼만 가져갈 뿐이라며 인간의 허망한 욕심에 대해 일갈하고 있다. ‘조금만 더’를 외치면서 죽을 똥을 싸도 결국 죽을 때는 모두 똑같다는 말이었다.
돈으로는 행복을 살 수가 없다. 욕심이 욕심을 낳는 이유에서다. 하나를 가지면 두 개가 갖고 싶고, 두 개를 가지면 열 개가 갖고 싶다. 이미 가진 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갈구한다. 늘 허기지고 갈증이 난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고, 마셔도 마셔도 목이 마르다. 돈으로는 이런 허기와 갈증을 해결할 수가 없다. 모든 탐욕의 근원이 바로 돈이기 때문일게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어느 날 나는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는 제목은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모두들 ‘더’만 외치고 사는 탐욕스러운 시대에 ‘그만’을 외치고 있는 까닭에서다. 여기에는 ‘더 행복해지기 위한 인생 실험’이라는 부제까지 붙어있으니 호기심은 더 커져갔다. 다들 ‘더 행복해지기 위해’ 더 많이’를 주장하는 데 비해서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이제 그만’이라고 하니 참신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랫동안 언론사에서 몸담아온 언론인 출신이다. 그 스스로가 밝히고 있듯이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목돈을 쥘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오십 대 중년의 나이에 그는 모든 것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정신없이 달려온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하프타임 동안 후반전을 위한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한 달에 120만 원으로 살아보기였다.
그가 120만 원을 목표로 정했던 것은 가진 재산을 정리한 후 고정적인 수입이 120만 원이기 때문이었다. 전 재산 5억 2천만 원 중에서 아들 학비와 귀촌 준비비 등을 제외한 2억 5천으로 오피스텔 두 채를 샀더니 임대로 120만 원이 나오더란다. 이 책에는 화려했던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120만 원으로 생활하기 위한 저자의 눈물겨운(?) 분투기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의 책에서 절박함이나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120만 원으로 살아야만 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120만 원으로 살아볼까 하는 실험 정신에서 기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종의 가진 자의 여유라고도 할 수 있겠다. 120만 원 밖에 없어서가 아니라 120만 원으로 살아보고 싶어서다. 그러다 보니 책의 내용은 그저 피상적으로 흐를 뿐이다.
저자가 이 책을 낸 이유도 자신의 120만 원 철학을 전파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추가 수입을 벌기 위해서로 보이기도 한다. 오피스텔 두 채에서 나오는 월세에다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 책의 인세로 받게 될 수입을 더하면 그가 목표로 했던 한 달 생활비 120만 원을 넘길 게 분명하다. 어느 날 그만 벌기로 결심했다는 사람으로서는 그 결심에 어긋나는 결과로 이어지는 셈이다. 이 책의 내용보다는 차라리 다음의 동화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도시에서 온 부자 하나가 호화 요트를 정박하고 해변을 거닐다가 마침 야자수 그늘 아래 하늘을 보고 드러누워 놀고 있는 어부를 발견하고는 한심하다는 듯이 물었다.
“여보시오, 이 금쪽같은 시간에 왜 고기잡이를 안 가시오?”
“오늘 몫은 넉넉히 잡아 놨습니다.”
“아니 그렇게 시간이 있을 때 좀 더 잡아 놓으면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뭘 하게요?”
“돈을 더 벌어 큰 배와 그물을 사고, 더 깊은 데로 가서 더 많이 잡고, 그러다 보면 나처럼 부자가 되지 않겠소?”
“그렇게 해서 큰 부자가 되면 뭘 합니까?”
“뭐요? 아니, 그렇게 되면 편안하고 한가롭게 삶을 즐길 수 있잖소.”
부자의 말에 어부가 답했다.
“바로 지금 내가 그렇게 즐기고 있잖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