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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보이스 피싱 그리고 성폭행, 컴플라이언스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보이스 피싱 그리고 성폭행, 컴플라이언스

컴플라이언스4

보이스 피싱에 당하는 사람들을 보면 딱하기 그지없다. 어떻게 저렇게 허술한 사기에 당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에서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이라면 다르다. 경황이 없다 보니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고 한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니 순간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이 마비되는 것이다. 직접 당하는 당사자와 그러한 피해 사례를 전해 듣는 제삼자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이스 피싱이 성폭행으로 이어지는 영화 ‘컴플라이언스’도 시작은 경찰을 사칭한 전화 한 통화 때문이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라고 한다. 판단이 흐려진 상태에서 돈을 송금하는 일은 종종 들어왔었지만 보이스 피싱으로 성폭행이라니 가당키나 할까 싶겠으나 미국에는 수십 건이나 발생했던 사건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베키라고 불리는 레베카는 패스트푸드점의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었다. 몰려드는 손님의 주문을 처리하느라 정신없는 그녀에게 사나운 일진이 시작된 것은 베키가 손님의 백을 훔쳤다는 전화가 경찰로부터 걸려오면서부터다. 매니저는 그럴 리 없다며 베키를 두둔하고 나서지만, 피해자가 있다고 하고 가급적 조용히 그리고 빨리 처리하고자 하는 생각이 앞서면서 상황은 엉키기 시작한다.

수화기 너머의 경찰은 매니저 산드라에게 베키가 훔친 돈을 찾아 달라고 한다.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테니 빠른 수사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소지품 검사를 요구하고 별다른 것이 나오지 않자 이번에는 옷을 벗겨서 직접 확인하라고 한다. 그래도 소득이 없자 이번에는 속옷까지 살펴보라고 한다. 어차피 찾기 쉬운 곳에 숨겼을 리가 없다는 설명까지 곁들여서.

산드라도 처음에는 그런 요구가 탐탁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이 보아왔던 베키가 그리 불량한 아이가 아니었다는 판단에서였다. 게다가 아무리 절도죄라고 해도 도를 넘어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는 관련 규정을 지키기 위해 베키의 알몸을 수색할 때 부매니저인 마르티를 입회시키기도 했다. 혐의가 없다면 그 정도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산드라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지난밤 발생한 냉장고 사고 때문에 무려 수천 달러어치의 재료가 상했기 때문이다. 아직 지점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화기 너머의 경찰이 처음부터 지점장 이름을 꺼내자 당황한 것이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베키에 대한 의심 또한 커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의심스러운 부분도 많고 허술한 부분도 많았지만 산드라는 그를 경찰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말았다.

가령 이런 것이다. 사건이 발생했는데 경찰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고 전화로만 처리하려 한다는 점도 수상하고 속옷까지 모두 벗겨서 확인하라는 점도 수상하다. 뿐만 아니라 다시 옷을 입지도 못하게 하는데다 베키의 옷을 매니저 차에 가져다 놓으라고 하는 점도 수상하다. 그러나 산드라는 의심하지 않고 경찰이 시키는 대로 하나씩 해나갔다. 이미 베키에 대한 의심이 상당 부분 자란 탓이다.

손님이 제일 붐비는 금요일인데다 직원 하나가 휴가를 내면서 손이 부족했고 베키마저 알몸 상태로 감금되어 있는 지경인지라 산드라는 딸리는 일손을 방치할 수 없었다. 결국, 수화기 너머 경찰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약혼자 빌을 불러 베키를 감시하게 만드는데 남자가 등장하자 경찰의 요구는 더욱 노골적 변해간다. 알몸 상태인 베키의 앞치마를 벗겨 유방과 유두 상태를 확인하라고 하고 베키를 뒤로 돌려세워 항문까지 검사하라고 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 피해자는 베키뿐만이 아니다. 보이스 피싱에 속아 넘어가 어린 소녀의 인권을 유린한 매니저 산드라도 피해자이고 얼떨결에 불려 나와 성폭행범이 된 산드라의 약혼자 빌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한 소녀의 몸과 마음을 짓밟았다. 범인에게 이용당했다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범한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만 하는 것이다.

영화는 베키가 받은 수십억의 보상과 더불어 빌이 5년형을 받았음에 대해서 알려준다. 만일 우리나라 법원이었다면 빌이 술을 마신 상태였고 본인의 의지로 벌어진 일이라기보다는 보이스 피싱범에게 이용당했다는 점이 참작되어 그보다 훨씬 적은 형이 선고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집행유예로 풀려날지도 모를 일이다. 상상만으로도 불편하고 잔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의 영화적인 재미는 크지 않은 편이다. 도대체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사기에 놀아나는가 하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차라리 SBS 시사다큐 ‘그것이 알고 싶다’가 더 재미있게 재구성해줄 수 있으리라. 또한, 자신에게는 아무런 실익도 없는 저런 일을 벌이는 범인에 대해서 분명하게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저 변태 성욕자로 짐작만 할 뿐이다.

이는 실제 사건에서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피의자가 검거되기는 했지만, 법원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자신 명의의 전화카드가 아니라 시중에서 판매하는 전화카드를 사용하였기 때문에 실제 그가 벌인 일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어쨌든 수십 건에 걸쳐 발생하던 유사범죄가 그가 검거된 후로는 뚝 끊겼다고 하니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셈이다. 이 또한 불편하고 잔인하지 않은가.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2012)
스릴러, 드라마 | 미국 | 90분 | 2013.08.01 개봉 | 감독 : 크레이그 조벨
출연 : 앤 도드(산드라), 팻 힐리(다니엘), 드리마 월커(배키), 애슈리 앳킨슨(마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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