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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 때문에 억울한 엘리시움

엘리시움

우연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묘하게 닮은 영화가 있다. 마치 같은 소재를 두고 누가 더 그럴듯하게 그렸나 펼치는 경쟁 같기도 하다. 장담하건대 MBC 출발 비디오에서 비슷한 두 영화를 나란히 놓고 입체적으로 비교하는 ‘영화 대 영화’에 나올 게 틀림없어 보인다. 하나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Snowpiercer, 2013)’이고 다른 하나는 맷 데이먼 주연의 ‘엘리시움(Elysium, 2013)’이다.

두 영화가 비슷해 보이는 것은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계급투쟁이라는 동일한 내용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꼬리칸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커티스가 인간다운 삶을 외치며 앞칸으로 쳐들어가고, 부자들에게 버림받은 지구에서 거지 같은 삶을 살아가는 ‘엘리시움’의 맥스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엘리시움으로 잠입한다. 두 영화 모두 가진 자들에 대한 저항의식으로 가득하다.

‘설국열차’에서 부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앞칸과 ‘엘리시움’에서 부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위성 엘리시움은 선택받은 소수를 위한 공간이다. 초대받지 못하고 무임승차한 꼬리칸이나 환경오염으로 찌든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혜택으로 가득한 곳이다. 아무나 들어갈 수도 없거니와 들어갈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돈이 없으면 꼬리칸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고(설국열차) 지구에서 평생을 썩어야 한다(엘리시움).

그토록 오래도록 지속되었고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은 차별과 억압 속에 분연히 일어선 한 남자를 이야기한다. ‘설국열차’에서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가 총대를 맷고 ‘엘리시움’에서는 맥스(맷 데이먼)가 십자가를 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 세상, 즉 모두가 공평하게 대우받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커티스와 맥스를 막고 나선 총리가 모두 여자라는 점도 닮은 부분이다. ‘설국열차’에서는 틸다 스윈튼이 메이슨 총리 역을 맡았고 ‘엘리시움’에서는 조디 포스터가 델라코트 총리 역을 맡았다. 열차의 평화를 위해 틸다 스윈튼은 무자비하게 꼬리칸 사람들을 대하고(설국열차) 엘리시움의 안녕을 위해 조디 포스터는 냉정하게 지구인들을 대한다(엘리시움).

이렇듯 많은 점에서 닮은 듯 보이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는 차이가 적지 않다. ‘설국열차’는 빙하기의 도래로 인류가 멸망한 후 설국열차라고 하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제한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지만 ‘엘리시움’은 환경오염으로 황폐된 지구에서 사는 사람들과 황폐한 지구를 떠나 쾌적한 제2의 지구 엘리시움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또한, 원래 어떤 놈팽이였는 지와는 상관없이 ‘설국열차’의 커티스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 거사를 일으키는 데 비해서 ‘엘리시움’의 맥스는 순전히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엘리시움을 향해 떠난다. 이타적인 동기와 이기적인 동기의 차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사뭇 다르게 나타나는데 모두를 위해 시작된 커티스의 난은 모두의 공멸로 끝나고 혼자만 살겠다고 나선 맥스의 범법행위는 모두를 살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설국열차’보다 ‘엘리시움’이 훨씬 설득력 있고 깔끔하게 그려졌다고 생각하지만, 흥행성적은 그렇지 못하다. 2013년 8월 1일 개봉한 ‘설국열차’는 누적관객수 9,271,364명(9월 15일 현재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넘어 천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데 비해서 한 달 가량 늦은 8월 29일에 개봉한 ‘엘리시움’은 1,201,109명에 그치고 있다. 간헐적으로 상영되고 있는 ‘설국열차’와 달리 ‘엘리시움’은 이미 대부분의 개봉관에서 내려갔으므로 더 이상의 추격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차이는 영화자체 보다는 순전히 개봉순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엘리시움’ 보다 ‘설국열차’가 먼저 개봉하면서 이미 뜨거운 논란을 거친 후이기에 상대적으로 ‘엘리시움’의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에 따라 관심도 낮을 수밖에 없었다. ‘설국열차’에 만족한 관객은 ‘엘리시움’을 볼 필요가 없었고 그렇지 않은 관객도 비슷한 소재의 ‘엘리시움’에 대한 기대가 낮은 이유에서다. 이래저래 ‘엘리시움’만 억울하게 생겼다.

엘리시움(Elysium, 2013)
SF, 액션, 드라마 | 미국 | 109분 | 2013.08.29 개봉 | 감독 : 닐 블롬캠프
출연 : 출연 맷 데이먼(맥스 드 코스타), 조디 포스터(델라코트), 샬토 코플리(크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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