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변호사는 연애중

이혼변호사

불행한 결혼 생활이라면 청산해야 할까 아니면 참고 견뎌야 할까? 물론 답은 없다. 선택은 본인이 하는 것이고 그에 따른 책임도 본인의 몫이다. 이혼이 누구에게는 축복이 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구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태인 격언 중에는 ‘결혼을 향해서는 걸어라. 이혼을 향해서는 달려라’라는 말이 있다. 결혼은 신중해야 하지만 이혼은 빠를 수록 좋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이혼은 상대방의 책임을 따지는 ‘유책주의’다. 그러다보니 서로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들춰내고 잘못을 물고 늘어지게 된다. 사랑해서 결혼했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추악한 진흙탕 싸움이 되기 일쑤다. 그래서 부부관계 파탄 여부로 이혼을 결정하는 ‘파탄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차피 헤어질 거면 깨끗하게 헤어지는 게 나아보이기도 한다.

오는 6월 26일 대법원에서는 공개변론이 예정되어 있다.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예고하고 있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사건은 다름 아닌 이혼 문제다. 대법원이 이혼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에 대한 법원의 입장 변화가 생길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 하겠다. 어쩌면 이혼 시스템이 이번 판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수 있다고도 한다.

내용은 이렇다. A씨는 1976년에 B씨와 결혼해서 세 자녀를 낳았고 결혼 20년째인 1996년에 C씨를 알게 되어 1998년 C씨 사이에서 딸을 낳게 된다. 그러는 동안에도 본처가 낳은 아이들의 학비를 내고 생활비도 보내며 어느 정도는 자신의 역할을 했다. 그러다 2011년쯤 신장병을 얻어 성인이 된 본처의 자식들에게 신장이식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다.

C씨가 자신을 돌봐주고 있고, 어차피 B씨와의 혼인관계는 끝난 상태이므로 이번에야 말로 관계를 정리하겠다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장기적으로 상속문제 등을 해결하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대구가정법원은 A씨의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본처 B씨와의 결혼생활이 파?난 것은 맞지만 잘못이 남편 A씨에게 있으니 이혼청구 자격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항소심도 마찬가지였다.

6월 26일로 예정되어 있는 공개변론에서 다루어질 소송이 바로 이 사건이다. 간통죄도 없어진 마당에 더 이상 결혼생활을 지속할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들을 부부라는 허울로 묶어두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공개 토론(?)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아직은 우리 정서상 결혼을 파탄에 이르게 만든 당사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언젠가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게 사실이기는 하다.

SBS 주말드라마 ‘이혼변호사는 연애중’은 이혼 문제를 전면으로 드러낸 작품이다. 이 드라마에서 이혼전문변호사 고척희(조여정)의 변호사 사무실 이름이 ‘축복’이고, 그녀의 까칠한 성격에 매력을 느끼는 대형로펌 대표변호사의 아들인 봉민규(심형탁) 변호사 사무실의 이름이 ‘선택’이다. 비록 드라마이기는 해도 이혼을 선택하면 축복이 된다는 의미라 할 수 있겠다.

선정적인 내용으로 지탄 받기는 했지만 KBS2TV ‘사랑과 전쟁’도 다르지 않다.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신구의 대사로도 유명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누구든지 ‘이혼해’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게 된다. 드라마가 끝날즈음에 지난주 내용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을 보여주는데 응답자의 90% 이상이 이혼에 몰표를 던지곤 했었다. 불행한 결혼은 개인에게도 불행이지만 주위의 다른 사람들마저도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이리라.

지난 4월 18일 첫방송을 내보냈던 ‘이혼변호사는 연애중'(18부작)이 이제 2회를 남겨두고 있다. 직장드라마는 직장에서 연애하고, 병원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한다는 말처럼 이 드라마도 이혼을 소재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고척희와 소정우의 달달한 연애로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주말이면 이 드라마를 챙겨보는 것은 배우 조여정의 변신이 보는 재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방자전'(2010)과 ‘후궁: 제왕의 첩'(The Concubine, 2012) 등에서 주로 노출 연기로 시선을 끌었던 조여정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만은 다르다. 도저히 지난날의 조여정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표독하고 악랄한 모습과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인간중독'(Obsessed, 2014)에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이 드라마에서는 그야말로 포텐이 터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안정적인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귀여운 남자 연우진(소정우 역)과 엉뚱한 남자 심형탁(봉민규 역)의 줄다리기도 재미거리가 되어주고, 반대로 연우진을 짝사랑하는 조수아 역의 왕지원의 가슴아픈 사랑이 찡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시청률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편이다. MBC ‘여왕의 꽃’이 15% 내외, KBS1TV ‘징비록’이 12% 내외인데 비해서 이 드라마는 4% 내외에 불과하다. 그러니 연장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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