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의 대표 드라마, 직장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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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있는가? 누구는 ‘나 이대(梨大) 나온 여자야!’라는 대사로 유명한 ‘타짜'(2006)를 떠올리거나 12,983,330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2013.02.04 기준)의 관객을 불러모아 한국 최고의 흥행 영화로 등극한 ‘도둑들'(2012)을 떠올리기도 하겠지만, 막상 그 영화들이 김혜수의 대표작이냐 하는 물음에는 다소 망설여질 것이다. ‘대표작’이라는 단어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다.

조연급이 아닌 주연급 배우라면 당연히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배용준’ 하면 ‘겨울연가'(2002)가 떠오르고, ‘장동건’ 하면 ‘태극기 휘날리며'(2004)가 떠오르며, ‘최민식’ 하면 ‘올드보이'(2003), ‘현빈’ 하면 ‘시크릿 가든'(2010)이라는 제목이 떠오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사람의 기억에 따라 작품의 제목은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배우와 연결되는 작품은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혜수의 경우에는 딱히 연결되는 작품이 없는 게 사실이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을 이끌어 가는 배우들이 남자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신세경’ 하면 ‘지붕 뚫고 하이킥'(2009)이 떠오르고 ‘하지원’ 하면 ‘다모'(2003), ‘김정은’ 하면 ‘파리의 연인'(2004), ‘전도연’ 하면 ‘밀양'(2007)이나 ‘프라하의 연인'(2005)이 생각나는 걸 보면 딱히 그런 이유도 아닌 듯하다. 즉, 존재감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밖에는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이름에 무게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혜수라는 이름은 전도연이나 김정은, 하지원과 비교해서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기대감은 다를 수 있으나 그렇다고 뒤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연기에 비해 별다른 특색이 없다는 점은 약점이 될 수 있겠다. 김정은과 김선아라는 이름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게 되는 것과 달리 김혜수라는 이름에서는 그런 기대가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미스 김’이라는 캐릭터를 강렬하게 각인시킨 KBS 2TV 드라마 ‘직장의 신’은 김혜수의 대표작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남자배우를 받혀주는 사실상 조연 수준에 불과했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이 드라마에서는 거의 원톱에 가까운 역할을 해냈고 모처럼 배우 김혜수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시킨 작품이기도 하다.

‘직장의 신’에서 김혜수는 직장에서 설움 받는 약자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계약직 직원이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로 중견기업의 팀장은 물론이고 부장까지도 쩔쩔매게 만들고 모든 일을 자신의 소신에 따라 처리해 나가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이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움츠러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떳떳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스스로 챙기는 그야말로 슈퍼 갑이었던 것이다. 김혜수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런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을까 싶다.

특히, 이 드라마는 반전처럼 등장하는 김혜수의 변신이 돋보였던 작품이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김혜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재미 중의 하나였다. 계약을 위해 섬에 갔다가 임산부 출산을 돕는다는 조산사 자격증처럼 다소 무리한 설정이 있는가 하면 당연히 있으리라 기대했던 자동차 정비 자격증은 없었다는 점도 충격(?)이었다. 이밖에 꼬박꼬박 시간외 수당을 챙기는 모습도 미워 보이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 바이어와의 상담에서도 퇴근 시간에 임박하자 스스로 나서서 난관에 빠져있던 계약을 성사시키거나 간장게장쇼가 무산될뻔한 위기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여기에 낮에는 사무직으로 일하다 밤에는 살사의 여신으로 변신해서 또 다른 인생을 즐기는 멋진 여성이기도 한다. 비록 만화 같은 설정의 연속이기는 해도 미스김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지난 2013년 4월 1일 첫 출근을 시작했던 미스 김은 5월 21일로 계약을 마치고 퇴근했다. MBC ‘구가의 서’와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24부작으로 아직 10회를 더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연장 계약 없이 종료한 것이다. 아쉬움은 남지만, 김혜수라는 배우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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