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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유아인으로도 어쩔 수 없는 깡철이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유아인으로도 어쩔 수 없는 깡철이

깡철이

유아인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완득이’라는 이름이다. 불량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가 유아인의 몸에 꼭 들어맞는 옷처럼 잘 맞아떨어지는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를 찾았다는 것도 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배우들은 그저 그런 배역에 머물다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너무 굳어지면 적지 않은 고민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미지 변신이 쉽지 않은 이유에서다. 초창기에 자리 잡기에는 도움이 되지만 그 이후 다양한 역할을 맡기에는 아무래도 걸림돌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한마디로 양날의 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댄싱퀸'(2012) 같은 멜로와 ‘신세계'(2012) 같은 범죄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새삼 대단하게 보이기까지 하다.

유아인이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KBS2 ‘성균관 스캔들'(일명 성스)에서 신세대 유생 문재신 역을 맡으면서다. 인기 아이돌그룹 ‘동방신기’ 출신으로 이선준 역을 맡았던 박유천이나 떠오르는 샛별로 구용하 역을 맡았던 송중기에 비해 전혀 밀리지 않는, 아니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 튀는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작품이었다. 특히 그의 불량한 매력은 수많은 누나와 이모 팬들을 매료시키기도 했다.

‘성균관 스캔들’이 유아인을 배우로서 관심받게 만든 작품이라면 유아인을 배우로 인정받게 만든 작품은 영화 ‘완득이'(2011)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삐뚤어지지 않고(?) 세상에 맞서는 모습에서 주인공 완득이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고 배우로서 한층 성숙한 유아인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아인이 아니었다면 완득이도 없었을 것이기에 유아인이 완득이였고 완득이가 유아인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한 조합이었다.

유아인의 매력은 적당히 불량하다는 점이다. 원래는 그렇지 않은데 험한 세상이 그를 독하게 만든 듯 보인다. 당연히 안아주고픈 동정심을 유발시킨다. 누나와 이모 팬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리라. ‘완득이’의 흥행으로 SBS ‘패션왕’의 주인공 자리를 꿰찬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아인이 계산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패션왕’에서 유아인이 맡았던 강영걸은 ‘완득이’의 성인판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연기 변신에 실패한 유아인은 뭘해도 완득이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처지를 벗어날 수 없었다. ‘패션왕’은 물론이고 2013년 10월 2일 개봉한 영화 ‘깡철이’도 마찬가지다. 제목에서부터 ‘완득이’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어디를 봐도 속편 ‘완득이’로만 보이게 만든다. 만일 그런 의도가 없었다면 미스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을 테고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완득이의 명성에 묻어가려는 얄팍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완득이’가 교훈도 있고 감동도 있는 착한 영화였다면 ‘깡철이’는 교훈도 없고 감동도 없는 나쁜 영화에 속한다. 깡패 같은 세상을 깡으로 버티는 교훈을 남기고 싶었을지 몰라도 전혀 교훈적이지 않았고, 치매에 걸린 엄마(김해숙)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모습에서 감동을 남기고 싶었을지 몰라도 전혀 감동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관객들의 억지 눈물을 짜내고자 하는 뻔한 억지 감동에 짜증만 나게 만들 뿐이었다.

깡철이보다 먼저인 2013년 6월 5일 개봉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일명 은위)는 김수현이라는 배우의 티켓파워에 힘입어 무려 700만에 가까운 관객(6,959,083명)을 동원한 바 있다. ‘깡철이’도 ‘완득이’에서 이미 검증된 유아인의 티켓파워에 대한 기대가 컸겠지만, 힘에 겨워 보인다. 이제 유아인은 완득이의 망령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유아인이 ‘깡철이’라는 영화로 얻어야 할 가장 큰 교훈이라 하겠다.

추신
1.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아닌 영화에서 정유미를 보면 왜 낯설고 어색해 보이는 걸까.
2. 이런 허접한 영화를 탄생시킨 극본은 도대체 누가 썼길래 그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일까. 하긴 알고 싶지도 않지만.
3. 깡패로 등장하는 김성오의 더듬는 연기는 그럭저럭 볼만한 듯. 하지만 그의 형으로 등장하는 김정태의 역할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4. 쓸데없이 폭력이 난무하고 그다지 교육적이지 못하므로 자녀들과 함께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깡철이(2013)
가족 | 한국 | 108분 | 2013.10.02 개봉 | 감독 : 안권태
출연 : 유아인(강철), 김해숙(순이), 김정태(상곤), 김성오(휘곤), 이시언(종수), 정유미(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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