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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잔혹 동화, 헨젤과 그레텔 : 마녀 사냥꾼

마녀사냥꾼

어려서는 그토록 애틋하던 내용이 자라서 다시 듣게 되면 그렇게 시시할 수가 없다. “행복하게 살았대요”로 끝나는 결말은 하도 똑같아서 지겹기까지 하다. 옛날 사람들은 순수하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만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런 동화를 지겹게 생각하는 우리(?)가 불순한 것일까. 동화와 다른 결론을 기대하는 것은 정녕 불경스런 일이 되는 걸까.

그런 이들을 위한 동화가 바로 잔혹 동화였다.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기까지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동화’는 북유럽의 전설들을 순화시켜서 아이들에게 읽혀온 것으로 원전과는 차이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어머니가 어린 자식들에게 태연하게 읽어줄 수 있겠는가”라는 비판을 수용한 결과였다. 그림 형제로서는 임신이나 근친상간과 같은 성적인 내용들을 대폭 삭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충격적이지만 잔혹 동화에 의하면 계모에게 버림받았다는 ‘백설공주’가 실제로는 아버지를 놓고 친어머니와 싸우는 모녀 사이의 오이디푸스적 갈등에 의해 쫓겨난 것이고 숲에서 만난 일곱 난장이에게 있어 백설공주는 성적 노리개에 불과했다고 한다. ‘숲 속의 잠자는 공주’도 시종의 그것에 찔려 처녀성을 잃고 격심한 통증과 대량의 출혈 때문에 정신을 잃고 그대로 잠이 들게 되었다고 한다.

어차피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이므로 진실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전하는 사람이 적당히 각색하고 살을 붙이거나 뺏을 수도 있겠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순화시킨 내용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거나 원작이라고 주장하는 잔혹한 내용에 대해 충격을 받을 필요도 없다. 요즘에는 패러디 열풍에 따라 기존 동화들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작품들도 여럿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헨젤과 그레텔: 마녀 사냥꾼(Hansel and Gretel: Witch Hunters, 2013)’도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다. 계모에게 핍박을 받고 숲에 버려졌다가 마녀에게 잡혀 죽을 고비를 넘겼던 두 남매가 마녀를 물리치고 마녀 잡는 사냥꾼이 되었다는 설정이 발칙하면서도 기발하게 그려진 영화다. 마녀라면 이가 갈리도록 저주스러울 테니 그들의 변신은 당연해 보이기까지 하다.

‘마녀 사냥꾼’이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영화는 ‘헨젤과 그레텔’의 성인 버전이라 할 만하다.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대요’가 아니라,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주인공의 이름만 그림동화와 같은 헨젤과 그레텔일 뿐 원작과의 연관은 커 보이지 않는다. 다만, 마녀가 억지로 초콜릿과 과자만 먹였던 헨젤이 자라서 혈당 조절에 애를 먹는다는 설정은 그럴듯해 보인다.(근데 인슐린은 어디에서 구했을까?)

마녀를 사냥하기 위해 각종 무기가 동원되다 보니 시대를 가늠하기 어렵다.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것도 같은데 무기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그래도 영화는 적당히 재미있는 편이다. 유혈이 낭자하기는 하지만 잔인하다고 할 수도 없다. 아기자기한 동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백설공주(Mirror, Mirror, 2012)’보다는 블록버스터로 변신한 ‘헨젤과 그레텔’이 더 현명해 보인다.

헨젤과 그레텔 : 마녀 사냥꾼(Hansel and Gretel: Witch Hunters, 2013)
액션, 판타지, 공포 | 영국, 미국 | 87분 | 2013.02.14 개봉 | 감독 : 감독 토미 위르콜라
출연 : 제레미 레너(헨젤), 젬마 아터튼(그레텔), 팜케 얀센(뮤리엘), 필라 비탈라(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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