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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괴물을 삼킨 아이, 화이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괴물을 삼킨 아이, 화이

화이

감정 정리가 쉽지 않다. 비교적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하면서도 범죄자를 미화한 부분이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화는 이중 삼중으로 관계를 얽어놓아 보는 이들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기도 한다. 도대체 그럴 필요까지야 있었을까 싶은 생각 때문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는 것이다. ‘괴물을 삼킨 아이’라는 부제가 붙은 김윤석, 여진구 주연의 ‘화이’ 이야기다.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5명의 범죄자를 아버지로 둔 소년’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무슨 사연이 있었길래 5명의 아버지를 두게 되었을까, 혹시 여자 하나를 다섯 명의 남자가 동시에 소유하면서 생기게 된 일일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게 만든다. 하지만 아무리 막장 드라마라 해도 그건 너무 지나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말 못할 사연 때문에 생기게 된 일이라는 의미일 텐데 그 사연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싶다.

범죄 영화답지 않게 아이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다. 폭행과 살인을 서슴지 않는 범죄자들이기는 하지만 아이에게만은 그 어떤 아빠 못지않게 좋은 아빠들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뻐한다는 말을 증명하려는 게 영화의 주제인 듯 보이기도 한다. 아빠가 아이를 그렇게 대하니 아이도 그런 아빠들의 기대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영화 ‘화이’는 단순한 범죄 영화라기보다는 다섯 명의 범죄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고, 어려서부터 괴물로 길러진 불쌍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이며 자식을 잃고 오열하는 가엾은 부모에 대한 이야기의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서 복잡한 심경에 빠지는 것도 그 때문일 게다. 이해는 하겠는데 용서는 안 되는 뭐 그런 미묘한 감정 말이다. 그 상황에서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있었을까 싶은 답답한 심정도 그렇고.

영화에 등장하는 화이의 다섯 아빠들은 각자 성향이 뚜렷하다. 진성(장현성)은 차분한 성격의 브레인이고, 동범(김성균)과 범수(박해준)는 급한 성격으로 말보다 주먹이 앞선다. 그런 사이에서 심성이 여린 기태(조진웅)가 끼어있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카리스마로 리더 역할을 하는 석태(김윤석)는 화이가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아빠다. 오죽하면 다른 남자들은 아빠라 부르지만, 석태에게만은 아버지라고 부른다.

화이가 이들과 함께 살게 된 기구한 사연은 직접 영화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분노한 화이가 괴물로 변신하는 과정도 말로 들으면 싱겁다. 영화를 통해서 ‘그래서 그랬구나’하고 보는 이들이 직접 풀어가야 한다. 다만 중반 이후 이야기의 갑작스러운 전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126분이라는 시간이 짧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다섯 명 중에서 가장 덜떨어지기는 해도 친아빠 이상으로 자신을 가장 아껴주던 기태(조진웅)에 대한 화이의 복잡미묘한 감정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냉혹한 킬러가 아니라 순진한 고교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 더 섬세하게 접근했어야 한다고 본다.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한 석태(김윤석)의 사연은 나중에라도 밝혀지지만 다른 네 명에 대한 사연은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는 19금답게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지나치게 비교육적이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볼까 무섭기까지 하다. 화이 역을 맡은 여진구의 연기에 대한 칭찬이 자자할수록 부모로서 불안한 마음도 없지 않다. 개봉 첫날 전국 36만 28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스릴러 장르로는 역대 최고 개봉일 기록을 세웠던 ‘숨바꼭질’의 첫날 기록인 29만 3,920명은 물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로 첫 날 가장 높은 흥행을 기록한 ‘후궁 : 제왕의 첩’의 27만 1,317명도 훌쩍 뛰어넘은 기록을 세울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심경이 복잡하기만 하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액션, 스릴러 | 한국 | 126분 | 2013.10.09 개봉 | 청소년 관람불가 | 감독 장준환
출연 김윤석(석태), 여진구(화이), 조진웅(기태), 장현성(진성), 김성균(동범), 박해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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