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잃고도 행복할 수 있냐고 묻는 영화, 인사이드 르윈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잘하는 일을 할 것인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가 못하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돈을 벌려면 어쩔 수 없이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야만 한다. 세상에서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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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을 전전하며 노래 부르는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르윈은 말하자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내다.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스스로 위로해 보지만 현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음반은 팔리지 않으며 날은 추워지는데 코트 살 돈도 없다. 정해진 잘 곳도 없어서 매일 밤마다 잠자리를 구걸해야 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신한 여자친구의 수술비까지 마련해야 한다.

르윈이 현재의 시련을 감내할 수 있는 것은 언젠가 자신을 알아줄 그 누군가가 나타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작은 클럽이지만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자신의 재능이 싹을 틔우게 되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자신보다 못한 재능으로도 대중적으로 성공한 뮤지션이 있거늘 하물며 자신 같은 인재가 이대로 썩을 리 없으리라는 기대가 오늘도 클럽을 전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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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의 영화 ‘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2013)’은 이처럼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한 남자의 삶을 그린 영화다. 그러면서 어떤 시련이 있더래도 꿈을 잃지 말라고 독려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시련은 지독하게 가혹하다. 치매 아버지는 요양원에 있고 유일한 혈육인 누나는 차라리 외항선이라도 타라고 한다. 피임 하나 제대로 못 해서 무책임하게 임신시킨 여자친구는 그를 경멸의 눈으로 쳐다본다.

이 영화는 르윈에게 닥친 일주일간의 일들을 노래와 함께 들려준다. 그러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꿈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현실은 고단해도 꿈을 위해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꿈을 포기하고 조금은 편한 길로 갈 것인지 묻는 것이다. 여기에 감미로운 포크송이 곁들여지면서 한편의 서사시가 완성되었다. 전 세계 평단의 믿을 수 없는 만점 세례가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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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인 만큼 보는 재미 못지않게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주제곡이라고 할 수 있는 ‘Fare Thee Well(Dink’s Song)’과 ‘Hang Me, Oh Hang Me’는 포크송의 매력에 쏙 빠지도록 해준다. 아무리 반복해서 들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곡들이다. 주연을 맡은 오스카 아이작(Oscar Isaac)의 권태로운 목소리가 노래와 어우러지면서 귀에 착착 감기게 만든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잘하는 일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이 영화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보면 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르윈은 포크송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잘한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르윈이 시카고까지 찾아가서 들은 얘기도 다시 듀엣을 해보라는 충고였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과의 미묘한 경계를 혼동하지 말라는 교훈이 숨어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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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르윈(Inside Llewyn Davis, 2013)
드라마 | 미국, 프랑스 | 105분 | 2014.01.29 개봉 | 감독 : 조엘 코엔, 에단 코엔
출연 : 오스카 아이삭(르윈 데이비스), 캐리 멀리건(진 버키), 저스틴 팀버레이크(짐 버키)

▷Fare Thee Well (Dink’s Song) 듣기 / ▷Hang Me, Oh Hang Me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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