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말 선두 타자로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스코어는 7:1. 시애틀이 앞서고 있었다. 클리블랜드에서는 다섯 번째 투수 댄 오테로를 마운드에 올렸다. 초구와 두 번째 공 모두 91마일짜리 변화구였다. 초구는 바깥쪽으로 낮게 스트라이크 존에 걸렸지만 두 번째 공은 존에서 빠진 상태였으나 주심은 손을 들어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세 번째 공은 92마일짜리 싱커였고 이번에는 두 번째 공보다 더 바깥쪽으로 빠졌다. 크게 앞서고 있었고 선두 타자였으므로 큰 거 한 방을 노리고 있던 이대호로서는 방망이를 낼 필요가 없는 공이었다. 그러나 주심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눈 뜨고 코 베인 꼴이었다. 이대호는 어이없다는 듯이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덕아웃으로 향해야 했다. 무슨 말이라고 하고 싶은 걸 꾹 참는 눈치였다.
8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홈경기에서 이대호는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비록 안타를 기록하지는 못 했으나 2회 첫 타석에서 10구까지 이어지는 접전을 벌였었고, 4회에는 볼넷으로 출루한 후 스티브 클레벤져의 2루타 때 홈을 밟기도 했다. 시애틀이 7:1로 승리하고 4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이날 클리블랜드의 선발 투수는 우완의 코디 앤더슨이었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의 선수 기용 원칙에 따르면 애덤 린드가 1루수 글러브를 끼고 선발 출전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였다. 그러나 서비스 감독은 이대호에게 1루를 맡기고 애덤 린드는 이대호 다음 타순인 7번 지명 타자로 내세웠다. 팀에서 유일한 3할 타자를 플래툰이라는 미명 하에 벤치에서 썩히고 있을 수만은 없었으리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대호는 8회 삼진 상황에 대해서 “누가 봐도 마지막 공은 볼이었다. 심판이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판단 하나하나가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개인적으로 아주 안타까운 타석이었다”면서 “완전 나간 공이고 칠 수도 없는 공이었다. 팀이 이기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항의하지는 않았지만, 항의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뉴욕 메츠와 홈에서 더블헤더를 치른 피츠버그 강정호는 1차전에서 4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서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1회 1사 1루에서 좌전 안타로 첫 안타를 신고했던 강정호는 5회에도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로 멀티히트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3회 1사 1-2루에서는 유격수 땅볼이 병살로 이어지면서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더블헤더 1차전은 피츠버그의 3:1 승.
더블헤더 2차전에서 강정호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 없이도 3:1로 앞서갔고, 강정호는 7회말에야 투수 토니 왓슨의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6구까지 이어지던 승부는 강정호의 볼넷으로 끝이 났고 강정호는 8회 수비에서 프리즈로 교체됐다. 피츠버그는 더블헤더 두 경기를 모두 독식했고 2할 8푼 4리였던 강정호의 타율은 2할 9푼 8리로 올라섰다.
캔자스시티와 홈경기를 가진 볼티모어 김현수도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던 김현수는 1회 첫 타석부터 캔자스시티 우완 선발 투수 요다노 벤투라의 시속 156km짜리 바깥쪽 낮은 직구를 밀어 쳐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안타로 연결시켰고 매니 마차도와 마크 트럼보의 연속 안타로 홈까지 밟았다.
2회에도 김현수는 벤투라의 시속 135km짜리 커브를 받아쳐 중견수와 우익수 사이로 타구를 떨어뜨렸다. 시즌 8번째 멀티히트였다. 6회와 8회에는 우익수 방향과 좌익수 방향으로 타구를 보냈으나 모두 펜스 앞에서 잡히면서 아쉬움을 남겨야 했다. 5회 마차도의 몸에 맞는 공으로 벤치클리어링까지 일어났던 이 경기는 볼티모어가 9:1로 승리했다.
마이애미와 홈경기를 치른 미네소타 박병호는 6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전해서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타율은 2할 1푼 3리까지 떨어졌다.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은 출전하지 않았고 9회초 맷 카펜터의 2루타로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던 세인트루이스는 신시내티 2번 타자 조이 보토에게 끝내기 솔로포를 맞고 6:7로 주저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