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로 팽팽하게 맞서던 4회말 무사 1-2루에서 이대호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앞서 첫 타석에서도 이대호는 텍사스 선발 투수 데릭 홀랜드와의 풀 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구속 92마일(약 148km) 짜리 싱커를 때려 좌중간 담장을 넘긴 바 있었다. 이대호의 아홉 번째 홈런이었다. 이대호의 손으로 선취점을 낸데 이어 앞서갈 수 있는 추가점마저 이대호의 방망이에 걸려있던 상황이었다.
원볼 원스트라이크에서 세 번째 공으로 83마일(약 134km) 짜리 슬라이더가 들어왔다.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던 이대호의 타구는 다시 좌중간으로 향했고 앞서 꽂혔던 지점 왼쪽으로 떨어졌다. 이대호가 한국과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이대호의 연타석 홈런은 지난 5일 오클랜드와의 경기 이후 두 번째였다.
1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텍사스와의 홈경기에서 이대호는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연타석 홈런을 장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4타수 2안타 2홈런 4타점으로 맹활약한 이대호의 타율은 2할 9푼 3리에서 3할 1리(103타수 31안타)가 되면서 다시 3할대로 올라섰다.
경기를 마친 후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오늘은 빅보이 이대호를 위한 밤이었다. 그가 해낸 일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세이프코 필드를 홈으로 쓰면서 메이저리그 투수를 상대로 그 정도 기회에 10홈런을 기록하기는 쉽지 않다. 오늘 우리를 승리로 이끈 활약이었다”는 말로 이대호의 활약에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
이대호는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 이 정도 타격감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런 생각은 솔직히 안 하고 끔 찾아왔잖아요. 꿈 찾아와서 즐겁게 야구했고 열심히 했으니까 자신 있게 연습도 많이 했으니까 자신감도 있고 투수들이 많이 승부를 해주니까 제가 치기가 더 좋은 거 같아요”라는 말로 데뷔 첫 시즌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만난 세인트루이스의 오승환과 피츠버그의 강정호는 8회말 역사적인 맞대결을 펼쳤다. 3:2로 세인트루이스가 앞서던 상황에서 오승환은 선두 타자 션 로드리게스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으나 앤드류 맥커친에게 불의의 2루타를 허용해 동점 위기에 몰려있었다. 그나마 그레고리 폴랑코를 중견수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리나 싶었지만 오승환 앞에는 강정호가 버티고 있었다.
오승환은 초구 슬라이더로 강정호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그리고 두 번째 공으로 151km짜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 존에 꽂았다. 오승환의 세 번째 공 역시 151km짜리 패스트볼을 이었고 강정호의 방망이가 돌아갔지만 우측 관중석으로 향하는 파울이었다. 오승환은 네 번째 공으로 138km짜리 슬라이더를 선택했고 강정호가 방망이를 갖다 댔다.
타구는 중견수 방향으로 향했고 중견수 바로 앞에서 떨어지는 안타가 될 수도 있을 듯 보였다. 타구는 중견수 랜달 그리척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고 오승환의 무실점 행진으로 이어졌다.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로젠탈이 9회말 동점을 허용하면서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으나 세인트루이스가 12회초 대거 6점을 뽑아내면서 9:3으로 승리했다. 연장 10회말 안타를 쳐낸 강정호는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