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단 두 가지 종류로 압축한다면 몸으로 하는 사랑과 마음으로 하는 사랑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형이하학적인 분류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물론 욕정을 채우기 위해 살을 섞는 행위를 사랑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어쨌든 마음이 있으니 몸도 움직이는 거다.
영화 ‘러스트 앤 본(De rouille et d’os, Rust & Bone, 2012)’은 그중에서 몸으로 하는 사랑을 주제로 하는 영화로 영화 저널리스트 이지혜의 말처럼 ‘몸을 잃은 여자와 몸만 남은 남자’의 이야기다. 일자리를 잃고 마치 노숙인처럼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는 남자 알리(마티아스 쇼에나에츠)에게는 몸뚱아리만 남았고 범고래 조련사였던 여자 스테파니(마리옹 꼬띠아르)는 사고로 다리를 잃고 말았다.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곳은 알리가 새로 얻은 일자리인 클럽에서다. 선수 출신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전직 파이터 출신인 알리는 클럽에서 발생한 폭행 문제를 해결하다 스테파니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그녀에게 연락처를 남기고는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한다. 두 남녀가 가느다란 인연의 끈으로 묶이게 되는 순간이다.
스테파니가 알리에게 연락을 하게 된 것은 사고로 다리를 잃고 나서다. 죽음을 생각할 만큼 절망적인 상황에서 생각난 사람이 클럽에서 만난 남자에게 봉변을 당할 때 도와주던 알리였던 것이다. 클럽에서 폭행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알리가 대리운전을 하지 않았거나 자신의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면, 스테파니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다시 만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알리는 스테파니를 절망의 늪에서 끌어내고 밝은 세상으로 이끌어 준다. 무릎 아래가 절단된 후 어둠 속에서만 은둔하던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 바다로 향한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물을 사랑하고 범고래를 사랑하던 그녀는 그곳에서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되고 더 살아갈 이유를 찾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당히 감동적인 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눈물이나 질질 짜는 멜로 영화에 머물기를 거부한다. 화끈한 정사 장면이 그를 증명한다. 가진 거라곤 몸뚱이 하나에 불과해도 원하면 언제든 섹스를 즐길 수 있는 주인공이 부럽기까지 하다. 이 남자의 육체는 여자의 마음을 치료하는 데도 쓰이는데 여자로서의 매력을 잃었다고 낙심하던 스테파니와의 정사를 통해서 여자로서의 존재를 깨닫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스테파니는 그를 통해서 여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된다.
정사 장면은 상당히 노골적인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가 얘기하려는 요지가 무엇인지 헷갈려진다. 절망의 끝에서 찾은 사랑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장애가 있어도 남들과 똑같이 섹스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도 아니면 벨기에에서는 눈만 맞으면 섹스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말인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필요 이상의 정사 장면이 과도하게 삽입된 탓이라 할 것이다.
러스트 앤 본(De rouille et d’os, Rust & Bone, 2012)
멜로/애정/로맨스 | 벨기에, 프랑스 | 120분 | 2013.05.02 개봉 | 감독 : 자크 오디아르
출연 : 마리옹 꼬띠아르 (스테파니), 마티아스 쇼에나에츠(알리), 아만드 버저(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