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15년 전 그놈이 다시 나타났다, 몽타주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15년 전 그놈이 다시 나타났다, 몽타주

몽타주7

아마 대부분은 제목만 보고도 대충 그림이 나온다고 생각할 것이다. 별다른 진전 없이 답보 상태에 빠져있던 사건이 한 장의 몽타주로부터 실마리를 찾아간다고 하는 그렇고 그런 스토리 말이다. 이 영화에 대해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면 분명 이런 이유가 크게 작용했을 게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제목을 잘못 지었다고 할 수 있다. 호기심을 유발하기는커녕 오히려 식상함만 생기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고리타분한 영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후반의 반전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만큼 짜임새를 자랑하고 있었다. 전개 과정에서 허술한 면도 없지 않지만, 이야기의 얼개는 나름대로 촘촘한 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의 제목이 더욱 아쉽게만 느껴진다. 다른 제목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더 많은 관객을 불러들였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유에서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유형의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살인의 추억’이나 ‘그놈 목소리’를 비롯해서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를 굳이 외면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보고 나서 찜찜한 그 기분을 감당하기 싫었던 것이다. 그랬던 사람이 이 영화를 본 것은 순전히 연극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대학로에서 공연 중인 연극의 줄거리를 보다 흥미를 느끼던 차에 영화를 먼저 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연극 몽타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유년시절, 아버지를 죽인 연쇄살인범을 쫓기 위해 천재적인 몽타주 화가로 성장한 서정민은 연쇄살인범 유홍준의 몽타주를 의뢰 받고 그의 몽타주를 그리게 된다. 결국, 서정민의 몽타주에 의해 연쇄살인범 유홍준은 검거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게 되고 몽타주의 존재를 알게 된 유홍준은 서정민에게 관심을 보이며 서서히 접근하기 시작하는데…

흥미가 돋았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몽타주라는 단어에서 받았던 뻔한 내용이 아니라 복수를 위해 화가가 되어 직접 범인의 몽타주를 그린다는 설정이 새롭게 느껴졌다. 때마침 메가박스에서 평일 5천원 행사를 하다 보니 연극보다 영화를 먼저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연극과 영화의 제목이 같기에 동일한 소재의 내용이라 생각하고 영화를 먼저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였다.

영화 몽타주는 연극과 달리 15년 전에 발생한 유괴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다. 단서라고는 범인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테이프와 몽타주 한 장. 그리고 공소시효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15년 동안 잡지 못한 범인을 일주일 안에 잡게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지만 청호(김상경)는 아이 엄마 하경(엄정화)과의 약속을 떨칠 수가 없어 공소시효 전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결정적인 단서를 잡고야 마는데 야속하게도 시간이 부족하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시계가 공소시효와 함께 멈췄다면 이 영화의 시계는 공소시효와 함께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공권력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하경이 홀로 범인을 찾아 나서면서 15년간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버려 법적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하경이 선택한 것은 15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는 것이었다.

공소시효가 끝나자마자 유사범죄가 발생한다는 설정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그저 그런 영화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러나 ‘몽타주’는 충격적인 반전을 통해서 이러한 식상함을 극복하고 있다. 법보다 주먹이 가까울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교묘하게 법을 이용한다는 설정도 제법 그럴듯하다.

하지만 허술한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5년 전 범인이 왜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나타난 건지, 그리 흉악범도 아니라면서 왜 차량은 훔쳐 타고 다니는 건지, 사업자금에 쪼들렸다면서 어떻게 저축은행 우수고객이 될 수 있었던 건지, 공범도 없이 여자 혼자서 범인을 처리한다는 게 가능한 건지, 그리고 무엇보다 왜 몽타주라는 제목을 지은 건지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몽타주가 15년 전 유괴 살인사건과 15년 후에 발생한 유괴 사건을 이어주는 고리의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억지스러운 감이 없지 않다. 그 고리가 굳이 몽타주일 필요는 없기에 일부러 우겨넣은 인상이 짙게 느껴지는 까닭에서다. 또한, 범인을 잡고서 청호가 ‘씨발 하나도 안 닮았네. 이러니 잡을 수가 있나’라고 중얼거리지만 역시 별다른 감흥이 없다. 아무리 봐도 이 영화는 제목에 문제가 많다.

몽타주(Montage, 2012)
스릴러, 드라마 | 한국 | 120분 | 2013.05.16 개봉 | 감독 : 정근섭
출연 : 엄정화(하경), 김상경(청호), 송영창(한철), 조희봉(강형사)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