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교환이라는 말은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와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든다. 더구나 성인만화 제목으로 쓰였다면 서로 상대방의 배우자와 성관계를 맺는 스와핑을 소재로 했다고 확신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궁금하게 만드는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전자책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많은 사람들이 그런 호기심으로 이 책을 구입했을 테지만 실상은 제목과 다르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충격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결론은 상당히 건전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관객모독 혹은 독자모독으로 보일 정도다. 부부교환은 교환인데 스와핑은 아닌 이유에서다. 자극적인 내용의 스와핑을 기대하고 이 책을 읽어 나갔다면 건전하게 끝나는 결론 부분에서 화가 날지도 모를 일이다.
일본작가 나나세 아유무의 만화 ‘교환부부’에 등장하는 두 부부는 30대 초반의 대학 동기들이다. 주택회사를 경영하는 다테 토우타(32세)와 번역가 다테 이즈미(32세), 컴퓨터 회사 엔지니어 나카하라 료우(32세)와 파견회사 접수원 나카하라 미호(30세) 등이 그들이다. 생판 남도 아니고 10여 년간 우정을 나눠왔던 이들이 부부교환에 나서는 것은 나름대로 사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료우와 미호 커플. 결혼 3년 차에 접어든 이들은 부부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 남편인 료우는 매사에 까탈스럽고 그런 신랑을 상대해야 하는 아내 미호는 매사에 주눅이 들어있다. 료우는 대화마저 거부하고 그저 무심한 상태로 지내기 일쑤다. 미호로서는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료우는 오래전부터 이혼을 생각하고 있을 만큼 미호에게 지쳐있었다.
그런 료우-미호 커플과 달리 토우타와 이즈미 커플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부부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결혼 6년 차에 접어들었어도 서로를 배려하고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대학 시절 캠퍼스 커플이었으니 무려 10년을 함께 지낸 사이였다. 토우타는 다정한 남편이었고 이즈미는 상냥한 아내였다. 번역일에 쫓길 때면 각방을 쓰면서 따로 떨어져 자기도 하지만 둘 사이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네 사람이 함께 온천 여행을 떠나면서 부부교환은 시작된다. 미호에게 싫증 난 료우는 토우타에게 이혼 결심을 털어놓고 종잡을 수 없는 료우의 행동에 낙심한 미호는 이즈미에게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하소연한다. 그런 미호에게 이즈미가 제안한 내용이 바로 부부교환이었다. 각각 남편을 바꿔서 지내보자는 말이었다. 그렇게 되면 상대를 새롭게 보게 되어 권태기인 부부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리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즈미가 제안한 부부교환에는 두 가지 제한사항이 있는데 섹스 금지와 하루에 딱 한 번 원래 남편에게 문자 보내기였다. 남편을 바꾼다는 게 분위기를 전환하자는 것이지 스와핑을 하자는 뜻은 아니라는 말이었다. 이쯤에서 이 만화의 향후 진행에 대해 눈치챌 수도 있겠지만, 설마 함께 살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일이 없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나름 흥미로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서 의아한 것은 부부 사이에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이즈미가 왜 그런 제안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친한 대학 동기 또는 친구 사이라고 해도 너무 무모한 제안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식 밖의 제안에 대해 이즈미의 남편인 토우타가 당황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결론 부분에서 짚어주므로 끝까지 봐야만 알 수 있다. 겉으로는 별문제 없어 보이던 이즈미에게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남자들은 각각 상대방의 집으로 향한다. 토우타는 미호에게 료우는 이즈미에게로. 미호는 무뚝뚝한 료우와 달리 다정한 토우타로 인해 다시금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순종적인 미호에게 싫증이 났었던 료우는 지적인 이즈미의 매력에 흠뻑 빠진다. 이들은 과연 섹스 금지라는 제한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이들의 위태로운 부부교환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결론은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