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 성공하려면 역설적이지만 경험이 많아야 한다. 풍부한 경험이 실패 확률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도 알고 있어야 하고 끝내주는 맛집도 알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 까닭에서다. 흔히 여자들은 사람만 좋으면 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거짓이다. 사람도 좋아야 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 사람만 좋은 남자는 여자에게서 결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연애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서툴기 마련이다. 당장 약속 장소를 어디로 잡아야 할지도 모르는 판이니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쉽지 않다. 뭔가 새로운 곳을 갈망하고는 하지만 아는 데가 많지 않으므로 결국 가던 곳만 가게 되고, 먹던 것만 먹게 된다. 당연히 단조롭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 그녀와 함께하기 좋은 곳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면 좋으련만.
<최정윤’s 소소한 서울 Seoul Diary>는 그런 고민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줄 수 있는 책이다. 귀여운 여배우 최정윤, 바로 그녀가 쓴 책이다. ‘골목골목 숨겨진 그녀만의 비밀 아지트 탐방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이 책은 서울을 권역별로 나누어서 구석구석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가회동이나 통의동처럼 평소 관심은 있었지만, 미처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거리’에서는 가회동과 안국동을 산책하고, ‘나 홀로 한나절 나들이’에서는 통의동과 예술의 전당, 삼청동, 그리고 도산공원 앞길을 산책한다. ‘걸어서 떠나는 세계여행’에서는 서래마을과 이태원을 산책하고, ‘푸르름이 머무는 풍경’에서는 삼청공원과 효창공원, 그리고 양재천을 산책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녀가 얼마나 서울의 골목들을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게 되는데 마치 그녀와 함께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는 듯한 착각도 덤으로 얻게 된다. 이는 책을 도배하다시피 수놓은 사진들의 영향이 클 것이다. 글도 글이지만 그녀의 화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하겠다. 연인이 있다면 데이트 장소로 참고하면 되고 없으면 없는 대로 책으로나마 그녀와 데이트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또한, 최정윤은 각 지역의 특징을 간단하게 표현해서 궁금증을 더하고 있었는데 가령 가회동에 대해서는 ‘기와 담장 너머 이야기가 들리는’이라고 말로 표현했고, 안국동에 대해서는 ‘첫사랑의 설렘’이라고 했다. 통의동은 ‘보물을 숨기고 있는’으로, 예술의 전당은 ‘노래하는 앞마당’으로, 삼청동은 ‘햇살에 취하고 멋에 취하는’이라고 했다. 당장 기와 담장 너머 들리는 이야기를 찾아 가회동으로 떠나고 싶어질 정도.
이 책의 표지에 실린 사진은 가회동에 있는 ‘dear, friends’라는 곳이다. 최정윤이 제일 좋아하는 책 한 권 들고 가서 즐기기에 제격인 곳으로 소개한 바로 그곳으로 날씨 좋은 날, 하루 종일 앉아 있고 싶은 공간이라고 했고 보고 싶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곳이라고도 했다. 한옥에 테라스가 있는 이곳은 높은 곳에 있어서인지 마치 한옥마을의 펜트하우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단다. 이 책을 통틀어 꼭 한번 들르고 싶은 곳이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지면을 채우기 위한 의도도 곳곳에서 보인다는 점이다. 안국동 분식집 ‘먹쉬돈나’의 경우 다녀온 사람마다 평가가 상당히 엇갈리는 곳인데도 이 집에 대한 사연은 없고 그저 학창 시절 추억에 대한 내용으로만 채워넣었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상호와 주소 및 연락처까지 기재해 놓았다. 다분히 홍보의 의도로 보이는 부분이다.
또한, 평소에도 자주 찾는다던 가회동과 달리 통의동은 생소한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이곳에서는 그 흔한 인증샷도 하나 없는 것으로 보아 필히 그녀가 직접 다녀온 곳이 아닌 것으로 추측된다. 의심은 또 다른 의심을 낳는 법. 이 책의 저자로 최정윤이라는 이름이 올라있지만, 대부분은 외부의 손을 빌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가능해진다. 깔끔한 첫인상에 비해 뒷맛은 게운치 않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