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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허풍쟁이 아빠의 진실, 빅피쉬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허풍쟁이 아빠의 진실, 빅피쉬

빅피쉬2

입만 열면 거짓이라는 말이 있다. 그야말로 거짓말을 밥 먹듯, 아니 숨 쉬듯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어떤 말이 진실이고 어떤 말이 그렇지 않은지 도통 알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사람들을 허풍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잘못을 미화시켜 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허풍은 그저 과장되다는 의미일 뿐이지만 거짓말은 일종의 사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말쟁이치고 적당한 허풍이나 적당한 구라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음식에도 적당한 조미료가 필요하듯이 이야기에도 적당한 과장이 있어야 더욱 흥미로워지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과할 때다. 적당하다면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그 도를 넘어서게 되면 속았다는 생각에 분노를 동반하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적당하다면 좋겠으나 적정선을 유지한다는 게 어디 그리 말처럼 쉬운 일인가.

윌은 그런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남들에게는 흥미진진한 아빠의 무용담이 아들인 자신에게는 끔찍한 사기로만 들리는 까닭에서다. 그런 거짓말을 태연하게 늘어놓은 아빠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런 사기성 이야기에 말려드는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아빠들처럼 진실되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그런 허풍쟁이 아빠가 차라리 없다면 어떨까.

윌의 아버지 에드워드는 스케일이 상당한 이야기꾼이다. 조미료를 치듯 적당히 과장하는 게 아니라 설마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부풀린다. 학창시절에는 만능 스포츠맨인데다 머리도 좋고 성장도 빨랐다고 한다. 거인이 마을을 괴롭힐 때는 직접 가서 담판을 짓게 되는데 그 거인의 덩치가 3m가 넘는다. 동화책이나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해댄다. 윌로서는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다.

결국, 윌은 결혼과 함께 프랑스로 떠난다. 파리 주재 특파원이라는 직업적인 선택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더 컸을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결혼식에서조차 사람들을 향해 허풍만 늘어놓는 아버지가 미워 서로를 잊고 살아왔다. 그제서야 윌은 자신을 옥죄던 보이지 않는 창살에서 벗어난 듯한 자유와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런 윌이 다시 아버지를 찾게 되는 것은 어머니로부터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였다. 원망스러웠던 사이일지라도 하늘이 맺어준 천륜이니 핏줄이 동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도 들어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용서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그양반도 불쌍한 양반이 아니던가. 가정을 내팽개친 채 밖으로만 나돌았던 허풍쟁이였지만 그래도 심성은 고운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피쉬(Big Fish, 2003)’는 그렇게 아빠와 아들의 간극을 조금씩 메우는 영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들은 그토록 원망스러웠던 아빠의 무용담에 대해 관대해지고 결국에는 새빨간 거짓말인 줄 알았던 아빠의 이야기들이 사실은 거짓이 아니라 진실에 기초하고 있었다는 결말에 이르러서는 따뜻한 해피엔딩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영화의 백미는 아빠가 들려주는 수많은 이야기들이다. 윌은 진저리치도록 듣기 싫어하던 이야기들이었지만 때로는 동화 같고 때로는 판타지 소설 같은 이야기들을 듣고 있노라면 타고난 이야기꾼의 화려한 무용담에 빨려들지 않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괴물 같은 거인과의 만남, 샴 쌍둥이 자매와의 인연, 신비한 마을에서의 경험은 물론이고 아내와의 만남까지도 믿을 수 없는 환상적인 이야기거리로 재탄생하는데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빅피쉬(Big Fish, 2003)
드라마, 판타지, 코미디 | 미국 | 125분 | 2004.03.05 개봉 | 감독 : 감독 팀 버튼
출연 : 이완 맥그리거(청년 에드워드 블룸), 앨버트 피니(노년 에드워드 블룸), 빌리 크루덥(윌 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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