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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국에게 바치는 영화 아르고

아르고6

지난 2013년 2월 헐리우드에서 깜짝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제목도 낯선 ‘아르고(Argo, 2012)’라는 영화가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예의 작품상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얼리티의 승리라는 평가와 함께 다분히 미국적인 영화에 대한 찬가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리던 순간이었다. 아카데미는 왜 ‘아르고’란 영화를 작품상으로 선택했으며 도대체 이 영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영화 ‘아르고’는 지금으로부터 30년을 훌쩍 넘어서는 1979년을 배경으로 한다. 이란과 미국의 감정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던 어느 날 테헤란에 있는 미국 대사관이 성난 시위대에게 점령되고 스파이 혐의를 뒤집어쓴 대사관 직원들은 하루하루 피 말리는 인질로 살아가게 된다. 미대사관을 점거한 이란 시위대의 요구는 단 하나. 이란 혁명 직후 미국으로 망명한 샤(팔레비)를 귀환시키라는 것이었다.

그중에서 6명의 대사관 직원들이 시위대의 감시를 피해 몰래 탈출하게 되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생사를 걸고 탈출한 6명의 귀환작전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영국과 뉴질랜드 대사관에 도움을 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하고 결국 캐나다 대사관으로 피신하지만 언제 발각될지 몰라 피말리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발각되는 즉시 스파이라는 혐의가 씌워질 것이고 성난 시위대에 의해 총살당할 게 분명한 상황이었다.

그런 위기의 직원들을 빼내오기 위해 국무부와 CIA가 머리를 맞대 보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공항이 폐쇄되었으니 자전거를 이용해서 빼내자던지, 외국인 교육교사로 위장하자던지 이런저런 의견이 오가지만 살벌한 현지의 사정을 무시한 탁상공론에 불과할 뿐이었다. 어디에서건 발각되는 즉시 이유를 불문하고 즉결심판을 받게 될 터였다. 가능성만 믿고 밀어붙이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그때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인물이 CIA 요원 토니 멘데스였다. 그가 계획한 작전은 이란에서 영화를 찍기 위해 촬영 장소를 물색하는 로케이션 헌팅팀으로 위장한다는 설정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을 대줄 제작자가 필요했고 영화를 찍기 위한 시나리오가 필요했으며 SF 영화에 맞는 특수분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탄생하게될 작품이 바로 ‘아르고’라는 영화였다.

물론 ‘아르고’라는 영화는 미끼에 불과했다. 제작자도 있고 영화사도 있고 포스터도 있고 광고도 있지만 모두 이란 혁명군을 속이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었다. 그중에서 진짜라고는 시나리오가 유일했다. 그것도 전미작가협회로부터 정식으로 계약한 정식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관심은 ‘아르고’라는 영화 자체가 아니라 그 영화를 내세워 테헤란의 캐나다 대사관저에 숨어있는 6명의 직원들을 어떻게 데려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영화는 속임수, 미션은 리얼, 그리고 이것은 실화다’라는 포스터의 문구처럼 이 영화는 거짓말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이 영화가 실제 있었던 일인지조차 의심받는 이유는 지난 1997년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비밀문서들이 공개되기 전까지 철저히 비밀로 숨겨져 왔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단순히 캐나다 대사관의 도움이 있었다고만 알려져 있을 뿐 CIA의 작전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야기 자체가 극적이므로 이 영화의 전개도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특히 탈출을 앞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손에 땀을 쥐면서 보도록 만들기도 한다. 성공할 줄 뻔히 알면서도, 당연히 실패하지 않을 줄 알면서도 가슴을 졸인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의 극적인 효과가 대단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상투적인 위기감이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간발의 차’로 표현되는 장면들이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이란 시위대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다 보니 그저 광기 어린 폭도로 보일 뿐이고 왜 미국은 수십 명의 자국민들이 죽을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란 시위대가 원하는 샤라는 인물을 돌려주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힘들다. 6인의 탈출이라는 부분에 집중한 결과겠지만 전후사정을 모르는 관객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이 영화는 사실 국내에서는 저주받은 작품이라 불릴만하다.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받기도 훨씬 전인 2012년 10월 31일에 개봉되면서 불과 14만이라는 저조한 흥행 성적 속에 잊혀져야 했기 때문이다. 만일 아카데미 발표 후에 개봉했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하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후에 개봉한 ‘장고’의 성적도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것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인 거 같기도 하고…

여기서 남은 의문 하나. 도대체 아카데미는 왜 ‘아르고’를 작품상으로 선택했을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30여 년만에 드러낸 미국의 자랑스러운 진실(?)를 세계에 알리는데 공헌한 영화라는 의미가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캐나다 대사관도 하는 일을 왜 우리 미국은 못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대목이 이를 증명한다고 할 것이다. 지금에서야 밝히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게 미국이 꾸민 위대한 작전이었다는게 이 영화의 주제이자 아카데미의 결론이 아니었을까.

아르고(Argo, 2012)
드라마, 스릴러 | 미국 | 120분 | 2012.10.31 개봉 | 감독 : 벤 애플렉
출연 : 벤 애플렉(토니 멘데스), 존 굿맨(존 챔버스), 앨런 아킨(레스터 시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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