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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아카데미 작품상의 굴욕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아카데미 작품상의 굴욕

아카데미1

이만하면 굴욕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겠다. 참패 정도가 아니라 거의 떡실신 신세에 가깝기 때문이다. 큰 스코어 차이로 뒤지면서 야구로 비유하면 콜드게임이요, 권투로 치면 KO패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들 이야기다. 워낙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 내려가다보니 언제 개봉했었는지도 모를 정도다.

지난 2013년 2월 24일 열렸던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들은 모두 9편이었다. 그중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는 사실상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 2012)’에 불과하다. 제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었던 2012년 12월 19일 전 세계 최초로 개봉했던 ‘레미제라블’은 전국에서 5,909,116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면서 톰 후퍼 감독조차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영화들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이안 감독의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 2012)’가 1,592,271명의 관객으로 체면치레를 했을 뿐 나머지 영화들의 관객동원은 상당히 저조하다. 심지어 작품상을 수상한 ‘아르고(Argo , 2012)’의 경우에도 14만 명에 불과하다. 작품상의 후광을 업고 재개봉할 만도 한데 워낙 관심이 적다 보니 DVD와 블루레이로 출시되었을 뿐 재개봉 얘기는 없는 형편이다.

9편의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중에서 2012년 10월 31일 ‘아르고’가 가장 먼저 개봉한 이래 ‘레미제라블(2012년 12월 19일)’, ‘아무르(2012년 12월 19일)’, ‘라이프 오브 파이(2013년 1월 1일)’, ‘비스트(201년 2월 7일)’,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년 2월 14일)’, ‘제로 다크 서티(2013년 3월 7일)’, 링컨(2013년 3월 14일), 장고(2013년 3월 21일) 등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아직 개봉 여부조차도 모르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라 하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흥행성적은 민망하기 그지없다. 6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들인 ‘레미제라블’과 100만을 넘긴 ‘라이프 오브 파이’를 제외하면 1~20만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아카데미 최연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 ‘비스트(Beasts of the Southern Wild, 2012)’는 고작 5,464명에 불과하고 역시 아카데미 최고령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 ‘아무르(Amour, 2012)’는 76,778명이었다.

그나마 두 영화는 예술영화 수준이라 그럴 수도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영화들의 저조한 성적은 상당히 뜻밖이라고 할 수 있다. 나머지 8작품을 물리치고 작품상을 수상한 ‘아르고’가 140,736명에 머문 것은 물론이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링컨(Lincoln, 2012)’ 131,581명,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Silver Linings Playbook, 2012)’ 126,015명, 음향효과상을 수상한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 2012)’ 108,886명 등의 성적을 남겼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9편의 영화 중에서 가장 늦은 2013년 3월 21일에 개봉한 ‘장고: 분노의 추적자(Django Unchained, 2012)’가 228,612명을 동원하기는 했지만, 상영 스크린이 대폭 줄어드는 추세이므로 더 이상의 관객몰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마저도 이번 주면 개봉관에서 자취를 감출 수도 있으므로 극장에서 보고자 한다면 서둘러야만 한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빛나는 영화들이 이런 굴욕을 당하게 된 것은 한국영화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이다. 2012년 한국영화는 사상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두 편(도둑들, 광해: 왕이 된 남자)이나 동시에 탄생했고, 2013년 들어서도 ‘7번방의 선물’이 천만 관객의 영화로 등극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베를린(7,165,499명)’, ‘늑대 소년(6,654,842명)’, ‘타워(5,180,497명)’, ‘신세계(4,512,799명)’ 같은 영화들이 잇달아 외화를 압도하면서 할리우드 영화들이 설 자리조차 내주지 않았었다.

물론 아카데미 작품상이 반드시 흥행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카데미에서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고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또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들을 작품성이 아닌 관객 수로만 평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노년부부의 눈물 어린 말년을 그린 영화 ‘아무르’는 아직까지 관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예술성을 중요시하는 칸 영화제나 베를린 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가 상업성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블록버스터로 대표되는 거대 자본으로 움직이는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이유로 내년에는 또 어떤 영화들이 아카데미 영화들과 맞붙어 어떤 성적을 내게 될런지 벌써부터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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